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최초 작성일 : 2008-12-22 16:35:50  |  수정일 : 2009-01-05 13:36:35.760
“기획재정부 장관? 나, 청와대 예산 깎은 사람이야”

한나라당 이한구 국회 예결특위원장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당초 하천정비와 포항지역 예산을 각각 500억원씩 삭감하기로 한 여야간 합의를 이 위원장이 거부, 예산안 처리를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는 했는데…


이한구 예결특위원장은 새해 예산안 처리의 ‘마감시한’으로 정했던 12일, 9시간 가량 국회 및 시내 모처에서 여야간 이견을 낳았던 4대강 정비사업과 포항 예산, 남북교류협력기금 등을 놓고 정부 관계자와 막판 조율을 벌였다. 이후 13일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 예산안 통과를 주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이 위원장의 행보는 여야간, 여당 내부의 논쟁을 부르고 있다. 이 위원장이 아니었으면 예산안 처리가 불가능 했을 것이라는 ‘옹호론’과 예산안 심사 마지막 날 ‘잠적’을 하고 여야 원내대표간 잠정 합의마저 거부한데다 막판에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예산을 챙겼다는 ‘비판론’이 격돌하고 있는 것이다.

예결위 소속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이 위원장이 소신을 갖고 했다. 그가 없었다면 이번 예산안은 통과되지 못했을 것”이라며“이번 예산안이 지역균형을 유지하고, 정부의 ‘강만수식 예산 편성’에 제동을 걸 수 있었던 것도 이 위원장의 강한 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당초 여야가 ‘대운하 의심예산’인 4대강 정비사업과 ‘대통령 형님 예산’으로 불린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인 포항지역 예산을 각각 500억원씩 삭감키로 한 합의를 뒤엎고 예산안 처리를 밀어붙인데 대해 울분을 토했다. 이 위원장이 여야 합의를 모두 무시한 채 직무유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또한 상임위에서 언급조차 안 된 자기 지역구 예산으로 7억원을 배정했다는 점도 꼬집었다.

조정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무산시키고 밀실·국민 배신·청와대 충성·예산의 주역인 이 위원장은 반드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민주당은 이 위원장을 윤리위원회에 제소키로 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도 호되게 뒷통수를 맞고 휘청였다. 특히 남은 쟁점법안을 감안, 최대한 원만하게 예산안을 처리하려 한 홍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합의대로 포항 예산을 깍자고 했으나 이 위원장이 이를 강하게 거부하자 “그럴거면 당신이 원내대표 하라”며 화를 냈다는 후문이다.



강만수 후임 눈치보기?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의 ‘뚝심’ 혹은 ‘돌발’ 행동에 대해 기획재정부 장관직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연말개각설 등에서 기재부 장관으로 여러번 이름이 오르내렸던 만큼 이 위원장이 이를 노리고 독단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우제창 민주당 의원은 “얼마든지 합의에 이를 수 있었던 예산안이 볼썽사납게 통과된 것은 한나라당의 완벽한 쿠테타 때문”이라며 “여야 원내대표가 6차례나 만나는 등 여야가 충분히 합의할 수 있었음에도 결렬된 것은 홍 원내대표와 묘한 경쟁과 알력관계에 있던 이 위원장이 자기 프레임과 가이드라인대로 갖고 가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위원장은 독배를 마신 것”이라며 “그가 기획재정부 장관을 꿈꾼다면 헛된 망상이다. 청와대의 임명을 받으면 절대로 가만히 안두겠다”고 이를 갈았다.

여권에서도 이 위원장의 역할론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고 박희태 대표는 15일 청와대 조찬 회동에서 “대통령을 보좌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내각의 행태를 보여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앞장서고 내각이 따르는, 그래서 난관을 돌파하는 돌파내각이 돼야 하고, 경제회복이라는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돌격내각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 이명박 정부의 예산안 처리과정에서 총대를 메다시피 한 이 의원의 입각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국회 운영위에서 늘린 청와대 예산을 깎았다. 청와대에 잘 보이려고 작정했으면 대통령 전용기 등 청와대 예산을 깎았겠느냐”며 “청와대에 잘 보이려고 한다면 왜 청와대 예산을 깎겠느냐. 역대 예결위원장 중 청와대 예산을 깎은 사람이 있느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기재부 장관을 노리고 예산안 처리를 주도했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개 눈에는 뭐 밖에 안 보인다고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라며 “완전히 정치 구호”라고 일축했다.

 


장미란(st12@sisa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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