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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최초 작성일 : 2012-06-12 13:54:59  |  수정일 : 2012-06-12 13:55:11.147
[이슈]종북논란, 정치권 손익계산서

통합진보당 4.11총선 비례대표 경선부정으로 불거진 ‘종북논란’이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급기야 지난 11일에는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새누리당 대권주자인 박근혜,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의 ‘친북 발언’을 공개하겠다는 어름장까지 놓은 상황으로 갔다.

‘종북논란’은 애초 진보당 내부의 문제였다. 진보당 부정경선 시비->‘경기동부연합’, ‘주사파’ 논란->5.12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진보당 혁신비대위 출범과 내부 갈등->이석기, 김재연 의원 사퇴논란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진보당이 이번 논란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그러나 6월로 접어들면서 임수경 의원의 탈북자 폄하발언을 계기로 ‘종북논란’의 전선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간의 다툼으로 이동했다. 새누리당은 심지어 ‘북한인권법’을 걸어 이해찬 당 대표에게까지 색깔론의 화살을 날리면서 급기야 민주당의 ‘신매카시즘’이란 대반격을 낳았다. 이젠 애초 발단인 통합진보당 사태는 국민 관심대상서 벗어나는 현상이 빚어졌다.


이러한 한 달간의 종북논란에 따른 정치적 손익계산서를 보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전 대표가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 새누리당 정당지지도는 6월 두 번째 주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45%를 기록하며 총선 승리 직후 급등한 지지도가 이후 조정과정을 거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정과정 없이 계속 상승 추세를 드러낸 것은 종북 논란의 영향이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특히 박 전 대표를 비롯한 친박근혜계가 종북논란의 정치적 승자인 반면 비박계는 큰 손실을 감내했다. 친박계는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의 종북 불지피기를 통해 당내 최대현안으로 제기된 대통령 후보 경선룰을 박 전 대표 의중대로 관철시켜가고 있다.

이재오, 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지사 등 비박계 주자들은 완전국민경선제가 채택되지 않으면 새누리당 당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마지노선을 쳤지만 종북 전선의 부각으로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상황이다. 이들에겐 종북 전선 형성은 분명한 악재였다.


반면 민주당은 야권연대의 파트너인 진보당의 부정경선과 종북논란 여파로 정치적 손실을 보았지만 실속 면에서는 큰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 정당지지도가 30%대 초반에서 한 달 간 정체되고 지지도 상승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됐지만 종북논란이 진보당에서 민주당으로 확전되면서 오히려 지지층을 일정 결집하는 효과를 낳았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무리한 종북 공세에 따른 부작용도 부각되면서 민주당으로선 반격거리가 생기면서 대여전선을 주도하게 되는 이점도 얻었다. 게다가 장기적인 측면에선 대선국면에서 진보당 변수도 크게 약화시킴으로써 대선국면을 민주당 중심의 판으로 만들 수 있는 입지를 확보했다.

종북논란의 진원지인 진보당은 이번 파문으로 올 12월 대선에서 자기역할을 해낼지 의문이 들 정도의 정치적 손실을 입었다. 4.11총선에서 10%대의 지지율을 얻은 진보당은 6월 두 번째 주 정당지지도는 3.9%까지 추락하며 대중정당으로서의 가능성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른바 새누리-민주 양당구도에 파열구를 내는 힘 센 제3당의 입지를 구축해보겠다는 당찬 포부는 당분간 실현하기 어려워 보인다. 부정경선과 관련된 당내논란 수습과정이 마무리될 경우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번에 입은 상처는 올 연말 대선국면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여긴엔 진보당 대권주자들의 입지 위축이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이정희, 심상정, 유시민, 노회찬 등 당내 대권주자들이 부각되면서 진보당 대선후보가 10% 내외의 지지율로 대선국면에서 야권연대 파트너인 민주당을 압박해나가는 그림은 이제는 거의 물 건너 간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상 올 대선국면에서 보일 진보당의 정치력이 가질 변수 비중은 크게 제한됐다.

역으로 민주당으로선 진보당 변수가 줄어든 만큼 보다 자유롭게 안철수 서울대 교수와의 연대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진보당에게 덧씌워진 색깔 공세를 민주당이 정면으로 안게 되는 부담을 지게 됐다.

12월 대선까지 종북 논란 이어질까?

그러나 민주당내에서 보수진영의 색깔공세가 올 12월 대선까지 이어질 것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내 중도보수적 의원들의 경우 보수진영의 색깔공세가 중도층 견인를 막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출마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김영환 의원은 지난 7일 ‘김영환의 대선일기’에서 “야권에는 패배의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며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연대에 종북의 깃발이 섞여 있지 않도록 눈을 부릅떴어야 한다. 그 고개를 넘어야 정권교체가 있다”는 생각이다.

반면 민주당내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의 색깔공세가 역효과가 날 것으로 자신하는 분위기다. 486 출신의 한 의원은 “지금 종북은 실체가 없을 뿐 아니라 철 지난 메뉴라는 것을 국민들이 먼저 알고 있다”며 “지금 북한문제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30-40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70-80년대까지는 북한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국민들은 인식했지만 지난 1990년대 사회주의체제 붕괴 이후 20여년간 크게 변화했다는 지적이다. 70-80년대 베트남 함락, 남미의 혁명도미노 등 국제적인 환경들도 북한의 위협에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했고 이 토대에서 반공이데올로기가 사회를 지배케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은 ‘안보 위협’ 대북인식은 약화되고 ‘대북관리 마인드’가 강화돼 왔다. 국민들은 과거 ‘북한의 침략과 위협’이란 방어적 개념의 대북인식에서 ‘북한은 관리해야 할 대상’이란 보다 주도적이고 공세적 개념으로 대북인식을 전환시켜왔다.

민주정부 10년간 당시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이 제기한 북한 관련 단골메뉴인 ‘대북 퍼주기’와 ‘북한 인권문제’는 “왜 DJ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핵’ 등을 둘러싸고 말 안 듣는 ‘북한’을 제대로 길들이지 못하느냐”는 ‘관리적 마인드’에서의 질책성 의미가 더 강했다.

지금의 보수-진보간의 대북정책관 차이는 곧 ‘북한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방법론적 문제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남북경협과 대화를 통해 북을 개혁으로 이끌겠다는 ‘관리방식’이라면 이명박 정부는 보수적 입장에서 대북강경과 압박을 통한 북한을 길들이겠다는 ‘관리방식’간의 차이다.

이러한 변화된 대북인식을 감안했을 때 새누리당이 대선시기까지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색깔공세를 벌이는 것은 박근혜 전 대표의 ‘과거회귀’, ‘수구적 이미지’를 강화시켜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로 현재의 대북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부분도 박 전 대표에게 큰 악재라는 지적이다. 남북관계가 다시 평화적인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는 욕구가 강해진 만큼 박근혜의 강경색깔 공세는 역효과를 야기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북한 문제가 서서히 ‘안보영역’에서 ‘경제영역’으로 이전하고 있는 것도 새누리당이 종북공세를 지속하는데 큰 부담이다. 우리 경제의 장기 저성장구조 탈피를 위해선 대북 경제협력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것과 맞물리고 있다.

새누리당과 박 전 대표는 단기적으로 ‘종북’ 공세를 통해 정치적으로 득을 얻었지만 이번 종북 공세 자체가 북한문제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스스로 차단하는 역효과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올 12월 대선국면까지 박 전 대표와 새누리당이 ‘종북’ 공세를 지속시키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찬 기자 [jchan@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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