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제렌트 외 지음
‘이웃집 사기꾼’

단숨에 사랑에 빠지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한 정신적 비상사태는 심각한 감정의 감염으로 보아야 한다. 잠깐 뜸 들이는 단계(남성의 경우 이 단계는 상황에 따라 매우 짧을 수 있다. 여성의 성적 상징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정도의 시간에 국한되기도 한다)가 지나면 꿈에 그리던 이상적 모습을 떠올리는 사랑병이 단숨에 도지는 것이다. 이때 상대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의 불은 꺼진다. 심리학자이자 치료사인 데틀레프 클뢰크너는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남의 손에 자신을 넘겨주는 짓”이라고 말한다.  p108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는 애정 사기꾼들의 손쉬운 먹잇감이다. 고전적인 결혼 사기꾼들은 그럴 듯한 외형과 치밀한 계산으로 사랑과 애정을 투입해 여성을 낚아챈다.

잘 나가는 스포츠 스타 역시 손쉽게 자신을 넘긴다. 세계적 테니스 스타 보리스 베커는 러시아 출신 모델과 첫 만남에서 관계를 가졌다가 아내와 파경을 맞았다.

“이건 틀림없이 사랑이야!”라고 외치는 순간, 사기의 함정에 빠질 위험성도 높아진다. <지능의 사생활>의 저자 가나자와 사토가 지적했듯, 인간의 뇌는 약 160만년 전~1만년 전 아프리카 초원에서 오랫동안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중에 구축됐다.

인간은 여전히 1년만 전의 뇌와 감각으로 몇 초 만에 상대를 스캔한 다음 잠재적 짝짓기의 대상인지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사기꾼이 득시글거린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곽명동 기자  jobim@foc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