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미디어] 최초 작성일 : 2007-06-20 10:04:38  |  수정일 : 2007-06-20 10:38:53.030
`PD수첩` 본 시청자들 "`텃밭도서관` 살리자"



[북데일리] 19일 방송된 MBC TV ‘PD수첩’(밤11시5분)이 한 시골 도서관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몸싸움을 하는 마을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사연의 중심에는 전남 광양시 진상면 청암리에 위치한 ‘텃밭도서관’이 있었다. 광양시내는 물론, 하동의 아이들까지 찾는 이 도서관은 1만7천여 권의 책을 소장한 명소다.

산과 숲, 논밭이 전부인 한적한 시골 마을. 특별히 갈 곳이 없는 마을 아이들은 텃밭도서관에서 뛰어 논다. 27년간 무료로 이 도서관을 운영해 온 주인공은 서재환(52)도서관장. 그는 자칭 ‘오지게 사는 농사꾼’이다. 마늘, 매실 농사를 짓는 농부 서관장은 ‘생활친화적문화공간’이라는 간판을 걸어 놓고 이 도서관을 무료로 운영해왔다.

도서관을 넘어 자연친화적 공간으로

서관장은 이곳을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자연친화적 공간으로 만들어 왔다. 텃밭도서관에는 ‘정숙’이라는 푯말이 없다. 침묵을 지키는 것 보다는 도서관에 친숙해 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서관장의 지론 때문이다. 아무리 아이들이 장난치고 뛰어다녀도 나무라는 법이 없다. 아이들은 “다른 도서관처럼 조용한 분위기가 아니라 뛰어 놀 수 있고 볼 게 많아 좋다”고 입을 모았다.

텃밭도서관은 2500여 평의 텃밭에 다양한 놀이기구를 갖추어 놓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모두 서관장이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만든 것.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이 즐길 거리도 많다. 굴렁쇠를 굴리며 동심으로 돌아간 어른, 널뛰기를 하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토끼, 닭과 오리 가축을 직접 돌 볼 수 있다는 것 역시 텃밭도서관의 자랑이다. 고추와 상추를 따서 밥을 해먹고 딸기와 감, 포토를 따먹는 체험까지 가능하다. 텃밭도서관은 어떤 지자체, 정부의 도움도 없이 서관장이 자비를 털어 27년간 만들어 온 자생적 문화체험터다.

한 청년의 꿈이 이룬 27년간의 책역사

주민들로부터 들은 서관장의 책사랑은 그야말로 특별했다. 방송은 1천여 권의 책을 경운기에 싣고 마을 곳곳을 누비던 서관장의 청년시절을 소개했다. 텃밭도서관에는 당시 서관장이 사용했던 경운기와 책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를 틀수 있는 녹음기를 달고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10여 년간 문화의 전령사 역할을 했다.

아이들만 혜택을 본 것이 아니었다. 책이 귀하던 시절, 경운기 이동도서관은 어른들까지 손꼽아 기다리던 존재였다. 모두, 책을 사랑하는 한 젊은이가 농촌에 뿌리를 내린 소중한 결과물이다.

서관장은 도시에 나가 출세하기를 바라던 가족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고향으로 돌아 왔다. 농사를 지어 번 돈은 모두 책을 샀다. 책을 사기 위해 새벽 우유배달, 신문배달도 불사했다. 아내는 이 과정에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책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자다가도 달려갔다.

또한 그는 “손가락까지 잘려가며 에베레스트에 올라가는 사람들에게 산에 오르는 이유를 물어보면 대답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도 그렇다”며 “누구를 위해서 한다고 생각했다면 못했을 것이고, 그저 내가 좋아서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힘겨운 투쟁

이처럼 책과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의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 잡아 온 텃밭도서관이 위기에 처했다. 바로 옆 야산이 공장부지로 허가를 받게 된 것. 도서관과 공장 간의 거리는 겨우 4~50미터로 공장이 들어설 경우 텃밭도서관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자연 환경 역시 크게 훼손 될 것은 자명한 사실. 실제로 지난 1일부터 사업주는 벌목을 강행하고 있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밤낮을 불사하며 사업주의 벌목행위를 저지하는 힘겨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은 이날만도 다섯 그루의 소나무가 베어졌다. 베어진 나무에 머리를 맞은 부상자도 속출했다. 부상을 입은 이는 고령의 할머니였다. 나무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의 할아버지, 할머니였다.

주민들은 쓰러진 소나무 옆에 앉아 시름에 잠겨 있었다. 이들은 “숲을 파괴하는 것은 텃밭도서관을 훼손하는 것이며, 자연환경이 훼손되면 도서관은 설자리가 없어진다”고 울먹였다.

생업까지 포기한 채 마을 주민들은 벌목을 막기 위해 새벽까지 경계를 서고 있다. 서관장은 “주변에 숲이 있는 환경 때문에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것”이라며 “남의 사유지에 공장 짓겠다는 것을 막는 자체도 모순이지만, 그 사람들도 법적인 절차를 밟아서 공장을 짓는 것이고 나 역시 법적 테두리 안에서 환경을 보존하자고 반대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사업주는 “시청으로 부터 허가받은 공사를 방해하는 것은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또한 그는 “공장부지와 텃밭도서관사이에는 야산의 일부가 남아 있어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업주는 당당했다. 자신들이 지을 공장은 대기, 수질, 소음, 진동, 오수, 오폐수가 전혀 배출되지 않아 오히려 친환경적인 회사와 텃밭도서관이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이에 취재진은 공장설립허가 과정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사업체를 찾아 갔다. 밝혀진 진실은 충격적이었다.

밝혀진, 공장설립허가의 실체

취재진이 찾은 사업체 사무실. 사업주 측은 “국토강산을 썩게 만드는 유기화학물인 폐타이어를 이 조그만 소각로가 완전히 열분해 시킨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환경청과 광명시를 찾아다니며 공장설립허가 과정의 자세한 경위를 취재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주가 야산 전체를 공장부지로 신청했다가 환경당국으로부터 거부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청이 동의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자연 훼손’이라는 문제 때문이었다. 환경청은 “이 일대에 소나무 적송 군락이 굉장히 많이 있었고 사업장하고 정온을 요하는 새마을 도서관, 주택이 바로 인접해 있기 때문에 주민들 생활에 부정적인 부분이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사업주는 1000여 평을 줄여 다시 사업을 신청했고, 환경청은 직경10cm내의 수목은 공장 내에 옮겨 심어 재활용하라는 조건을 달고 공장설립을 허가했다.

그러나, 환경당국의 이러한 조건은 사업승인 허가내용에서 대폭 완화되었다. 광양시가 환경청의 요청을 ‘수종이 양호한 수목’이라고 조건을 바꾼 것. 광양시가 아무리 쓸모 있는 나무라 일지라도 사업주의 판단에 따라 벨 수 있게끔 합법적인 권한을 준 셈이다.

10cm이상의 소나무가 여섯 그루나 베어지자 환경청은 애초의 조건을 지켜달라는 공문을 광양시에 보냈다. 환경청의 요청을 받은 광양시는 14일 사업주에게 “직경 10cm이내의 수목은 보호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이 통보는 사실상 무시됐다. 공문을 발송한 다음날 새벽 15일. 사업주는 본격적으로 벌목을 시작했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 때 건장한 청년 몇몇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완력을 행사하며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주민 여러 명이 길바닥에 나뒹굴었고, 결국 주민 다섯 명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이날 새벽에만 30여 그루의 소나무가 베어졌다. 사업주가 환경청의 조치를 어긴 것이다.

취재진은 사업주가 다른 회사의 연구까지 무단으로 도용한 사실도 밝혀냈다. 사업주 측은 사업설명회에 인쇄 된 완제품과 사업에 참여한 기술자가 참여했다는 한 연구보고서를 보여주며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기술자의 이름을 보고서에 올리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업주가 만든 주민설명회 자료가 모 회사의 홍보자료를 그대로 베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회사 측은 수년간에 걸친 자신들의 연구물을 무단으로 도용한 사업주에게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사업주 측은 “우리 제품과 시스템자체가 비슷할 뿐”이라고 우겼다. 취재진이 제품 실물 사진을 요구하자 이들은 “없다”며 둘러댔다. 만일, 법적 분쟁까지 일어난다면 공장이 세워지는 것은 요원한 일. 귀중한 숲만 파괴되는 꼴이다.

광양시 측의 안일한 태도

이런 상황에 대해 광양시는 “첨단기술공정자체를 우리가 알 필요는 없고, 만약 그대로 이행하지 않았을 때는 취소할 것이니 염려할 게 하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가과정에서 사려 깊지 못했던 공무원의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 것.

방송은 “사업주 측에서는 자기 땅에 공장을 짓는 것이 편리했겠지만 도시의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지자체에서 이런 문화 공간 옆에 공장을 지어야 했는가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텃밭도서관은 입소문을 통해 곳이라는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카페 회원만도 1400여명에 이른다. 주말이면 찾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것은 한 농부가 지자체의 도움 없이 문화의 불모지인 시골마을에서 평생을 일궈낸 값진 성과다. 기업유치가 곧 지역발전이라는 논리 앞에 27년간 가꿔 온 문화 공간이 위협받고 있다.

방송은 “수십 년 간 지역사회에 자생한 도서관과 잘 보존된 혜택이 공장이 가져다 줄 당장의 이익보다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며 “법으로 문제될게 없다는 광양시의 자세가 실망스럽다”고 공무원들의 부족한 환경과 문화마인드를 지적했다. 나무를 지키겠다는 마을 주민들의 힘겨운 몸싸움은 계속 되고 있다. 광양시측은 아직,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방송후 일부 시청자들은 안타까움을 토해냈다. 한 시청자는 "30년 가깝게 일궈온 텃밭도서관과 마을 문화공동체가 공장부지로 인해 훼손되고 오염될까 정말 걱정스럽다"라며 우려는 나타냈다.

또다른 시청자 역시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그때까지 도서관이 무사하길 간절히 빈다"고 기원했다.

(사진 = 방송장면)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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