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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최초 작성일 : 2012-05-22 12:18:01  |  수정일 : 2012-05-22 12:18:07.280 기사원문보기
[이슈]통합진보, 3대 시나리오 중 최악 상황으로 가나

최악의 시나리오로 흐르고 있다. 검찰은 전날(21일)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통합진보당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했다. 농성이 아닌 내부 비리로 검찰이 정당을 압수수색한 첫 사례다. 한국 진보정치사의 치욕이다.

전날 오전 8시 10분경 통합진보당 대방동 중앙당사에 들이닥친 검찰은 22일 오전 2시 30분경 당원명부가 담긴 서버를 통째로 압수했다. 18시간 동안 통합진보당 당원 등이 격렬히 저항했으나, 끝내 검찰의 수사압박에 견뎌내지 못했다.

진성당원제를 표방하는, 그래서 진보정당의 심장이라 불리는 당원명부가 공안검찰에 넘어가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두 번째 치욕이다. 통합진보당 당원명부를 확보한 검찰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공무원노조 소속 당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다면, 진보정당은 더욱 벼랑 끝으로 몰리는 최악 중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강기갑 혁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BBS라디오 <고성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검찰의 당원명부 서버 압수와 관련, “비례대표 경선 투표자 명단이 아니라 지난 13년간 입당·탈당 기록 등 20만명 이상의 당원 명부를 탈취해 갔다”면서 “모든 당원의 정보, 당 활동이 그 안에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정미 혁신 비대위 대변인도 같은 날 검찰의 압수수색을 “정당정치활동의 기본권을 짓밟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검찰의 폭거”로 규정한 뒤 “통합진보당이 새롭게 쇄신하고 진보정당의 굳은 토대를 만드는 일에 정면도전한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속도전 전개한 검찰, 신당권파 혁신안에 찬물…당 패닉

눈여겨 볼 대목은 검찰의 압수수색 시점이다. 우익단체 <라이트코리아>가 통합진보당 선거부정 의혹을 고발한 것은 지난 2일. 검찰은 20여일 동안 통합진보당에 대한 수사를 지체하다가 21일 전광석화 같은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21일은 혁신 비대위 측이 구당권파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에게 사퇴통보를 최후 통첩한 시간이다. 혁신 비대위 측은 이날 오전 10시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등에 대한 출당이 포함된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검찰이 발표 2시간 전에 통합진보당 당사를 급습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 검찰이 통합진보당 혁신 비대위의 문제 봉합을 흐트러뜨리는 방해 전략을 쓴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검찰의 압수수색은 당 혁신을 짓밟기 위한 의도”라며 “진보정당의 뿌리를 잘라내고 야권 분열을 획책하려는 것”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이 대목이다. 강기갑 위원장과 혁신 비대위 측은 22일 오후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등 비례대표 사퇴 거부자에 대한 출당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압수수색과는 별개로 당 혁신안은 지체할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진보정당의 도덕성이 땅으로 떨어진 가운데, 쇄신안마저 무력화될 경우 진보진영의 ‘3자 원샷’ 통합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이유다.

그러나 쉽지 않다. 당원 비대위를 출범시킨 구당권파의 ‘몽니’로 신당권파의 쇄신 동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구당권파 측이 모든 당원들과 함께 검찰공세를 막아내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신당권파가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등에 대한 출당조치를 감행할 경우 오히려 분열의 원흉이라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구당권파 측은 부정 경선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도 “신당권파의 쿠데타”라고 규정한 바 있다. 통합진보당이 검찰의 압수수색이라는 초유의 일을 겪은 가운데, ‘동지를 버리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농후한 셈이다.

그렇다고 혁신 비대위 측이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에 대한 출당 조치를 마냥 미룰 수도 없다. 신당권파의 고민은 이 지점이다. 버티기로 일관하는 비례대표 당선자에 대해 검찰과 같이 전광석화 같은 출당조치를 감행하기도, 그렇다고 구당권파 측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통합진보당의 최악의 시나리오가 대두된 까닭이다.

사면초가에 빠진 통합진보당의 최상의 시나리오는 강기갑 위원장이 ‘이석기·김재연’ 당선자를 설득해 자신사퇴 하는 안이다. 중간 시나리오는 버티기로 일관한 비례대표 당선자가 신당권파 측에 의해 출당되는 것이다. 최악은 바로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등을 출당도 못시키고 적당히 봉합하는 수순에서 ‘진보시즌 2’를 외치는 시나리오다.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검찰의 수사가 결과적으로 통합진보당 쇄산안 중 최악의 시나리오로 가는 촉매제가 됐다. 검찰이 아슬아슬한 버티기로 일관한 구당권파 측의 행동반경을 넓혀줬다는 얘기다.

‘출당과 버티기’ 기로에 선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에게 단 며칠 동안이라도 버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주어진 상황이고, 신·구당권파 측 모두 이전보다 ‘분당은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구체제와의 단절도, 진보시즌 2를 위한 혁신도 어정쩡하게 된 셈이다.

통합진보당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에 대한 출당은 출당대로 하되 분당은 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통합진보號 순항,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에 달렸다…왜?

검찰의 무리한 압수수색이 구당권파 측의 행동반경을 넓혀줬어도, 이석기·김재연 당선자가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다. 통합진보당의 미증유의 위기는 구당권파 측이 자초했기 때문이다.

진상조사위원회가 비례대표 부정 경선 조사결과를 발표했을 당시 구당권파는 “부실은 있되 부정은 아니다” “유죄가 아니면 무죄”라며 신당권파 측을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붙였다. 또한 구당권파는 진성당원제와 당원 민주주의를 자의적으로 해석, 자신들의 권력 지키기 수단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전 공동대표 사퇴 이후 출범한 강기갑 혁신 비대위에 맞서 김선동 오병윤 이상규 김미희 당선자 등은 ‘당원 비대위’를 출범시키며 당 혁신안에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통합진보당은 신속한 사태 수습에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에 빌미를 제공했다. 스스로 화를 초래한, 다만 어색한 동거를 하는 모습이 현재 구당권파의 현실이다.

이석기·김재연 당선자가 사퇴 불가를 천명한 만큼 문제해결은 요원하나, 이들이 혁신 비대위의 출당 수순에 발맞춰 결단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진보정치 자체가 공멸하기 때문이다. 구당권파도 이너서클식으로 움직이는 조직흐름을 혁파하고, 대중과 호흡하는 ‘경기동부연합의 시즌2’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NL(민족자주파) 한 계열인 경기동부연합은 과거 민주노동당의 당권파였다. 하지만 그동안 당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대중 노선과 대중 지도자를 분리하는, 특유의 조직논리 때문이다. 경기동부연합은 지난 2007년 민노당 대선경선 때도 PD(민중민주파)계열인 권영길 의원을 지지했고, 2008년 총선 이후엔 NL 비주류인 강기갑 의원을 대표로 만들었다. 대리인정치의 전형인 셈이다.

그러다 경기동부연합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 앞서 이정희 의원을 당대표로 전면에 내세우며 당사자 정치의 초석을 마련했다. 대중성을 지향하는 NL 특유의 조직논리 때문이다. 경기동부연합의 당사자 정치를 위해선 외연확장이 절실했고, 그 결과물이 반MB연대와 진보자유주의 세력인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었다.

그러나 야권연대 경선 관악을 ‘연령 조작’으로 이정희 전 공동대표는 불명예 퇴진했고, 비례대표 부정 경선으로 경기동부연합의 실세 ‘이석기’와 차세대 주자 ‘김재연’ 당선자 등은 궁지에 몰렸다. 뜻하지 않게 당사자 정치의 초석이 무너졌고, 이 과정에서 대중 노선과 대중 지지자를 분리하는, 운동권 조직 특성이 또다시 드러나게 됐다.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가 자신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언론과 숨바꼭질을 한 이유도 이들이 대중 노선과 대중 지지자의 분리 현상에 매몰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경기동부연합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사자 정치에 걸맞게 ‘대중 노선과 대중 지지자’를 일치하는, 전략적 수정노선을 견지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 때문이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는 이날 <폴리뉴스>와 통화에서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사태는 진보정당이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가느냐, 못 가느냐의 중대기로”라며 “최상의 방법은 혁신 비대위이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를 설득하는 것이다. 그래야지 당도 살고 야권연대도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신형 기자 [tlsgud80@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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