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BA 결승] '원조 퀸' 이미래, 1731일 만의 '눈물의 5승'..."다시 우승 못할까 두려웠다"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1-11 09:43:39 기사원문
  • -
  • +
  • 인쇄
최고의 집중력으로 샷을 시도하는 이미래(하이원리조트)/@PBA 
최고의 집중력으로 샷을 시도하는 이미래(하이원리조트)/@PBA

(정선=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다시 우승 못할까 두려웠다"...

'원조 퀸' 이미래(29∙하이원리조트)가 '살아있는 전설'의 귀환을 알렸다. 1731일(4년 8개월)간의 기나긴 부진과 '우승 트라우마'를 딛고, LPBA 통산 5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0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국민의 행복쉼터 하이원리조트 PBA-LPBA 챔피언십' 결승전.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서 이미래는 '생애 첫 우승'에 도전한 이우경(에스와이)과 7세트까지 가는 '대혈투' 끝에 세트스코어 4:3(11:9, 3:11, 3:11, 11:4, 8:11, 11:1, 9:3)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LPBA 출범 두 시즌 만에 4승을 휩쓸며 '천재'로 불렸던 이미래에게 이번 우승은 '44개 투어' 만에 찾아온 감격이었다.

챔피언샷을 적중시킨 후 환호하는 이미래(하이원리조트)/@PBA
챔피언샷을 적중시킨 후 환호하는 이미래(하이원리조트)/@PBA

# 1:2 → 2:3 벼랑 끝... '여왕의 관록'이 '도전자 '를 뿌리쳤다

'1234일 만의 결승'과 '46번의 도전 끝 첫 결승'. 두 선수의 '간절함'이 맞붙은 결승전은 초반부터 팽팽했다. 이미래가 1세트를 11:9(6이닝)로 따내며 기선을 잡자, 이우경이 2세트(11:3, 5이닝)와 3세트(11:3, 9이닝)를 연달아 가져가며 1:2로 경기를 뒤집었다.

이미래는 4세트를 11:4(7이닝)로 만회하며 2:2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이우경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5세트를 8:11(14이닝)로 또다시 내주며 이미래는 세트스코어 2:3,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원조 퀸'은 무너지지 않았다. 8강전 0:2 리버스 스윕의 경험을 되살린 이미래는 6세트를 11:1(9이닝)로 압도하며 승부를 마지막 7세트로 끌고 갔다.

운명의 7세트, 이미래의 집중력이 빛났다. 1-4-3점을 차례로 따내며 8:2로 달아났고, 결국 5이닝 만에 9:3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1731일 만의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이 확정된 후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이미래(하이언리조트)/@PBA
우승이 확정된 후 기쁨과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이미래(하이언리조트)/@PBA

# "다시 우승 못할까 두려웠다"... 눈물로 깬 4년 8개월의 징크스

우승 직후 이미래는 "너무 오래 걸렸다"며 감격의 소감을 전했다. 그녀는 "'우승을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렇게 우승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그녀에게 이번 우승은 '자신감'의 회복이었다. 이미래는 "경기에 대한 자신감보다, 준비해온 것들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며, "과거의 아픔(슬럼프)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어려울 거라 생각했지만, 그 어려움을 이겨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8강전 0:2 리버스 스윕의 경험이 결승전 2:3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됐다. 그녀는 "세트를 빼앗겨도 0:0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게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며 '백전노장'의 멘탈을 보여줬다.

LPBA 최초 3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던 '천재'는 4년 8개월간의 긴 부진을 겪으며 '잊혀진 퀸'이 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벗어나는 중이고,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라며 "여기서 안주할 수 없다. 앞으로 더 우승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왕의 귀환'을 알린 이미래는 우승 상금 4,000만 원을 더하며 시즌 랭킹 4위로 뛰어올랐고, LPBA 통산 5승으로 최다 우승 공동 3위(김가영 9승, 스롱 7승)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래(하이원리조트)가 1731일(4년 8개월)간의 기나긴 부진과 '우승 트라우마'를 딛고, LPBA 통산 5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미래(하이원리조트)가 1731일(4년 8개월)간의 기나긴 부진과 '우승 트라우마'를 딛고, LPBA 통산 5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 <우승 이미래 기자회견 전문>

◆ 우승 소감.
= 마지막 우승 이후 금방 우승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우승을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우승하게 돼 너무 기쁘다. 1,234일 만에 결승전에 올라 다섯 번째 우승이라 의미도 있어 보여서 기분이 좋다.

◆ 자신감이 있었나.
= 경기에 대한 자신이 있다기 보다는, 준비해온 것들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과거 아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조금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어려움들을 이겨낸 것 같다. 앞으로는 자신 있게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 경기 초반 이우경 선수에게 주도권을 내줬다. 어떤 마음 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나.
= 1세트를 승리했을 때는 이겼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다시 0:0부터 시작하자는 생각을 했다. 2세트를 빼앗기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을 했다. 매 세트 승패가 나뉘긴 하지만, 그게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내 것만 계속하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회만 잡자’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했다.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는 '원조 미래' 이미래(하이원리조트)/@PBA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는 '원조 미래' 이미래(하이원리조트)/@PBA

◆ 심적인 부담을 많이 겪었다고 했는데, 입스를 겪었었나
= 그렇다. 사실 아직도 겪고 있다.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한 과정 중에 우승을 하게 돼 더욱 뜻깊다. 하지만, 여기서 안주할 수 없다. 앞으로 더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노력을 해 (입스를) 벗어날 것이다.

◆ 과거 손목 부상을 겪었었는데, 지금은 어떠한 상태인가.
= 다쳤던 손목은 이제 괜찮다. 다만 당구를 칠 때 손목을 많이 사용하다 보면 통증이 있다. 학교 선배에게 메디컬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 운동도 하고, 당구에 필요한 근력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도수 치료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몸 관리는 잘 하고 있다. (풀세트를 치른 만큼, 체력적으로 문제는 없었는지.) 체력 문제는 없다. 지금도 바로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 당구를 할 때 어떤 근력이 필요한건가.
= 당구가 학문적으로 연구된 게 많이 없어서 스스로 공부하고 알아본다. 스트로크를 할 때 어떤 부위가 쓰이는 지 파악해서 운동한다. 계속해서 필요로 하는 근육을 찾고 있다.

◆ 이번 대회에서 가장 고비는 언제였는가.
= 정수빈(NH농협카드) 선수와의 8강전이 가장 큰 고비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책을 선물 받았는데, 책을 읽으면서 심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덕분에 당시 경기에서도 이번 결승전을 했던 마음가짐과 크게 다르지 않게 ‘내 것만 하면 이긴다’는 생각을 하고 루틴을 지키며 경기를 했다. 두 세트를 내주고 역전승을 거뒀다.

◆ 이번 대회에서 치른 경기 모두 애버리지 1을 넘겼다. 이번 대회 경기력은 만족하는지.
= 100% 만족하지는 않는다. 매 경기 기본기 실수가 있었다. 그래도 욕심을 보태서 말하자면 아쉬우면서도 만족한다.

◆ 멘털 강화를 위해 많이 노력한다고 했는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또한 지금 정신적으로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하나?
= 이전 결승 진출 이후 1,234일 동안 정신적인 부분에서 많이 노력했다(웃음). 하지만 정말 쉽지가 않다. 운동 선수로 겪는 정신적인 고통은 정말 이루어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은 다 하고 있다. 마음의 근육도 단단해져야 하는데, 아직 20% 정도인 것 같다.

◆ 타이틀 스폰서가 개최한 투어에서 우승을 했다. 타이틀 스폰서 투어인 만큼, 부담이 있지 않았는지.
= 과거 제가 우승을 많이 할 때는 타이틀 스폰서 투어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부터는 투어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오히려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당연히 타이틀 스폰서 투어라서 우승하고 싶은 생각은 당연히 컸지만, 항상 똑같은 마음 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

◆ 우승을 확정하는 마지막 공격을 성공시킨 당시의 감정이 궁금하다.
= 우승을 못한 지 1~2년쯤 됐을 때는 벅찰 거라고 예상했는데, 이번 시즌에는 ‘우승을 해도 기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막상 우승하고 주위를 돌아보니 응원해주는 분들이 너무 많았다. 감사하고 벅찬 감정이 들었다. 또 제가 이번 대회에서 상대한 모든 선수들이 가깝고 친한 선수들이다. 대결한 모든 선수들에게 잘 싸워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 이번 우승을 계기로 계속 잘 할 수 있다는 자신이 생겼는지.
= 계속 잘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제껏 그랬듯이, 계속 노력해야 한다. 더 발전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한계를 넘어서야, 그때부터는 계속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차원으로 진입하고 싶지만, 아직 그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내 자신을 뛰어어야, 한 차원 더 발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번 우승이 앞으로 마인드 컨트롤을 더 잘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4년 8개월만에 이미래(하이원리조트)의 품에 안긴 우승컵/@PBA.
4년 8개월만에 이미래(하이원리조트)의 품에 안긴 우승컵/@PBA.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