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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최초 작성일 : 2013-04-02 11:30:00  |  수정일 : 2013-04-02 11:33:59.843 기사원문보기
"어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마세요"…아이들의 눈에 비친 학교폭력

학교폭력은 최근 주요 사회 이슈 중 하나다. 안타깝게도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이제 낯선 사건이 아니게 됐다. 교육 당국이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아직도 학교폭력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잊힐 만하면 또 다른 학교폭력 피해 사례가 나와 안타까움을 사고, 그때마다 교육 당국과 해당 학교는 뒤처리를 하느라 홍역을 치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동안 학교폭력 문제는 대부분 어른들의 시각에서 논의된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학생들 입장에서 본 학교폭력은 어떤 모습일까. 대구 동부교육지원청이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동안 운영한 모임 ‘세잎 클로버’에 참가한 고교생 5명을 만났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동안 학교폭력 관련 토론, 학생과 교사 등 인터뷰, 설문조사 등을 진행한 뒤 최근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 정책 학생 모니터링단 활동 보고서'를 펴냈다. 이들과 함께 학생 눈높이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짚어봤다.



◆학교폭력을 보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시각 차이


대구여고 3학년 최재은 양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토론, 보고서 쓰기에 대해서도 배웠지만 자신감이라는 더 큰 소득을 얻었다. "설문조사, 인터뷰, 보고서 발표 등을 경험하며 다른 사람 앞에 섰을 때 움츠러들지 않게 됐어요. 예전엔 낯선 사람을 만나면 금방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내성적이었거든요."


재은이가 쓴 보고서는 '학교폭력에 관한 학생, 학부모, 교사의 시각 차이와 분석'. 대구여고 학생 55명, 대구여고와 고산중 교사 17명, 학부모 57명 등 모두 1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설문 가운데 피해 학생에게 가장 고통스러울 것 같은 학교폭력 유형을 물었을 때는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신체적 폭행, 강제 심부름보다 집단 따돌림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다만 학교폭력을 당하게 됐을 때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것 같느냐는 질문에선 답이 엇갈렸다.


"학부모와 선생님은 친구를 가장 먼저 꼽았지만 정작 학생들의 답은 '엄마-선생님-친구' 순서라는 답이 다수였어요. 또래 문화의 영향력이 큰 시기지만 학부모,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겨볼 부분이죠."



◆동아리 내 학교폭력에도 관심을


"이 활동을 하면서 저 자신도 자각 못 했던 행동들로 친구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을지 반성해 보게 됐어요."


대구여고 3학년 홍유빈 양은 '여고 동아리 내의 학교폭력 실태'를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했다. 한 비공식 동아리 소속 학생들을 위주로 40명을 선정해 설문조사도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1명이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었고, 그중 8명은 존댓말과 90° 인사 강요 등 '군기 잡기'를 경험했다. 동아리 내에서의 바람직한 선`후배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친자매 같은 부드러운 관계가 좋다'는 답(18명)이 가장 많았지만 '위계질서(직책의 상하 관계에서 생기는 복종과 예절 등)를 지켜야 한다'고 답한 학생도 12명이나 됐다.


군기 잡기 등을 당한 경험이 있을 경우 후배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엄연한 학교폭력이기 때문에 똑같이 하지 않는다'(16명)는 답이 1위였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대접을) 받을 차례이기 때문에 똑같이 한다'고 답한 학생도 8명이나 됐다.


"아직 동아리 내의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은 것 같아요. 선`후배 관계를 빌미로 대물림될 수도 있는 문제인데…. 이 부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적극적 학교폭력 예방 교육으로 방관자 없애기


상담 분야 전문가가 되길 꿈꾸는 혜화여고 3학년 김현지 양의 보고서 주제는 '학교폭력 방관자의 인식 변화 촉구'. 학교 내 1, 2학년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뒤 정한 것이다.


"결과를 보면서 아이들이 자기에게 닥친 일이 아니면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학교폭력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피해자, 가해자 외에 방관자에게도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현지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든 학생이 학교폭력을 당하거나 행사한 적은 없다고 했으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은 5명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모두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지 않았고 방관하는 데 그쳤다고 응답했다. 또 50명 전체 학생들에게 학교폭력 상황을 방관한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지 답해보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부분 학생들이 아예 답을 하지 않았다.


"도덕의식이 부족한 탓에 방관자로 머무는 것 같아요. 학교폭력 예방 교육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봐요. 주입식 강의가 아니라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고 느끼게 하는 방식을 시도해 봄 직할 겁니다."



◆제노비스 신드롬을 막아야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새삼 중학교 시절을 돌아보게 됐어요. 당시 학급 안에서 여러 친구들이 한 아이를 따돌리는데 소극적이지만 동조한 적이 있었죠. 왜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어요."


영남고 3학년 김유환 군은 '학교에서 바라본 학교폭력 처벌과 재범률'을 주제로 보고서를 썼다.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자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다 조사 범위를 세계에서 우리나라, 다시 영남고로 줄였고 조사 결과 학교폭력 건수가 미미했을 뿐 아니라 재범률도 '0'이었기 때문.


그러나 유환이는 학교폭력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진 것만 해도 좋은 경험이라고 했다. 유환이는 학교폭력을 근절하려면 각 학급에 '제노비스 신드롬'(Genovese Syndrome`주위에 목격자가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도 적어지면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고 방관하게 되는 심리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폭력을 행사하는 무리를 여러 학급으로 분산시켜야죠. 그리고 학교폭력 예방 교육 등을 통해 학급에서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학생이 있다면 다수 학생들이 함께 그 학생을 제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경쟁 위주 풍토 바꾸는 게 근본 대책


'학교폭력, 왜 줄지 않는가.' 영남고 3학년 백종현 군이 '세잎 클로버' 활동 후 쓴 보고서 주제다. 종현이는 경쟁과 서열을 중요시하고 개인주의로 흐르는 사회 풍토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 외에는 ▷자신의 행동이 학교폭력이라는 가해자의 인식 부재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 처벌 체계 부실 등을 들었다.


"고등학교 입학 후에는 대학 입시도 생각해야 하니까 경쟁 위주 풍토를 바꾸긴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중학교 때까지만이라도 성적과 경쟁보다는 인성교육을 더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종현이는 기존 학교폭력 예방 교육에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전교생을 모아 두고 경찰관 아저씨가 앞에 나서서 학교폭력을 저지르면 무서운 처벌을 받는다고 겁(?)을 주는 교육 방식은 학교폭력 근절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준비와 운영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귀찮더라도 상황극처럼 학생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교육을 해야죠. '세잎 클로버'와 같은 활동도 권하고 싶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만나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는 기회가 되니까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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