[코메디닷컴] 최초 작성일 : 2016-11-18 15:42:00  |  수정일 : 2016-11-18 15:51:31.787 기사원문보기
대통령이 검증안된 주사요법 의존하다니…

국가원수가 졸부 겨냥한 상업적 시술 받는데 어떻게 규제?

박근혜 대통령이 주치의와 청와대 의무실도 모르게 의료법을 위반하며 받은 시술들이 정통의학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상업적 치료법'이라는 비판이 의료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이 자문의사 김상만 씨를 통해 맞았다는 주사제들은 피부 개선, 피로 해소, 노화 방지 등에 특효라는 일부 개원 의사들의 주장과는 달리 의학적 효용과 안전성 등이 검증되지 않아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는 채택하지 않는 '상업적 시술'이라는 것.

의료계에서는 “국가 보건행정의 총책임자인 대통령이 의료시스템의 적법 절차까지 무시한 채 과학적 검증이 결여된 주사를 투여 받는다면, 보건당국이 의료현장을 감독 규제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상당수 의사들이 '사이비 의료'의 범주에 넣는 시술을 대통령이 받는다는 것은 국가원수의 비과학적 사고를 나타내기 때문에 국가적 수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받은 주사요업들은 일명 '회춘주사', '미용주사'로 불리며 이른바 '강남 부유층'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는 치료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식명칭대신 백옥주사, 신데렐라주사처럼 그럴듯한 이름이 붙어져 있지만 사실 각 주사제의 성분은 별반 다르지 않다. 비타민에 다른 영양소가 조금씩 첨가된 형태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메조테라피(Mesotherapy)'라고 불리며 한때 유행하다가 인기가 식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사이비 의료행위 검증 사이트인 '?워치닷컴'에서는 효능과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다.

대통령이 맞았다는 주사 중 태반주사로 불리는 '라이넥'은 간 기능을 개선하고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광고하다가 과대광고 단속대상으로 찍힌 주사요법. 지난 2009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태반주사제 성분이 식염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임상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백옥주사 '글루타치온'은 피부를 백옥처럼 맑고 투명하게 만든다고 해서 부유층 사이에서 인기이지만 백옥주사의 주성분인 글루타치온은 쉽게 산화되는 성질이 있어 보관과정에서 변질되기 쉽다. 잘못 투여했을 땐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단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신데렐라 주사 '치트옥산'은 간 기능 회복용으로 사용하던 약물로, 일종의 항산화제다. 노화방지 및 피부미용, 당뇨병 예방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지만 뚜렷한 근거는 없다.

녹색병원 산부인과 윤정원 과장은 “실제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대개 표본이 너무 작다”며 “또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다고 해서 중장기적 효과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확실한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았고 비용 대비 효과도 크지 않으므로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주사시술이 횡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 모 원장은 “저수가 의료보험 시스템에서 수익을 찾으려는 의사들의 요구와 자신의 몸에 남들보다 더 투자하고 싶은 부유층의 '졸부 근성'이 합쳐진 산물”이라고 풀이했다. 이들 주사제에 포함된 영양소는 대부분 정상적인 식사로 보충할 수 있으며 굳이 주사제로 맞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일부 개원 의사들이 수익성 높은 치료법을 찾게 되고, '돈 버는 치료법'의 장점만 보면서 자기합리화를 한 뒤 마케팅에 나선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주로 연예인과 부유한 자연요법 신봉자들 사이에서 한 때 유행이었지만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이었다. 효능을 입증하는 임상의학적 근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06년 미국 뉴욕의 데이비드 골드버그 박사 등이 10명의 환자에게 한 달 간격으로 4번 메조테라피를 실시한 연구가 있으나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피부학회 대변인 로빈 아시노프는 비타민 주사요법은 사람들에게 거짓 희망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주사요법의 효과를 봤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플라시보효과(위약효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의료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이비종교에 쉽게 매료되는 것처럼 약 효과를 맹신한 결과란 뜻이다.

또 박 원장은 “미용주사로 인한 큰 부작용은 아직 없어 보이지만 중장기적인 부작용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미용주사 효과를 입증한 논문들은 동물실험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며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해도 단기간 소규모로 진행된 실험뿐이다. 정해진 비율로 약물을 혼합하라는 공식 지침도 없다. 혈관의 삼투압에 문제를 일으켜 신장과 혈관에 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 대통령 주치의와 청와대 의무실을 둔 것은 대통령의 건강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음식, 시술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인데, 이번에는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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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권오현 기자 (fivestrings@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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