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시네티즌)] 최초 작성일 : 2010-01-02 00:51:18  |  수정일 : 2010-01-06 19:26:33.240
[러브 매니지먼트] 사랑하다 성장하는 루저 연애성공담

언감생심, 사랑에도 계급은 있다. 직업, 재력, 외모 모든 것에 등급이 매겨진다면 꽤나 기분 나쁜 일이지만 유유상종이란 그냥 나온 말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못 올라갈 나무 열 번 찍어 넘어뜨린다는 뚝심 어린 옛 말도 있으니 용기 있는 자 희망을 버리지 말지어다. [러브 매니지먼트]는 별 볼일 없는 남자의 용기를 잃지 않는 연애담이다. 열 번, 아니 백 번 찍어 내 눈에 들어온 그녀를 종국에는 내 것으로 만들어버린 루저 성공담이랄까. 로맨틱한 제목과 컨셉은 시작부터 투닥대는 로맨틱 코미디 혹은 스크루볼을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루저 남자의 성장담을 품은 드라마라 말하는 것이 옳다.''

들어는 봤나 킹만, 지나가다 하룻밤 정도 들를 만한 아리조나 킹만 도로변의 작은 숙소. 마이크(스티브 잔)는 10년 전쯤 스무 살을 넘긴 것 같지만 백수처럼 부모님 모텔 허드렛일을 돌보며 살고 있다. 이 곳으로 그의 이상형 수(제니퍼 애니스톤)가 오기 전까지는. 비지니스 출장 중인 말쑥한 여인 수를 본 후 숙박 선물이라며 먼지 묻은 와인을 들고 가질 않나, 시도 때도 없이 알짱거리던 남자 마이크가 불쌍했는지 엉덩이 한번 만지고 나가라는 여자 수도 만만치 않다. 수가 떠난 후 마이크는 긁어 모은 용돈으로 편도티켓을 들고 무작정 그녀를 만나러 떠난다.

별다른 이상도 꿈도 없어 뵈는 시골 남자와 알 거 다 알 만한 도시 여자의 로맨스라, 강남처녀와 남원총각의 사랑만큼이나 비현실적인 궁합이다. [러브 매니지먼트]는 또래 남녀가 시작부터 티격대며 으르릉 거리다 사랑에 빠지는 상큼한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다. 피터팬 혹은 캥거루 족으로 살아가는 남자가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그 여자에게 어울릴 만한 남자가 되기 위해 눈을 뜨는 성장드라마다. 사랑 하나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철 없는 남자가 그 이상에 대한 대가로 생고생하다 사랑을 쟁취하는 착한 드라마이자, 현실적인 여자가 지고지순한 남자의 열정에 결국 눈을 뜨는 해피 엔딩이다.

영화는 악역도 큰 사고도 없이 전개되는 모양새가 다소 싱겁다. 상실로 머리깎고 수도승이 된다는 전개는 코믹하기보다는 사실 억지스럽다. 그 밖에도 순진남을 도와주는 아시아청년(이 청년 역시 부모 식당에 얹혀 사는 백수), 마이크가 즐기는 요가 등 미국 속 오리엔탈의 흔적들은 양념처럼 꽂혀 있다. 이렇게 이렇다 할 변수도 탁월한 장점도 (심지어 미남도) 없는 드라마지만 보다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동그란 눈, 선한 인상으로 무조건 돌진하고 보는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와 그의 연인이 사는 집 앞에서 겁 없이 세레나데를 연주하고, 낙하산을 타고 풀장으로 수직 낙하하는 이 남자의 만행들은 너무 귀여워서 그냥 넘어가주고 싶을 정도다. 이 남자의 두 번째 인생 챕터는 이별과 어머니의 죽음으로 전환점을 맞이한다. 어머니의 납골항아리와 유품이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형식은 [엘리자베스 타운]을 연상시킨다. 사랑을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의 정착역은 역시나 집이고, 이 짧은 여행 동안 마이크는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되는 셈이다. 순하디 순한 남자 마이크는 스티브 잔이 자신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살려 싱거운 맛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영화는 역시 사랑이 이긴다는 진리와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너뿐이야''류의 닭살 대사로 서로의 진의을 확인한다. 으레 제목에서 가질만한 톡 쏘는 로맨틱 코미디다운 맛은 없지만 전형성과 싱거운 양념으로 편안하게 즐길 만한 로맨스영화다. 돈과 명예, 외모 따위 모두 뒤로 하고 역시 진정한 사랑이 이기고 만다는 메시지는 진부하다. 하지만 때로는 변화구보다 직구가 통할 때도 있다.



양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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