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의 키워드는 약속"..약속 지킨 전도연

[ MK스포츠 연예 ] / 기사승인 : 2024-08-17 12:30:0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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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이 말하는 영화 ‘리볼버’의 키워드는 ‘약속’이었다.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이 출소 이후 움직임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리볼버’를 대표하는 수식어는 바로 ‘전도연의 새 얼굴’이다. 무채색으로 무덤덤하면서도 약속된 돈을 받기 위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하수영’으로, 전에 보지 못한 또 다른 면을 보여준 전도연은 낯설지만 능숙하게, 언제나 그러했듯, 능숙하게 영화의 흐름을 이끌고 나간다.

“사실 하수영은 굉장히 심플하고 단순했어요. 원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했기에, 어떠한 특? 감정을 가지고 연기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리볼버’는 전도연으로부터 비롯된 영화다. 4년 전 오승욱 감독에게 함께 영화를 하자는 그의 러브콜로 시작된 ‘리볼버’였지만, 정작 생각 이상으로 오래 걸린 시나리오 작업으로 인해 처음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적지 않은 전도연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안 하고 싶었어요. ‘길복순’을 하기 전에 오승욱 감독님 만났는데, 그때 제가 했던 말은 짧고 경쾌하고, 통쾌한 이야기를 해보자 였거든요. 정말 가볍게 해보자고 했는데, 4년이 걸렸더라고요. 저는 그 사이에 저는 ‘길복순’도 찍고 ‘일타 스캔들’도 찍고…가실 그 사이에 밝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리고 ‘일타스캔들’을 통해 저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고 했는데, ‘리볼버’로 다시 무거워지지 않을까 걱정도 됐었죠. 굳이 제가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었다니까요. 다만 4년 전의 약속이어서, 솔직히 흔쾌히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왕 하는 거 잘해보자 싶었죠.”

그렇게 시작된 ‘리볼버’를 본 전도연의 첫 인상은 ‘놀라움’과 ‘당황’이었다. 전도연이 처음 마주했던 ‘리볼버’는 어둡고 무거운 장르극에 가까웠는데, 막상 스크린에서 마주한 완성본은 ‘블랙코미디’에 더 가까웠던 것이었다.

“‘리볼버’가 이런 영화였어? 싶었어요. 대본만 봤을 때는 블랙코미디 요소가 전혀 없었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죠. 단순히 재미있다 없다가 아니라 정말 ‘이런 영화였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저 뿐만 아니라 다들 배우들 또한 새롭게 본 것 같더라고요. 정말이지 찍을 때는 ‘캐릭터의 개성이 강하다’였지 이렇게 웃길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시나리오와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영화가 전해주는 느낌과 에너지가 다르게 느껴졌던 결정적인 이유에 대해 전도연은 ‘배우들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연과 반대 선상에 있었던 정윤선을 비롯해 향수뿌린 미친개를 연기했던 지창욱의 리얼한 욕설 대사 등 배우들의 연기가 아니었으면 그만큼 또 웃음을 선사하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것이 전도연의 설명이었다. “배우들 덕분에 어쩌면 자칫 지루할 수도 있었을 하수영의 무표정이 더욱 흥미로울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라고 그는 생각했다.



“처음 여자 버전 ‘무뢰한’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기에, 다른 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감정적인 걸 걷어내려 노력했죠. 저도 감독님도, 이 영화를 보고 ‘무뢰한’이 생각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그렇게 탄생한 게 ‘무표정의 하수영’이었죠. 촬영 하는 동안 걱정은 있었어요. 제가 제 연기를 계속 봐도 똑같은 연기를 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니, 저 자신이 지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하수영이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고민도 많았죠, 촬영할 때는.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건 무채색의 하수영이 새로운 인물을 만날 때마다, 그 위로 상대의 에너지가 입혀지고, 그들로 인해 요동치고 흔들리는 모습이 새롭게 다가오는 것 같더라고요.”

전도연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하수영이라는 캐릭터가 단조로워지지 않도록 만드는 또 다른 방법은 ‘스타일링’이었다. 교도소에 가기 전과 후의 스타일링에 큰 변화를 주면서 극적인 효과를 준 것이다.

“교도소에 가기 전과 다녀온 이후 달라진 하수영을 보여주기 위해 스타일링에도 신경을 썼어요. 과거의 하수영은 화려한 삶을 지향했죠. 경찰서 아나운서를 할 정도로 잘 나가기도 했고, 잘못된 사랑이기는 하지만, 이를 통해서 ‘나는 이렇게 살고 싶어’라는 삶의 목표가 명확한 여자였죠. 과거의 하수영을 화려하면서도 다양한 색체를의 스타일링을 선보인 반면, 현재의 하수영은 바닥부터 시작하는 상황이었잖아요. 다만 ‘약속은 받아내겠다’는 한 가지 확고한 목표가 생긴. 이를테면 ‘꿈’이 아닌 내 몫에 대한 ‘목표’가 있는 인물로 변모한거죠.

‘리볼버’에서 깊은 여운을 주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엔딩’이었다. 모든 목표를 이룬 후 바다가에서 파는 꽁치구이와 소주를 마시는 하수영의 모습은 많은 생각과 해석을 남기며 ‘리볼버’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어준다.

“어떻게 보면 ‘엔딩의 장면’에서 ‘리볼버’가 시작됐던 것 같아요. 하수영은 원하는 것이 분명했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는데, 막상 원했던 걸 얻고 나니 별다른 의미도 없는. 목표를 이뤘음에도, 정작 하수영은 행복하지 않았고, 달라진 것은 없었죠. 거기서 오는 ‘쓸쓸함’ 그런 엔딩에서 이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저는 봤어요. 그리고 엔딩을 보면서 정윤선과 하수영의 이야기, 그녀들의 열정은 조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꽁치를 구워주시는 아주머니의 전사가 아무것도 없는데, 감독님과 함께 그 아주머니가 ‘나이가 든 김혜경’이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나눈 적도 있어요. 하수경이 돈 더미를 내려놓아도, 딱 자기 몫만 빼 가잖아요. 그리고 잔술을 따라주는데, 그 모습이 하수영에게 ‘힘들었지? 별 거 없지’라고 말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시나리오와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영화가 전해주는 느낌과 에너지가 다르게 느껴졌던 결정적인 이유에 대해 전도연은 ‘배우들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연과 반대 선상에 있었던 정윤선을 비롯해 향수뿌린 미친개를 연기했던 지창욱의 리얼한 욕설 대사 등 배우들의 연기가 아니었으면 그만큼 또 웃음을 선사하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것이 전도연의 설명이었다. 그리고 그들 덕분에 어쩌면 자칫 지루할 수도 있었을 하수영의 무표정이 더욱 흥미로울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라고 그는 생각했다.



전도연은 ‘리볼버’에서 가장 기억이 남고 인상이 깊게 남은 장면으로 전혜진과 함께 만들었던 산길 신을 꼽았다.

“그레이스(전혜진)와 하수영이 마주하는 그 신이 너무 좋아요. 전혜진 배우와는 사석에서는 많이 만났지만, 작품에서 만난 건 ‘리볼버’가 처음이었는데, 정말 기대 이상이었어요. 촬영을 하면서 신기했고, 전혜진이라는 배우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있었죠. 그리고 영화에서는 편집된 장면이기는 했는데, 그레이스가 하수영에게 약속된 7억을 주지 않는 이유를 보여주는 장면도 저는 있었어요. 그레이스는 7억이 없어서 안 주는 것이 아닌, 그와 만난 뒤 단순한 변심으로 그냥 안 준 거죠. 한마디로 자기 마음, 가진자들의 변심인거죠. 하지만 하수영은 너무 절박한 거예요. 7억 때문에 자기 시간을 포기하고 교도소까지 갔다 왔는데, ‘너 보니까주기 싫다’라뇨. 저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애정이 있던 신이었는데, 아쉽기는 해요. 그 장면이 있었으면 조금 더 이야기 하기 편했겠다 싶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시간 때문인데 편집이 된 것 같기는 해요.”

지난 2007년 개봉한 영화 ‘밀양’으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칸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전도연은 연기에 대한 극찬과 동시에 자신에게 쏟아지는 대중의 기대감과 압박감과 싸워와야 했다. 이 같은 대중의 기대치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법도 한데, 정작 전도연은 “그러한 부담감을 내려 놓은지 좀 오래됐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부터 문득 ‘내가 연기를 못해도 사람들은 콘셉트라고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생각이 저 자신을 릴렉스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같아요. 물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죠. 예전에는 영화를 찍기만 하면 상을 받았으니, 그에 따른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시간이 지나면서 ‘상’이 저에게 주는 의미가 희석되고, 상이나 연기에 대한 개인적인 칭찬보다는, 작품적으로 사랑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어요. 상 안 받아도 좋으니 좋은 작품을 하고 싶은 역심, 개인이 아닌 작품적으로 더 평가를 받고 싶다는 바람이 더 강렬해진 것 같아요.”

전도연이 원하는 다음 스탭은 바로 ‘코미디’ 지금보다 조금 더 가벼워진 전도연이었다. 그는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은데, 제가 생각해도 ‘코미디’를 쓰면 전도연이 잘 떠오르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일타스캔들’은 이러한 갈증을 조금은 풀어준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다가서기 쉬운, 편한 배우가 되고 싶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해야죠. 그건 제가 풀어나가야 할 몫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연극 ‘벚꽃동산’을 했을 때, 보러 와주시는 관객이나 배우들을 보면서 ‘나 그동안 열심히 잘 살아왔구나’라고 싶었거든요. 사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살고 싶고, 또 잘 살지 않을까 싶어요. (웃음)”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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