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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최초 작성일 : 2013-03-07 12:05:00  |  수정일 : 2013-03-07 12:07:52.790 기사원문보기
[사필귀정] 청문회 유감

새 정부의 첫 장관 청문회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도덕성과 자질 시비, 각종 불`탈법 사례 의혹 제기가 잇따랐지만 역시 소리만 요란했을 뿐 술술 넘어가는 분위기다.


죄인 심문하듯 청문회를 하면 공직에 나설 사람이 없을까 걱정이라는 대통령의 엄포와 적당히 군기나 잡고 넘어가려는 야당의 두루뭉술 정치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염치없고 국민 정서와도 거리가 먼 전관(前官)들이 대부분 장관 자리를 꿰차는 데 별 무리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부적합 후보자를 걸러내지 못하는 청문회와 명확한 해명이나 증거 제시 없이 장관에 오르는 후보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까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청문회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대통령이 공직자를 지명하기에 앞서 고르고 또 골라 흠결 없는 사람을 내놓는 것이 우선이다. 조선조 역사상 가장 성군으로 추앙받는 세종의 인재관은 오늘날까지 곱씹어 봄 직하다. 조선왕조실록은 세종이 인재를 쓰는 첫 번째 요건으로 “몸가짐이 방정하고 굳은 절개와 염치가 있는 자”를 꼽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세종 시대 걸출한 인재들이 넘쳐난 것도 그의 인재를 보는 눈과 무관치 않다. 황희 맹사성 같은 조선의 명정승들이 활약한 것도 세종조였다. 집현전엔 정인지 성삼문 신숙주 같은 수재들이 활약해 훈민정음을 만들어냈다. 그중 세종 용인술의 백미는 노비 출신 장영실을 발탁한 것이었다. 장영실은 아버지가 중국인이었고 어머니는 기생이었다. 그 자신은 동래현의 관노였다. 조선은 엄격한 신분 사회였고 장영실은 더 이상 천할 수 없는 신분이었다. 세종은 그런 장영실을 찾아 노비 문서를 없애고 벼슬을 내렸다. 장영실은 자격루와 앙부일구를 만들어 과학입국을 꿈꾸던 세종의 기대에 부응했다.


장관으로 지명된 사람이라면 청문회에 나서기 앞서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새겨볼 만하다. 목민심서는 지방 수령들이 목민관으로서 공직에 취임하여 물러날 때까지 마음에 새겨두고 지켜야 할 일을 조목조목 기록해 놓은 책이다.


다산은 사람으로서 두려워할 것이 세 가지가 있으니 백성과 하늘과 자기의 마음이라 했다. 뜻에 정성스럽지 못한 것이 있고 마음에 바르지 못한 것이 있어서 상급 관청을 속이고 나라를 속이고 구차하게 형벌을 피하고 이익과 녹(祿)을 꾀하기를 도모하고 스스로 천하의 제일가는 재주꾼인 양 여기지만 터럭만 한 거짓도 백성들은 모르는 것이 없다고 했다. 자기의 죄를 알려면 모름지기 백성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상사와 임금은 속일 수 있어도 백성은 속일 수 없고 천지신명이 빽빽하게 늘어서 환히 보고 있으니 하늘을 속일 수 없고 애써 태연한 척해도 맥이 빠져 우러러보아도 굽어보아도 부끄러우니 마음은 속일 수 없다고 썼다.


이번 청문회를 지켜보노라면 ‘몸가짐이 방정하고 굳은 절개와 염치가 있는 자’를 찾기 어렵다. ‘백성과 하늘과 자기의 마음을 두려워하는 이’ 또한 그리 있어 보이지 않는다.


아들이나 본인의 병역 의혹, 위장 전입, 땅 투기 의혹, 탈세에다 논문 표절까지 온갖 의혹이 난무했지만 부인하거나 순순히 시인하면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는 채택됐다. 그렇다 보니 청문회 제도는 흠이나 구린내투성이인 후보자들로서는 다소 불편하고 성가신 제도일 따름이지 걸림돌은 아니다. 그런 청문회조차 “도살장 분위기 같다”거나 “사전에 잘 걸러지도록 (일부는)비공개로 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모두는 인사청문회의 본질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라는 점을 간과해서 나온다.


현 인사청문회의 효시인 미국은 1787년 연방정부 공직자의 임명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 대립하다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인준을 받도록 정리를 했다. 200년 이상의 역사만큼 미국의 청문회는 우리보다 훨씬 심도 있게 개인 사생활까지 샅샅이 검증이 이뤄진다. 미국이라면 우리나라 장관 후보 중 몇 명이 청문회 문턱을 넘었을지 궁금해진다.


청문회가 끝나면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줄 것이다. 임명장을 받아든 장관들은 청문회의 기억은 까마득히 잊은 채 일을 할 것이고. 그 밑에선 또 다른 공직자들이 똑같은 의혹을 키우며 미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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