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은 20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SNS를 통해 잉글랜드축구협회(FA) 독립 규제 위원회의 로드리고 벤탄쿠르 징계에 대한 항소 입장을 밝혔다.
벤탄쿠르는 최근 손흥민을 향한 인종차별 관련 문제로 위원회로부터 7경기 출전 정지 및 10만 파운드(한화 약 1억 7000만원) 제재를 받았다.
벤탄쿠르는 올 여름 우루과이 TV 방송 ‘포를라 가미세타’에 출연,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질문에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을 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과 그의 사촌은 똑같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인종차별성 발언이었다. 동양인의 외모를 비하로 충분히 볼 수 있었다. 팬들은 벤탄쿠르의 SNS를 찾아가 비판, 비난하기도 했다.
벤탄쿠르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SNS를 통해 “쏘니!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할게, 매우 좋지 못한 농담이었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걸 알 거야, 너를 무시하거나 상처를 주려고 한 말은 아니야. 사랑한다”고 밝혔다.
하나 손흥민의 애칭 ‘쏘니’를 sonny가 아닌 sony로 적는 등 무성의한 모습을 보였다. 벤탄쿠르의 이러한 사과에도 부정적인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대인배’ 손흥민은 벤탄쿠르의 사과에 “이미 벤탄쿠르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실수했다는 걸 알고 있으며 사과도 했다”며 “벤탄쿠르가 공격적으로 말하려는 건 아니었다. 우리는 형제이며 이로 인해 바뀌는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지나간 일이며 우리는 하나다. 우리는 프리시즌에 다시 만나 한 팀으로서 싸울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하나, FA는 벤탄쿠르의 인종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봤다. 벤탄쿠르를 인종차별 문제로 규정 위반 기소했다. FA는 “벤탄쿠르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동,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이 사건은 국가, 인종, 민족에 대한 언급이 있기에 가중 위반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손흥민이 벤탄쿠르를 한 번 더 용서했음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현재 FA가 일을 진행하고 있기에 많은 걸 말하기는 힘들다. 다만 나는 벤탄쿠르를 사랑한다. 우리는 좋은 추억이 많고 그와 함께 경기했다. 벤탄쿠르는 내게 사과했고 그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긴 메시지를 전했고 진심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팀에 돌아왔을 때도 그는 정말 미안해하는 모습이었고 거의 울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어 “벤탄쿠르는 공개적으로, 또 개인적으로 사과했다. 정말 미안해했다. 우리 모두 인간이며 실수를 통해 배우게 된다. 나는 여전히 벤탄쿠르를 사랑한다.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 사이는 전혀 문제가 없다. 팀 동료, 친구, 그리고 형제로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중요한 한 가지는 내가 벤탄쿠르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할 말은 없다”고 바라봤다.
문제는 토트넘의 태도다. 벤탄쿠르에 대한 위원회의 제재에 항소한 건 대단히 큰 문제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어야 할 그들이 벤탄쿠르를 감싸 안으며 손흥민을 존중하지 않은 것이다.
토트넘은 “이번 주 벤탄쿠르를 향한 FA의 제재에 대해 우리 구단은 항소했다”며 “위원회에 의한 벤탄쿠르의 유죄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이후 제재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벤탄쿠르에 대한 항소 기간 동안 국내 대회 출전 정지는 유효하며 이 기간 내 추가적인 언급은 없을 것”이라고 더했다.
여러모로 아쉬운 일이다. 인종차별은 용서받을 수 없는 문제다. 벤탄쿠르는 분명 최악의 행동을 했고 이를 통해 어떤 제재도 받아들이며 반성했어야 했다. 다만 토트넘이 직접 항소하며 반기를 든 건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손흥민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없는 행위다.
손흥민이 벤탄쿠르를 용서하는 것과 FA가 그를 제재하는 건 분명 다른 일이다. 현재로선 토트넘의 자세는 대단히 ‘무개념’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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