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데일리 변국영 기자] 2050년 해운 온실가스 ‘넷제로’ 규제를 앞두고 ‘지역 재생에너지–항만–해운’으로 이어지는 탈탄소 모델을 설계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또 한국이 해운 온실가스 ‘넷제로’ 규제 대응에 늦으면 수출 경쟁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국회에서 제기됐다. 이를 돌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주 청정에너지로 목포까지 배를 달리는’ 전기추진선 녹색해운항로 구상이 논의됐다.
기후솔루션은 지난 25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김원이·문대림 국회의원 및 태평양환경재단과 공동으로 ‘바람에서 연료까지: 해상풍력과 해운·항만의 탈탄소 전환’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해상풍력특별법을 계기로 제주·목포를 잇는 전기추진선 항로를 중심으로 지역·산업·항만의 전환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역 재생에너지–항만–해운’으로 이어지는 탈탄소 모델을 설계하고 제도·정책적 보완책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됐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소윤미 에너지전환포럼 정책국장은 “현 해상풍력특별법은 제도적 틀을 마련했지만 성공의 열쇠는 지자체 실행력에 달려 있다”며 “지역 산업·항만 연계 전략을 통해 수용성과 참여를 높이고 피해 어민·주민에게 실질적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현주 태평양환경재단 아시아기후캠페인디렉터는 항만을 재생에너지 허브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만은 화석연료 오염의 근원지가 아니라 청정에너지와 혁신의 중심지가 돼야 한다”며 “제주-목포 연안 녹색해운항로를 시범 지정해 기술·경제 실증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는 지역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친환경 연료 공급망과 항만 전력화(AMP)를 함께 추진하는 실증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발제자인 염정훈 기후솔루션 해운팀장은 전기추진선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전기추진선은 국내 해운 배출을 ‘넷제로’ 수준까지 줄일 수 있는 현실적 해법”이라며 “전기추진선의 연안항로 전환을 통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목포와 인근을 시작으로 중장기적으로는 목포-제주 178km 구간을 실증해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발제 이후 토론에서는 정부, 지자체, 시민사회, 연구기관이 각각의 입장에서 녹색해운항로 실현 방안을 제안했다.
박인성 해양수산부 해사산업과 사무관은 “IMO의 넷제로 프레임워크는 더 이상 선언이 아니라 현실이고 한국 해운이 대응하지 않으면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정부와 공공, 민간, 연구기관이 협업해 녹색해운항로를 추진하고 있으며 한-미 간에는 2027년 메탄올 추진선 실증운항을 목표로 협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해운과 항만의 온실가스 감축 전략은 해상풍력과 연계해 추진해야 한다“며 “해운에 필요한 전력을 해상풍력 전력으로 공급하고 수소와 암모니아로 전환해 연료로 사용하는 방안이 필요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해상풍력 확대는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수단이지만 공공성과 주민 수용성 확보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박숙희 전라남도 해상풍력산업과 과장은 “서남해안의 바람은 단순 전력 자원을 넘어 지역의 활력을 되살릴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며 “1GW당 1만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해상풍력은 30GW 실현 시 30만 개의 고용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센터장은 “해상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항만 충전 인프라를 통해 선박에 직접 공급하면 선박 운항 자체가 하나의 ‘재생에너지 소비·저장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목포–제주 항로를 국가 대표 녹색해운항로로 지정해 풍력–충전–전기추진선–배터리 산업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익 사단법인 상생나무 이사장은 “탄소중립항만 전환과 녹색해운항로는 아직 본격 공론화되지 않았으나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며 “제주특별자치도와 협력해 녹색해운항로를 지정하고 목포항을 국가 대표 탄소중립항만 시범항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토론에 앞서 김원이 의원은 축사에서 “해상풍력을 통한 대규모 재생에너지 확대와 더불어 에너지 생산·소비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송전망 확보와 안정적인 전력망 유지도 병행돼야 한다”며 “목포를 중심으로 한 전남-서남해안은 향후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소비처로 성장할 것이며 이는 지역과 국가의 미래를 동시에 준비하는 중요한 시도”라고 말했다.
문대림 의원은 “지난해 발의한 ‘녹색해운항로 구축 지원 특별법’은 제주-목포 등 항로에 전기추진선을 투입해 지역의 재생에너지 활용을 늘리고 항만 인프라와 관련 산업 확대로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며 국가 전력망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강화하는 게 목표”라며 입법 지원을 약속했다.
이번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단체들은 국회와 정부가 지역 재생에너지–항만–해운을 연계하는 정책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국제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뿐 아니라 지역 산업 전환과 국가 수출 경쟁력을 동시에 지키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전 세계 해운산업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넷제로를 목표로 규제와 기술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10월 새로운 ‘넷제로 프레임워크’를 채택할 예정이며 한국도 해상풍력을 기반으로 한 청정에너지 공급과 항만·해운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송전망 부족, 항만 인프라 미비, 선박 전환 지연 등 구조적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