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정책 실행력이 탄소중립 성패 가른다”

[ 환경일보 ] / 기사승인 : 2025-12-30 16:15:0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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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군 재생에너지 단지.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장 2026년부터 태양광을 중심으로 매년 1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추가 설치돼야 한다. /사진=환경일보DB
영광군 재생에너지 단지.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장 2026년부터 태양광을 중심으로 매년 1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추가 설치돼야 한다.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정책이 작동하느냐가 탄소중립 성패를 가른다.”



녹색전환연구소는 29일 ‘2026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 보고서에서 탄소예산 고갈과 AI발 전력수요 급증이 맞물리는 2026년이 전환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확대, K-GX 전환금융, 기후적응정책 재설계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연구소는 이번 보고서에서 2026년을 기후위기와 지정학적 분열, 산업 및 기술 전환이 동시에 작동하며 전환의 성패가 갈리는 해로 진단했다. 연구소는 “2026년은 더 이상 방향을 논의하는 시간이 아니라, 정책과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느냐 여부가 탄소중립 성패를 결정하는 문턱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녹색전환연구소가 매년 다음 해의 기후·에너지 환경을 종합적으로 진단해 온 연례 전망 보고서의 세 번째 결과물이다. 연구소는 2023년부터 매년 다음 해를 앞두고 국제 정세와 국내외 정책 환경, 에너지전환의 조건을 종합 분석해 왔다.



보고서는 2026년을 기후대응의 결정적 분기점으로 규정하며 미국 기후정책 후퇴와 유럽의 동요, 중국 녹색산업 주도권 강화, 한국 재생에너지 급속 확대 필요성, 산업 전환을 뒷받침할 한국형 전환금융(K-GX)과 금융시스템 구축, 기후시민의회 구축, 지방선거에서의 기후·복지정책 쟁점 등 10대 핵심 의제를 제시했다.




2026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 /자료제공=녹색전환연구소
2026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 /자료제공=녹색전환연구소




“미국·EU는 후퇴, 중국은 전진”

재편되는 2026년 글로벌 기후 리더십



먼저 보고서는 2026년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1.5℃ 목표를 지킬 수 있는 ‘탄소 흑자예산’을 유지하는 사실상 마지막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2025 배출량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파리협정 1.5℃ 목표를 지키기 위해 남은 탄소예산은 약 800억 톤에 불과하다. 탄소예산은 파리협정 온도 목표를 지키기 위해 인류가 대기 중에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누적 총량을 뜻한다.



보고서는 탄소예산이 고갈 직전에 이른 상황임을 짚으며, 기존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의 균열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파리협정 탈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무력화, 환경규제 완화로 기후대응에서 사실상 후퇴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산업경쟁력 확보를 명분으로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등 핵심 규제를 완화하며 기후정책 추진 속도를 늦추고 있다.




글로벌 태양광 제조 설비용량에서 중국 점유율 현황 그래프 /자료제공=녹색전환연구소
글로벌 태양광 제조 설비용량에서 중국 점유율 현황 그래프 /자료제공=녹색전환연구소




다만, 2026년을 앞두고 상황이 모두 잿빛인 것은 아니다. 중국은 재생에너지와 녹색산업을 중심으로 국제 공급망과 영향력을 확대하며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에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는 세력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중국은 2024년 탄소배출이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25년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중국이 스스로 약속한 시점보다 약 5~6년 빠른 성과다. 중국은 2020년 ‘쌍탄소’ 정책을 통해 2030년 탄소 배출 정점을 국가적 목표로 선언했다.



현재 중국의 태양광·풍력발전단지 총 설비용량은 미국 전체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태양광 모듈 생산량은 2024년 기준 588GW(기가와트)로 전 세계 신규 설비용량과 맞먹는다. 보고서는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정체와 재생에너지 확대는 임박한 1.5℃ 목표 초과 시점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희망의 단서”라면서도 “권위주의 국가가 녹색산업을 주도할 경우 에너지 안보나 산업 경쟁력을 앞세워 일관된 기후대응이 왜곡될 위험도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행정부별로 구분한 지나 20년간 중국, 미국, 유럽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 추이 그래프 /자료제공=녹색전환연구소
미국 행정부별로 구분한 지나 20년간 중국, 미국, 유럽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 추이 그래프 /자료제공=녹색전환연구소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가 한국 산업경쟁력 좌우”



보고서는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중견국이 기후대응을 매개로 국제사회에서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전환을 미루는 선택을 할 경우, 산업·에너지·기후대응 전반에서 구조적 불리함이 장기간 고착될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



당장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6년부터 태양광을 중심으로 매년 10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추가 설치돼야 한다. 이는 최근 몇 년간의 설치 속도와는 전혀 다른 궤적이다. 보고서는 이에 맞춰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와 전력 시스템 유연성 확보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햇빛소득마을 2500개 조성, 주차장 태양광 의무화 등 분산형 재생에너지 모델 확산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ESS 통합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입지와 에너지수요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보고서는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논의가 에너지전환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원칙 아래 재검토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완공 시 총 전력수요가 10GW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6기 건설이 예정돼 있으나,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은 0.67%(19.87㎿)에 그친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가 RE100 산단이 지향하는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소비하는 ‘지산지소형’ 시스템과 구조적으로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에 초대형 전력수요를 집중시키는 산업 입지 전략은 송전망 확대와 화석연료 의존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그 결과 지역 간 불균형과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10MW 이상 데이터센터 계약전력 지역별 분포 그래프 /자료제공=녹색전환연구소
10MW 이상 데이터센터 계약전력 지역별 분포 그래프 /자료제공=녹색전환연구소




AI 첨단산업 전환 관건? 에너지 구조 재편·전환금융 설계에 달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인공지능(AI)의 급성장으로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량이 2026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보고서는 정부가 추진 중인 ‘AI 3대 강국’ 전략이 대규모 전력수요 증가와 맞물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위협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2025년 한 해 발표된 국내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만 34조원 규모다. SK·네이버·아마존웹서비스·블랙록 자회사 뷔나그룹 등이 잇따라 대규모 건설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국내 5개 정보기술(IT) 기업의 자사 데이터센터 기준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0~6% 수준에 불과한다. 이 역시 전체 7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에 보고서는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의 입지·전력 공급 구조 역시 재생에너지 전환 원칙과 함께 재설계돼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는 산업 전환의 재정적 토대 마련 역시 2026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K-GX 전략이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공공재정과 금융이 화석연료 기반 산업과 인프라를 지지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하며, 기후재정과 전환금융이 실제 투자와 위험 분담 구조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공재정의 역할 강화하는 한편, 전환금융이 LNG 발전이나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같은 화석연료 중심 투자로 과도하게 확장되지 않도록 전환금융의 엄격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안, 3개년 흐름 /자료제공=녹색전환연구소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안, 3개년 흐름 /자료제공=녹색전환연구소




“2026년, 기후정책 추진 과정서 사회적 합의 및 지역정치 중요”



2026년은 기후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도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소는 에너지와 기후정책을 둘러싼 반복된 사회적 갈등을 넘어서기 위해, 시민이 전환의 방향과 속도에 참여하는 ‘전환적 기후시민의회’가 내년부터는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할 것을 제언했다.



특히, 기후취약계층과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도록 인구 비례를 넘는 가중치 부여와 함께 장애 ·언어·돌봄·디지털 격차 등으로 인한 참여 장벽 제거, 시민의회 권고에 대한 국회와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 의무화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2026년 한국형 기후시민의회는 시민이 전환의 공동 설계자로 성장하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는 핵심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가오는 2026년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기후정책이 에너지 문제를 넘어 복지·이동권·주거·지역경제와 결합해 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소가 살펴본 결과, 민선 8기 광역단체장 당선인의 5대 공약 85개 중 53개가 개발 공약에 집중됐다. 반면, 기후·환경 공약은 11개에 불과했다. 이에 보고서는 지역 단위에서 기후와 복지를 함께 설계하는 정책 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건물·난방 부문에서는 히트펌프를 통한 탈탄소 난방 전환이 2026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히트펌프 단순 보급 확대가 아니라, 주거 유형과 지역 여건 그리고 재생에너지 연계를 고려한 정책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점도 함께 제시했다.



2026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 표지
2026 기후에너지 10대 전망과 제언 표지



마지막으로 보고서는 기후재난 대응이 ‘오적응(Maladaptation)’으로 이어질 위험을 경고했다. 오적응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가 정의한 개념으로, ‘온실가스 배출증가,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 증가, 불평등 심화 또는 복지의 감소 등을 포함해 기후 관련 부정적 결과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행동이자 의도되지 않은 결과’를 의미한다.



실제로 2025년 영남 산불 피해 복구 과정에서 산불특별법이 제정됐으나, 경북은 산림 휴양단지·관광시설·리조트 건설 등 개발 중심 재건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재난 복구가 피해자의 회복력 강화보다 규제 완화와 개발로 기울 경우 IPCC가 경고한 오적응의 전형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기후재난이 일상화되는 조건 속에서 보고서는 단기 복구 중심의 대응이 오히려 취약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2026년 시행될 제4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대책(2026~2030)이 명확한 중장기 목표 수립, 공공사업의 '기후 적합성' 평가 체계 구축, 감축계획과의 통합, 주거·보건·에너지 등 사회경제 시스템 조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2026년은 1.5°C를 지키기 위해 남은 탄소예산이 고갈 직전인 시점이자, 한국이 뒤늦게 재생에너지 확대와 K-GX를 본격 추진하는 전환의 원년”이라며 “미국의 후퇴와 유럽의 동요 속에서 중견국인 한국이 먼저 녹색 혁신과 전환을 서두른다면, 글로벌 기후대응에 기여하는 동시에 녹색산업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정책 목표와 재정·금융 거버넌스의 정합성 부족, 시민참여 기반 공백, 수도권 중심 개발 관성 등 구조적 한계가 여전하다”며 “2026년 지방선거와 기후시민의회 출범을 계기로,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구현되고 기후와 복지가 통합된 전환 경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는 녹색전환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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