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몸 아픈 부모님 대신...18세 유빈이의 당찬 월동 준비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1-22 16:16:5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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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유빈이의 당찬 월동 준비 / KBS 제공

22일 방송되는 KBS '동행' 제553회에서는 유빈이의 당찬 월동 준비 편이 그려진다.

√ 유빈이의 올가을 마지막 수확
또래 친구들은 일어나 학교 가기도 빠듯한 아침. 고등학교 2학년 유빈이는 등교에 앞서 먼저 챙겨야 할 일이 있다. 며칠 전 수확한 고구마를 선별하고 포장하는 일이다. 고구마에 상처라도 날까 조심스러운 손길. 열일곱 살 유빈이가 고구마를 애지중지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토록 피하고 싶던 겨울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4년 전 쓰쓰가무시병에 걸려 심한 후유증을 앓는 엄마 재경 씨.

아프기 전 엄마는 지적장애 3급인 아빠를 대신해 평일에는 공장으로, 주말에는 밭으로 동분서주하며 홀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다. 악착같이 아끼고 열심히 살아온 엄마에게 왜 이런 시련이 생겼는지 유빈이는 속이 상한다. 아픈 엄마가 공장을 다니지 못하게 되면서 더욱 혹독해진 겨울. 동생 재윤이까지 네 식구의 생활비는 기초생활수급비 외에 임대 밭에서 수확한 채소를 판 돈이 전부다. 오늘도 기름 보일러의 눈금을 확인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엄마. 그래서 올가을 마지막 토란 수확을 앞둔 유빈이의 마음은 설렘 반, 걱정 반이다.

√ 조금 느린 엄마의 걸음
기저귀를 차야 집을 나설 수 있는 엄마. 쓰쓰가무시병의 후유증으로 대소변을 조절할 수 없는 데다 그렇게 나선 길도 오래 걷지 못해 가다 쉬고를 반복해야 한다. 베트남에서 부모님을 도와 과수원 일을 했던 엄마는 18년 전 한국으로 시집왔다. 시댁은 가난했고 농사지을 땅조차 변변치 않았다. 한 푼이 아쉬워 둘째 재윤이를 낳고 몸도 추스르기 전에 밭에 나갔던 엄마. 쓰쓰가무시병에 걸려 3개월 동안 중환자실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겼지만, 그 뒤 오른쪽 다리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수시로 찾아오는 어지럼증으로 길을 걷다가도 바닥에 털썩 주저앉기 일쑤. 엄마는 그럴 때면 마치 자신의 삶이 주저앉아 버린 것 같아 두렵고 불안하다. 지적장애 3급인 아빠도 마을 수도원에서 간간이 불러주던 일마저 끊긴 상황. 자신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유빈이에게 엄마는 늘 미안하다. 그런 딸의 등굣길에 뭐라도 챙겨주고 싶어 준비한 우유 한 잔. 손에 힘이 없어 컵을 바닥에 떨어뜨린 엄마는 기어이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만다.

√ 유빈이의 간절한 외침, “고구마와 토란 사세요.”
4년 전, 엄마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웠던 유빈이. 8살 때부터 일 때문에 늦는 엄마 대신 밥을 할 만큼 심성이 고운 아이다. 그런 유빈이의 꿈은 통역사. 지난 2013년 국적을 취득했지만, 아직 한국어가 서툰 엄마를 위한 꿈이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을 생각해 자신의 꿈보다는 하루빨리 집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는데. 엄마의 걱정에 늘 괜찮다고 말하는 유빈이. 어린 딸에게 큰 짐을 들게 한 건 아닌지 엄마는 마음 한편이 무겁기만 하다. 그런 유빈이의 소원은 엄마가 기름값 걱정 안 하고 행복해지는 것뿐.

그래서 시장에 나가 “고구마와 토란 사세요.”를 목청껏 외칠 수도, 공부하는 틈틈이 뜬 수세미를 시장에 내다 팔 수도 있을 만큼 용기 있고 당차졌다. 오늘도 밭에 나간 엄마가 쓰러지지는 않을까 불안하지만, 엄마를 걱정하기보다는 지켜주기로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 엄마의 가장 큰 걱정거리인 월동 준비를 무사히 끝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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