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최초 작성일 : 2008-12-09 15:48:35  |  수정일 : 2008-12-15 09:37:32.957
“번개가 잦으면 천둥이 친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회동론이 연말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경제위기, 정치 불안과 관련,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만나 협조를 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말연초여서 여권 중진과 이 대통령의 회동이라는 모양새가 수월하게 꾸려질 수 있는데다 여권에서 ‘박근혜 역할론’을 청와대에 전달했으며 측근들의 건의도 이어지고 있어 이 대통령도 이를 고심하고 있다는 점, 청와대 관계자들의 친박인사 만나기가 줄을 잇고 있다는 것이 회동설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들끓는 친이계와는 달리 친박계는 냉담하다. 진정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정치권도 회동 보다는 그 이후의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이 자리를 함께 해도 ‘결과물’이 없이는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권을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박근혜 역할론’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회동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져 가고 있다. 말로만 떠들어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말로 안 되면 만나서 풀어야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를 둘러싼 ‘총리기용설’ ‘대북특사설’ 등 ‘역할론’에 대해 “허공에다 대고만 떠들었지 박 전 대표한테 공식적으로 무엇을 해달라고 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허 최고위원은 “또다시 박근혜 총리론이 나오는 것 같은데, 신뢰 회복없이 그림만 좋게 그린다고 다 되는 것이냐”며 “진정성없는 역할론은 양측에 또다시 큰 상처만 입히게 될 뿐”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는 게 친박계의 주장이다. “박 전 대표는 애국심 덩어리”라고 말한 홍사덕 의원은 “(박 전 대표는) 나라를 위해 헌신할 기회가 왔을 때에는 물러설 사람이 아니”라며 “지금이 정말 위기이고, 박 전 대표의 역할이 필요하다면 국민과 당, 대통령이 그런 애국심을 적절히 활용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서 제기되는 각종 ‘설’ ‘론’에 친박계 “진정성 있는 제안하라”
‘박근혜 역할론’ 높아가자 청와대 측근들 ‘연말 회동’ 강하게 건의



그러나 그도 연초 ‘박근혜 총리’ 제안을 기억하는 듯 “지난번에 얼마나 어설펐는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는 제안이 아니라 정치 플레이에 그치는 ‘설’에 “자극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한편 이 대통령의 진정성있는 제안이 있을 경우 박 전 대표는 이를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제안’으로 손꼽히는 것이 단독회동이다. 이 자리를 통해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끌어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면 데면데면했던 둘의 관계뿐 아니라 당의 화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경제위기가 계속되는 와중에 계파정치가 강조되는 등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갈등구조가 두드러지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스럽다는 게 여권의 공통된 목소리다. 계파 갈등을 넘어 국가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화합’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친박계 인사의 중용을 두고 ‘진정한 탕평인사가 아니라 계파 때문에 그들에게 이익을 주는 역차별적인 일’이라며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하는 이들도 있지만 함께 일했던 이들을 중용하는 이 대통령의 인사관리 특성 상 현재 정부가 가지고 있는 인재풀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것과 친박계와의 갈등이 이 대통령에게도 분명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친박계 인사의 중용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내 친박계의 수가 친이계를 바싹 따라잡고 있는 상황에서 당내 인사의 탕평중용에 친박이 빠질 수 없으며 친박계 인사를 중용한다는 것은 야당이건 전 정권의 인재들이건 기용할 수 있는 문이 열려 있음을 확인시키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

박 전 대표도 위기상황에 ‘이미지 관리’만 하다간 지난 총선과정에서 갖게 된 ‘복당녀’라는 비판 섞인 시선처럼 또 하나의 ‘낙인’을 얻게 될 수 있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 대통령과의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대통령의 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지금은 태평양 한가운데 지진이 발생해 쓰나미가 몰려오는 비상 상황”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건 통합”이라고 말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여야가 어디 있고 더욱이 친이·친박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정 의원은 “연초 인재 재배치 과정에서 통합 메시지가 담길 것 같은가”란 질문에 “비상하게 대처해야 할 때 필요하다면 무엇을 못 하겠는가”라며 “대통령이 상황에 따라 잘 판단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아직 구체적인 건 아무것도”


청와대는 ‘박근혜 역할론’과 관련, “아직 그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되거나 계획된 바 없다”면서도 “(박 전 대표는) 평시에도 협조해서 같이 국정을 이끄는 지혜를 구해야 할 대상”이라며 “하물며 국난적 상황인데, (박 전 대표가 일정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혀 기존의 원론적인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박 전 대표는 국정의 동반자”라고 강조하면서도 “이 대통령은 작위적인 것은 원치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와 화합해야 한다는 여론이 이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있으며 청와대 측근들은 이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와의 연말회동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대통령이 참석한 몇 차례의 공식·비공식 회의석상에서 일부 참모들이 이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와의 연말 회동을 강하게 건의한 것.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경제위기 속에서 여야가 따로 없는 초당적인 협조를 요청하고 있고,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 내부의 단합을 위해서 박 전 대표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 ‘연말회동’ 제안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참모들도 잇따라 여당 의원, 특히 친박계 인사들과 회동을 갖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친이 성향 초선 의원들과 3, 4명씩 그룹을 지어 연쇄 회동을 갖은데 이어 1일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이정현, 김세연, 이진복, 유재중, 허원제, 현기환 등 친박 성향 의원 6명과 오찬을 함께했다. 3일에도 친박계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7일에도 친박계인 유승민·김성조 의원과 중립파인 권영세 의원, 친이계 정두언 의원과 함께할 예정이다.

11일에는 윤상현 의원, 13일에는 이혜훈 의원 등과도 만찬을 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연말까지 친박 인사들과의 약속이 줄줄이 잡혀있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2일 여의도에서 유기준, 한선교, 현기환, 김선동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과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유기준 의원은 “개각과 관련한 무거운 주제의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박근혜 역할론’과 ‘개각’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 여의도 출근 도장 찍고 친박계 자주 만난다
“말로만 동반자? 언제든 대통령과 독대 가능해야 진정한 ‘동반자’”



지난달 여당 의원들과 매일 회동을 가졌던 맹형규 정무수석은 이달 들어 매일 여의도로 출근하고 있다. 친박인사들과 친분이 깊은 맹 수석은 지난 2일 이혜훈·구상찬 의원 등 친박 핵심인사들과 만찬을 함께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특별히 친박성향 의원들을 따로 만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연말 정치일정이 긴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정치권과의 소통 차원에서 자주 회동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여권 내에서는 청와대 참모들의 ‘여의도행’이 내년 초 개각론 등 여권 개편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과 개혁입법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여권 내 지분이 큰 박 전 대표에게 손 내밀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만난다고 모두 YES는 NO!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만남’에 대해서는 ‘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크다.

지난 5월 이미 주위의 요구에 의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에 대해 언론이나 국민의 요구가 컸다. 그러나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회동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정가는 “상황이 맞지 않는 상태에서 내키지 않은 만남을 가진 이들이 어떤 ‘소기의 성과’를 얻는다는 것은 무리수에 가깝다. 절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만나 ‘침묵의 화해’가 아닌 ‘진심의 화해’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근혜 역할론’을 주장하는 친이계와 친박계 인사들을 만나고 다니는 청와대 핵심 인사들의 노력에도 친박계는 “말로만 압박을 하고 있다”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어떤 직함을 맡든지 안 맡든지 관계없이 여러가지 역할을 여러 곳에서 충분히 하고 있”으며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모든 책임이 박 전 대표에게 있는 양 나서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친박계에서는 “지금 박 전 대표가 나서면 당이 깨진다”는 항변이 흘러나온다. 당을 깨기 위해 움직이지도 않았고 당론이 정해지면 힘을 보탰는데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다.

박사모 대표 정광용씨는 ‘박근혜 역할론’과 관련, “진정성이 없는 제안이라면 박 전 대표는 자리를 맡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박 전 대표는 비록 상황이 어렵고 힘들다고 하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도와 달라’는 요청을 한다면 국가를 위해 나설 분”이라며 “이 대통령측에서 물밑접촉을 해서라도 신뢰를 쌓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이란 가진 사람이 나눠야하는 게 아니냐”면서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일부 각료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하고, 박 전 대표가 추진하는 정책에 전폭적 지원을 약속하는 수준의 진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언제든 이 대통령과의 독대가 가능해야 진정한 ‘동반자’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의원도 “모든 인사나 정책 결정권을 주도하고 있는 이 대통령측에서 (박 전 대표가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대신 탁 털어놓고 ‘이런 것은 좀 협력해달라’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성사시킬 중간 노력들이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미란(st12@sisa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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