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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포커스] 최초 작성일 : 2008-12-04 16:55:47  |  수정일 : 2008-12-05 14:42:00.033
몸 값 높인 박근혜 “도와줘? 말아?”

여야 정치권에서 ‘박근혜 역할론’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책임있는 모습’을 요구하며 전면에 드러나서 활동하도록 주문하고 있는 것. 특히 최근 경제위기와 여권의 분열 등을 이유로 국정 동력이 주춤해지면서 ‘개각’에 박 전 대표의 이름을 올리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어떤 친박계 인사의 중용도 박 전 대표의 직접적인 도움보다 효과를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냉랭한 남북관계에 화해의 분위기를 전할 ‘대북특사’ 등 중책에 그를 거론하는 일이 늘고 있다. ‘역할론’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정치권은 친박계의 급속한 팽창에 대한 견제와 더불어 난국에 박 전 대표의 힘을 빌리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 어지러운 정치판…사령탑 자리 잃은 청와대 대안?
여의도 들끓는 박근혜 역할론, 침묵은 이제 그만! 행동으로 보여 달라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던 역할론은 야권의 질책과 한나라당 지도부의 압박이 맞물리며 점점 커지고 있다.



서 말 구슬도 꿰어야 보배



박 전 대표의 역할을 두고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은 ‘총리기용’이다. 대선 후 정치권 일각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화해를 위해 ‘총리기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이들은 ‘한 자리’를 원했고 이 대통령도 ‘대통령’으로 국정을 운영할 자신감이 충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대통령’의 정체성을 흔드는 경제 위기 후 박 전 대표의 ‘총리기용론’은 절실한 목소리가 되고 있다. 경제 위기 뿐 아니라 정치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방해하지 않겠다’는 이유를 내세운 친박계의 ‘방관’ 혹은 ‘비협조’로 한나라당은 ‘식물여당’이 되어 버렸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참을 만큼 참았고, 견딜 만큼 견뎠으니까 이제는 행동을 해줘야 할 때”라고 강경 드라이브를 주장했다. 경제위기 상황임에도 비경제적 쟁점을 둘러싼 정쟁으로 시급한 내년도 예산안 및 관련 법안 처리를 하지 못하는 등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는 반성 때문이다.

여당이 강력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절실한 것이 ‘경선 후유증’, 즉 친이계와 친박계의 계파 갈등을 종식시키는 것이라는 데 정치권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는 보수진영에서 더욱 거세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지난달 25일 ‘당내 통합을 위한 전제 조건’을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경선 후유증을 먼저 털어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선을 하다 보면 별별 공격들이 다 오가는 것 아니냐. 그러나 경선이 끝나면 다 잊으면 된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대통령 측이 아직 그 앙금을 다 털어 버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또 “대통령은 ‘크게 통합해 영도하는 사람’이란 뜻”이라면서 “대통령은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연말·연초 개각론이 흘러나오고 있는데다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국무장관 기용을 계기로 ‘통합의 리더십’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도 ‘박근혜 총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한 보수논객도 “박 전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차기권력의 선두주자”임을 강조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현재의 권력은 초조해지게 되고 박 전 대표의 정치 세력은 커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 후 갈등 상황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면서도 “이번에도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기엔 나라 사장이 너무 심각하다”며 양 진영의 단결을 주문했다.

박 전 대표를 ‘대북특사’로 파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북한이 개성공단을 두고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것이 이롭지 않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양쪽으로부터 모두 신뢰받는 분이 가야 한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표가 대북특사로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은 이 대통령의 모든 공과를 함께 해야 하는 총리보다는 어려운 과제지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협조 의지를 보임과 동시에 자신의 이력을 쌓을 수 있는 ‘대북특사’에는 솔깃하지 않겠냐는 반응이다.



정치란 ‘나’를 버리는 것


이전과는 달리 박 전 대표도 어느 정도 이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측근들을 통해 “도와 달라”(친이)고 말하고 “정식으로 제안해라. 박 전 대표를 떠보는 식은 곤란하다”(친박)며 냉담한 반응을 보여 왔지만 현 상황은 박 전 대표에게도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취임 초 이 대통령의 의중대로 국정 운영을 하라고 물러나 있다는 식의 대응이 가능했지만 ‘위기’로까지 불리는 경제·정치 상황은 박 전 대표에게도 일정부분 ‘책임’과 ‘의무’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박, 월박, 주이야박 등 친박계가 세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여권에서 친박계의 수장인 박 전 대표의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비판만 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정권이 어려울 때는 정권을 도와주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보수 대개혁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이번 정기국회에 마련해야 하며, 인재 재배치는 대통령이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모든 채널을 열어놓고 있으며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인재 재배치에 대해 “능력있고 추진력있는 사람이라면 내 편·네 편, 전 정권·현 정권 사람을 가리지 말아야 하며 소신이 뚜렷하고 깨끗해야 할 것”이라며 ‘탕평 인사’를 강조했다.

이어 26일에는 ‘소리장도(笑裏藏刀·웃음 속에 칼을 숨기다)’를 들며 “이명박 정부가 촛불집회를 겪을 때 (박 전 대표가) 도와 준 적이 없고, 지난달 재보선 때도 아무 역할을 안 했다”며 “오히려 수도권 규제 완화를 놓고 중앙과 지방 간 갈등이 일었을 때 정부를 비난하고 나섰다”고 비판, 박 전 대표의 행동을 촉구했다.


총리기용설, 대북특사설 등 ‘역할론’ 설왕설래, 지도부·중진 압박 심화
“정치란 나를 버리는 것” 정중동 박근혜 전면으로 나서 ‘구원병’ 될까



민주당 송영길 최고위원도 박 전 대표에게 “침묵을 지킬 게 아니라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며 “집권당 프리미엄을 즐기며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도 ‘초탈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달 21일 부산 부경대에서 정치학 명예 박사학위를 받은 뒤 “정치란 나를 버려야 하는 것”이라며 “나를 위해서 사심을 갖거나 내 주위의 이익을 도모한다면 그런 정치는 이미 존재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내 정치 철학에 박근혜는 없었다”면서 “정치란 잠시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나를 버릴 때 원칙과 약속도 지킬 수 있고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신뢰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권력투쟁이라고 하지만 나를 버릴 때 정치는 권력 투쟁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되고, 비워진 바로 그곳에 국가와 국민을 채울 수 있다”고 ‘헌신’을 이야기 했다.



실현 가능성은 아무도 몰라

정가는 박 전 대표의 역할론의 실현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반응이다. 경선과 대선이 끝난 후로도 1년 여 간이나 ‘소 닭 보듯’ 했던 둘의 관계가 쉽사리 화해에 이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나 대북문제 등 ‘무거운’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는 것이 도움이 될지도 문제다.

박희태 대표는 개각과 관련해 “개각을 할 것이냐,폭은 얼마나 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고 일축했다. 그는 “건의는 할 수 있지만 현재는 건의할 시기가 아니다. 경제적 난제를 풀기 위해 경제팀이 동분서주하는 이때에 ‘너 그만두라’고 하는 건 국가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개각’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경제문제나 대북문제에서 박 전 대표가 얼마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겠냐”면서 “‘역할론’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도움을 준다는 것인데 어려운 일만 쌓여 있고 이 대통령의 신뢰도 없는 마당에 굳이 손을 내밀고 싶어 하겠냐”고 반문했다.

친박계 한 의원도 “박 전 대표가 협력 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협력 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아직은 박 전 대표가 나서주기보다는 대통령이 충분히 국정비전을 가지고 끌어나갈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와 공간을 드리기 위해 비켜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시기상조’를 강조했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이정현 의원도 당 홈페이지에 ‘중진일언중천금(重鎭一言重千金)’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같은 당에서 서로를 잘 지켜봐 온 사이인데 (박 전 대표의) 애당심과 소속감을 의심하는 말을 직설적으로 했으며 막말에 가까운 일방적 매도도 있었다”며 박 전 대표를 향한 ‘압박’에 반감을 표시했다.

그는 “도발인지 돌발인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명백하게 부적절한 처사”라며 “각자의 방식으로 국가 위기 극복에 기여하도록 다른 사람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자”고 소리 높였다.

그러나 당 지도부와 친이계의 압박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친이계 중진인 안상수 의원은 27일 “박 전 대표가 할 일은 어떤 자리가 주어지든 연연하지 말고 이명박 정부와 힘을 합쳐 경제 위기극복에 앞장서는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큰 지도자이기 때문에 먼저 마음을 열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의 ‘역할론’에서 친박계에 대한 ‘견제’를 읽고 있다. 계파가 커지면 박 전 대표에게 ‘책임’을 강요하겠다는 의도라는 것. 그러면서도 박 전 대표가 도와주겠다고 나서면 박희태 대표가 말한 유일한 ‘여권 중심’ 대신 정치적 안정에 ‘유력 정치인’을 활용하겠다는 ‘이중포석’이라고 지적한다.

 


장미란(st12@sisa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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