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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최초 작성일 : 2011-02-14 12:01:32  |  수정일 : 2011-02-14 12:01:37.347
[폴리칼럼] 조건부 남북대화의 실체
결국 예비군사회담은 결렬되고 말았다. 미중의 남북대화 요구와 북한의 잇따른 전향적 자세 그리고 이명박 정부의 대화거부 부담 등을 고려해 혹시라도 회담이 성사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지만 역시나였다.

최대쟁점이었다는 의제를 보면 남측이 너무나 옹졸한 자세를 고수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천안함과 연평도를 먼저 다루고 기타 군사적 의제를 논의하자는 남측의 주장과 천안함과 연평도를 포함해 군사적 의제를 같이 다루자는 북측 주장 사이에 무슨 큰 차이가 있는 것인지 사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진정으로 회담을 성사시킬 생각이 있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얻어내고자 한다면 북이 천안함과 연평도를 다루자고 동의한 만큼 일단 마주앉아 회담을 시작한 자리에서 집중적으로 천안함과 연평도를 따져도 될 일이다. 굳이 천안함과 연평도만을 의제로 하고 거기에서 분명한 북한의 굴복이 없으면 다음으로 진전시키지 않겠다는 남측의 고집은 무슨 일이 있어도 천안함에 대한 북의 시인과 사과를 받아내겠다는 것인데, 이미 대내외적으로 국제적으로 공개적이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천안함과의 무관을 주장해온 북으로서는 사실상 수용 불가능한 조건일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만을 걸어 대화의 전제로 삼는다면 이는 곧 남북대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조건을 핑계로 회담성사 자체를 거부하는 의도에 다름 아니다.

북한의 대화제의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은 이른바 ‘조건부’ 남북대화인 셈이다. 그리고 그 조건들은 사실상 북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들이다. 이미 유엔에서 천안함 공격을 공식 부인했던 북한이 남북대화에서 입장을 번복해 시인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일이다. 조건부 대화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대화가 결렬되고 마는 논리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수용불가능한 조건을 진정성의 기준으로 간주하고 이를 대화성사의 전제로 못박는 것은 그야말로 대화를 위한 조건이 아니라 거부를 위한 조건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매번 북에 대해 조건을 달아 왔다. 비핵개방 3000 구상도 북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잘살게 해주겠다는 조건부 대북정책이었다. 그랜드 바겐 역시 북이 핵폐기의 실질적 조치 즉 핵무기나 핵물질을 내놓으면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조건부 협상전략이었다. 남북관계를 중단시켰던 금강산관광 재개도 이명박 정부의 3대 조건에 걸려 한걸음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어렵게 마련된 남북대화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또 조건을 걸어 놓고 있다.

조건부 대화를 내세울 때는 조건이 우선인지 대화가 우선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대화하려는 게 우선이라면 조건은 대화를 통해 그리고 대화의 끈을 유지해가면서 얻어내야 한다. 대화를 하려는 의지가 핵심이라면 당연히 조건은 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말로 대화를 할 의지가 있다면 자신의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상대방이 조건에 전향적으로 반응할 경우 이쪽도 전향적으로 해석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조건부 대화는 대화가 우선이 아니라 조건이 우선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화 성사보다 조건 관철이 더 중요하다고 여길 경우 자신이 내건 조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대화는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된다. 비핵개방 3000도, 그랜드 바겐도, 금강산관광 재개의 경우도 모두 그랬다.

지금의 조건부 대화가 결국 대화결렬의 수순일 거라는 우려를 더욱 확신하게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인식이 ‘붕괴후 흡수통일론’에 여전히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중정상회담 직전에 한국의 외교안보수석이 미국 방송 인터뷰를 통해 북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북한붕괴 대망론을 공식화한 것은 미중의 대화 권유에 대한 사실상의 반대 입장이었다. 곧 망할 체제로 북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한, 외부의 요구에 밀려 대화에 나서지만 이명박 정부의 본심은 결코 대화를 하고 싶지도 않고 할 필요도 없는 것일 거다. 기대를 모았던 예비회담이 결국 결렬되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도 이명박 정부의 조건부 대화는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건미달을 이유로 대화를 결렬시키겠다는 고도의 전략이 아닌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대화의 조건이 아니라 대화거부를 위한 조건이 되고 있는 셈이다.

조건을 걸어 남북대화를 결렬시킨다면 향후 한반도 정세에서 이명박 정부의 발언권과 개입력은 회생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명박 정부의 고집과 오기에도 불구하고 UEP의 시급성때문에 북핵회담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시기 6자회담에서 납치문제를 조건으로 거는 바람에 결국은 외교적 왕따가 되고 만 일본의 경험을 반면고사로 삼아야 한다.



김근식(폴리뉴스 칼럼니스트/경남대 교수, 정치학)

김근식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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