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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시네티즌)] 최초 작성일 : 2010-01-15 02:37:35  |  수정일 : 2010-01-17 02:36:04.143
[리틀 애쉬] 두 천재 예술가의 사랑과 우정사이

고흐에게는 한때 고갱이 있었다. 신윤복에게는 김홍도가 있었고, 베를렌느 곁에는 랭보가 숨쉬었다. 천재 예술가의 곁에는 언제나 창조를 돕는 존재, 영혼의 동반자 뮤즈가 있기 마련이다. 같은 방식으로 달리에게는 로르카가 있었다.

[리틀 애쉬], 달리의 역작 중 하나인 명화의 이름을 붙인 영화는 광기와 예술이 공존하던 20세기초반 스페인 마드리드의 공기 속에서 세 남자의 관계 속으로 파고든다. 스스로 자신을 천재라 부름에 주저하지 않는 화가 달리, 스페인의 문호 로르카, 그리고 이들의 초현실적인 세계관을 영화로 표현한 루이스 브뉘엘, 세 사람의 젊은 시절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죽음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표상한다.

제목은 달리의 명화에 기반하고 있지만, 사실상 영화가 탐닉하는 것은 시인 로르카의 고뇌다. 18살의 자유분방한 영혼 달리를 만나고 영혼이 흔들리는 순간, 그리고 이 고통을 시적으로 풀어내는 독백들이 하얀 재처럼 흩어진다. 드라마틱한 삼각관계의 역동성은 브뉘엘과 달리의 [안달루시아의 개]가 등장 한 후 가속화된다. 로르카의 고향이 안달루시아이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희화화한 듯한 영화 제목에 로르카는 광분한다. 이리도 영화가 조명하는 천재들의 모습은 더없이 인간적이다. 영화는 시대를 풍미한 천재들을 화내고 사랑하고 분노하는 감정적 인물들로 그려내면서, 이 폭발하는 감정의 소산이 그대로 그들의 작품 속으로 녹아 내리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달리와 로르카의 이끌림은 손쉽게 퀴어코드로 넘어간다.

달리와 로르카가 교감하는 달빛 수영 씬은 꽤나 매혹적으로 도드라진다. 달빛이 유영하는 해변, 하얗게 부서지는 거품 속에서 매혹적으로 젊은 육체를 전시한다. 육체를 탐닉하는 이 장면은 아름다울 지언정, 그 후에 두 사람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야오이스럽다. 여기서 영화는 삐걱대기 시작한다.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한 비극적인 사랑으로 승화됐다면 아름다운 퀴어영화가 됐겠지만, 고급스런 BL라인에 천재의 전기를 조합한 퀴어물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심하게 말하면 역사 코스프레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강한 감정이입이 필요한 이들의 비밀스러운 사랑은 쉽게 해리된다. 달리라는 천재는 뱀파이어 청년 로버트 패틴슨이 담아내기는 용량초과의 인물로 보인다. 다행스러운 것은 우리에게 생소한 배우 하비에르 벨트란이 화한 인물 로르카가 매번 감정이입이 약해질 때마다 영화에 집중하게 하는 입김을 불어넣는다.

영화는 달리나 로르카의 전기를 몰라도 이해하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다. 중간중간 흑백무성영화로 표현된 로르카의 상상은 영화를 예술적으로 포장하지만, 큰 감흥을 주지는 못한다. 영화 홍보는 영화 주된 내용과 별개로 달리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진짜 주인공은 로르카라는 사실을 알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달리의 그림을 영상으로 손쉽게 접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티켓을 손에 쥔 관객들은 기대를 크게 갖지 않는 것이 좋겠다.



양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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