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지난 8월 전기요금 누진제 최고구간에 속한 가구가 전년 동월 대비 21%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당시 역대 최고 전기 사용량이었던 2023년 8월에 비해서도 2024년 8월 가구당 평균 전기사용량이 9%나 더 증가한 탓이다. 전체 가구의 41%에 최고구간인 3구간 요금이 적용돼 전기 절약을 유도한다는 누진제의 취지와 맞지 않고 전기요금 부담을 가중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국회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대전 동구)은 한국전력공사로부터 국정감사 자료를 제출받은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2024년 8월과 전년 동월 사이의 신설·해지 등을 제외한 동일 고객 2521만가구를 비교한 결과, 누진제 최고구간인 3구간에 해당한 가구는 2023년 8월 844만가구에서 24년 8월 1022만 가구로 21% 폭증했다. 반면 최저구간인 1구간은 993만가구에서 895만가구로 9.9% 감소했고, 2구간은 684만가구에서 604만가구로 11.7% 감소했다. 2023년 8월 주택용 평균 전력사용량이 역대 최고인 333kWh였는데, 2024월 8월 역대 최고치를 또 경신하며 363kWh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1구간이 기본요금 910원, kWh당 120원인데 반해, 3구간은 기본요금 7300원, kWh당 307.3원으로 거의 3배에 해당하기 때문에 구간이 변동되면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고구간 해당 가구가 폭증해 전체의 41%에 해당하며, 이례적으로 최고구간에 가장 많은 가구가 해당되게 됐다. 이전 최고수준이었던 23년 8월에도 1구간이 993만가구로 3구간 844만가구보다 많았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3년 사용량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누진요금은 과소비를 막기 위한 징벌적 성격이 있기 때문에 최고구간이 가장 보편적인 상황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세대원이 많은 가구에 불리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긴 육아·은퇴 가구에 차별적이라는 지적이 계속됐다. 또 도시가스 등 다른 열원에는 적용되지 않아 난방 및 온수, 조리 열원에 따라 에너지 비용이 달라져 비합리적이란 지적이 있어 왔다. 또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열원보다 전기 사용을 권장하는 정책방향과도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장철민 의원은 “에너지 절약도 중요하지만 누진제는 기후위기와 생활방식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작정 전기 절약을 강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해 친환경적 전기수급을 확대해야 한다. 국정감사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