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원, 대본도 보지 않고 선택한 ‘졸업’ 운명이 되다 [MK★인터뷰]

[ MK스포츠 연예 ] / 기사승인 : 2024-07-23 18:17:0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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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은 저에게 운명이었어요.”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정려원이 오랜만에 ‘멜로’로 돌아왔다.

tvN ‘졸업’을 통해 로맨스로 돌아온 정려원. 대본을 받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운명’같았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편안함과 만족감, 그리고 아쉬움까지, 여러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제가 일기를 쓰는데, 작년 초인가에 안판석 감독님과 함께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쓴 적이 있어요. 평소 안판석 감독님과 같이 작업을 했던 동료 배우들을 통해 ‘한번 작업해 보면 좋을 것 같아’는 말을 자주 들었던 터라, 감독님과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근데 신기한 것이 일기에 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작품 제안이 온 거죠. 대본도 안 읽고 하겠다고 했어요. 그런 적은 처음이다보니 회사에서도 많이 놀라더라고요. ‘안판석’이라는 이름에 대한 신뢰도 있었고, 제 생각보다도 더 빨리 만난 것에 간절히 바라면 이뤄지는구나라고 생각한 것과 동시에 운명이라고 느꼈죠.”

안판석 감독에 대한 기대와 신뢰는 촬영이 진행될수록 확신으로 이어졌다. 미리 준비와 노력을 하는 정려원과 현장에서 벌어지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안판석 감독의 작업 방향은 다소 달랐지만, 오히려 이와 같은 다름이 최고의 시너지와 또 다른 깨달음을 주었다는 것이다.

“안판석 감독님 눈에 연습을 하면서 오는 ‘경직됨’이 보이는 것 같더라고요. 잘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힘이 들어간 연기’를 너무 잘 아시더라고요. 사실 촬영을 하면서 제 연기에 스스로 만족한 장면이 2번 정도 있었는데, 방송에 나오지 않았어요. 제가 잘하고자 힘을 준 부분을 귀신같이 아신 거죠. 안판석 감독님은 답을 못 찾은 상태에서 배우가 직접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편이었어요. 그런 스타일의 연출이 처음이다보니, 배운 것이 많았죠. 그리고 감독님이 풀샷을 많이 사용하셔서 그런 부분에서 오는 만족감도 있었어요. 제가 이야기를 할 때 손을 많이 쓰는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더블액션을 하는데 부담이 조금 있거든요. 제가 어떤 대사를 할 때 어떤 손짓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그걸 풀샷으로 잡아주시니 ‘어떤 행동을 해도 괜찮을 거다’라는 안도가 생기더라고요.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잘 맞아서 좋았어요. (웃음)”



정려원은 ‘졸업’을 통해 잘 나가는 강남 대치동의 ‘스타 강사’가 됐다. 의외였던 ‘영어’가 아닌 ‘국어’ 강사였다는 점이었다. 호주에서 학창 시절을 지내왔던 정려원에게 있어 ‘국어 강사’가 되는 건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처음에 혜진의 직업이 강사라고 들었을 때, 당연히 ‘영어 강사’여서 저에게 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막상 대본을 받아 보니 국어더라고요. 처음 든 생각이요? ‘하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하지?’였어요. 여기(한국)서 수험생활을 하지 않았으니, 모두가 당연하게 아는 걸 당연히 모르고 있다고 느꼈어요. 저는 심지어 ‘수시’와 ‘정시’도 이번에 알게 될 정도였으니까요. ‘배역을 소화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배우’라는 질타를 받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기에, ‘

졸업’을 하겠다고 한 이후 국어 강의를 종류별로 다 들어본 것 같아요. 강의 녹음본을 들으면서 연습밖에 안 했던 것 같아요. 연습이 최고의 살길이다 싶었죠.”

‘졸업’ 속 국어 강사 서혜진이 되기 위해 남몰래 학원에 가서 직접 강의를 들었던 일화를 털어놓은 정려원은 꼿꼿한 자세로 열심히 수업을 듣는 대한민국 학생들에 대한 감탄과 경의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공부량을 소화하고 집중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랐다고.

“강의를 직접 보고 연구하면서 ‘국어 강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어요. 선생님들이 강의 중 공통 적으로 하는 말이 있는지도 체크하고, 오디오가 비면 안 된다고 하기에 대사 사이를 붙이는 연습도 많이 했죠. ‘졸업’을 준비하면서 강의하는 신을 가장 많이 연습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재밌는 건 정작 그렇게 준비하고 촬영에 들어갔더니, 감독님은 ‘대사’만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애드리브 다 빼고.(웃음) 처음에는 다 빼달라고 하셔서 속으로 ‘큰일났다’ 싶으면서도 일단은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오케이, 다 됐습니다’하고 가시더라고요. 방송 나온 걸 보고 다시 한번 감탄했어요.”



검사와 변호사, 의사에 이어 국어 강사까지. 유독 정려원이 연기하는 인물 대부분 전문직이라는 공통점을 자랑한다. 이를 의도한 건 아니냐는 질문에 정려원은 “그런 건 없다”고 답하면서 “다만 제 바람과 연결이 돼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해본적이 있다”고 웃었다.

“고학력에 바람은 아니에요. 제가 대놓고 말을 할 수 있는 성정이 못 돼요. 잠들기 전에 이 말을 할걸 왜 못했지, 후회를 많이 하는 성격, 많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에 비해, 직구를 잘 못 던지는 스타일이죠. 그러다 보니 제가 답답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싫어하더라고요. 마치 저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이런 캐릭터를 할래!’라는 건 딱히 없지만, 막상 하기로 한 인물을 살펴보면, 저도 모르게 제가 되고 싶은 인물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특정 직업군을 많이 하는 이유가 여기서 기인한건 아니라까 싶기도 해요.”

서혜진으로 살아온 정려원은 ‘졸업’에서 보여주었던 혜진과 준호(위하준 분)의 사랑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몇몇 분들은 ‘얘네 답답하게 사랑 타령할 거야’ 할 수 있지만, 혜진이라는 인물은 여태까지 해왔던 일에서는 승승장구해 왔을 수는 있어도, ‘사랑을 하는 인간’으로서는 미결이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가장 본질적인 것이 충당되지 않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죠. 그런 혜진의 삶에 준호가 나타나, 그의 빈 곳을 꽉 막아준 거예요. 혜진이에게 필요했던 것은 밥을 먹고 일상을 지키는 것이었는데, 준호가 이를 해준 거죠. 사실 사람이 무너져 갈 때, 일상을 지키고 밥을 먹고 나 자체를 사랑해 달라는 것이 어려운데, 작가님이 이걸 잘 표현해 주셨어요. ‘진짜 사랑’을 아시는 거죠. 제가 느낀 마음을 시청자분들도 많이 알아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기름진 멜로’ 이후 ‘검사내전’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까지 한동안 로맨스 장르에서 볼 수 없었던 정려원은 ‘졸업’을 하기 전까지 있었던 ‘멜로 공백’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모든 것이 기우였음을 깨달았다고. 도리어 ‘모솔’인 서혜진에게 있어 ‘멜로 공백’이 불러온 ‘뚝딱거림’이 더욱 인물에 생동감을 더했다는 것이다.

“하준이랑 러브신을 찍은데 ‘누나도 뚝딱거리네’ 이러더라고요.(웃음) 둘의 베드신을 찍을 때 서로 뚝딱거려서 ‘이게 괜찮을까’ 싶었는데 막상 방송으로 보니 너무 야한거예요. ‘감독님 역시 배운사람’이라고 생각했죠, 하하.”

정려원이 뽑은 ‘졸업’의 명잔면은 6부 엔딩의 난로신이었다. 익숙한 공간을 낯설게 만듦으로서 둘의 연애를 설득시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처음에는 예쁘게 조명을 깔아주셨는데, 감독님께서 ‘우리 난로 하나로 갈거야’라고 하셨어요. 빨간 난로, 그거 하나로 한다고 해서 처음에는 너무 까맣고 빨간데 괜찮을까 싶었죠. 거기에 교무실이 낯설게 느껴졌어요. 그때 감독님께서 ‘려원씨 항상 익숙한 공간이 어떤 계기로 인해 낯설어 진다는 것과 사랑이 찾아오는 것이 똑같아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찍고나서 그 말을 이했어요. 약간 낯선데 낯선 대로 독특한 느낌, 그 낯섦이 대중들에게 두 사람의 연애를 설득해 준 것은 아닐까 싶어요. ”

멜로 복귀를 무사히 마친 정려원의 다음 선택은 무엇일까. ‘전문직’과 ‘멜로’ 사이와 관련된 질문에 정려원은 “재밌는 대본”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저는 다 잘 수 있다”고 말한 정려원은 재밌는 대본에 대한 기준은 천차만별이겠지만, 멜로라든지 시트콤, 장르극 등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재밌는 스토리, 끌리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제가 아침드라마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서 제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처음 깨달았어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건 큰 축복인데, 저는 그런 면에서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연기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신나고 좋거든요. ‘I Love my job’ 저는 제 직업이 너무 좋아요.”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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