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HN 나웅석 인턴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살인 폭염'의 위험에 직면하면서, 결승전을 오전 9시에 열자는 파격적인 제안까지 등장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 "결승전 오전 9시 개최" 주장...BBC 보도

영국 매체 BBC 스포츠는 1일(이하 한국시간) 보도에서 고온 환경에서의 인체 반응 전문가로 알려진 영국 포츠머스대 마이크 팁튼 교수의 주장을 상세히 전했다.
팁튼 교수는 "2026년에도 올해 클럽 월드컵 수준의 폭염이 반복된다면, FIFA는 월드컵 결승전을 오전 9시에 시작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실제 월드컵 결승이 예정된 뉴욕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의 환경을 지적하며, 6월 기온이 39도까지 치솟고 경기장에 지붕도 없어 직사광선과 열기를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FIFA가 유럽 방송 중계권을 고려해 대부분 경기를 정오나 오후 3시에 배정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과학적 데이터가 멈추라는데도 강행한다면 주최 측은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팁튼 교수는 선수들의 탈진 가능성 외에도 체력이 약한 관중들의 안전 문제를 강조하며, 경기 시간을 쿼터제로 나누는 제도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FIFPRO "현행 FIFA 기준으론 선수 보호 부족"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도 선수 보호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며 FIFA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1일 기사에서 FIFPRO의 공식 입장을 전하며, FIFA가 온도-습도를 기준으로 한 '습구흑구온도(WBGT)' 지수가 32도 이상일 때만 쿨링 브레이크를 의무화하는 반면, FIFPRO는 28도부터 쿨링 브레이크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FIFPRO의 의료 책임자 빈센트 구테바르주 박사는 클럽 월드컵 당시 파리 생제르맹 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첼시 대 에스페란스 경기가 해당 기준에 따르면 연기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미국 내 메이저리그사커(MLS)가 정오 경기를 피하는 관행을 언급하며, 마이애미-댈러스와 같은 초고위험 지역에서 낮 경기를 편성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현실화된 '기후 변화'의 역습...FIFA의 선택은?

이번 논란은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41도 폭염 속 경기를 치른 아일랜드 골키퍼 패키 보너의 증언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뇌가 안개에 덮인 것처럼 판단력이 흐려졌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2026년은 그보다 더 뜨거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BBC 기상 예보관 사이먼 킹은 "폭염은 점점 더 자주, 더 극단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2026 월드컵이 사상 가장 더운 월드컵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게다가 미국 내 잦은 뇌우로 인해 경기 지연도 빈번하다. 클럽 월드컵에서 첼시를 이끄는 엔초 마레스카 감독은 2시간에 걸친 경기 중단 이후 "이건 코미디에 가깝다. 미국은 주요 대회를 열기에 적절한 장소가 아니다"라고 불만을 표했다.
FIFA는 48개국이 본선에 참가하고 총 104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럽 황금 시간대, 수천억 원의 중계권-광고 수익, 그리고 치명적인 폭염이라는 삼중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 축구 팬들은 FIFA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진=FIFPRO 공식 홈페이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