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바퀴' 논산 편, 강경젓갈·제육짜장·연산 피순대 맛집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09-27 17:15:49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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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사진=KBS)
동네 한 바퀴 (사진=KBS)

27일 방송되는 KBS '동네 한 바퀴' 제338회에서는 충청남도 논산을 찾는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기록한 논산은 한마디로 풍요의 땅이었다. 논산평야에서는 알알이 굵은 작물들이 생산되고, 서해의 조류가 깊숙이 들어왔던 강경포구는 조선 2대 포구로 번성하며 전국 상업의 중심지로 자리했다. 세월이 흘러 금강 수운이 쇠퇴하며 옛 번영의 자취는 희미해졌지만, 강경젓갈과 근대문화유산은 오늘까지 살아남아 찬란했던 시간을 증언한다. 근대와 현재가 교차하는 이곳에서, 여전히 논산을 빛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난다. '동네 한 바퀴' 338번째 여정, 충청남도 논산으로 향한다.

▶응답하라! 그때 그 시절 – 선샤인랜드 1950스튜디오

조선시대 관찰사를 비롯한 관리들이 머물렀던 황화정에서 유래한 이름, 연무읍 황화정리. 이곳에는 시간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선샤인랜드 1950 스튜디오. 타자학원, 양장점과 극장, 반공 구호가 걸린 현수막까지. 세트장 곳곳에는 전쟁의 흔적 속에서도 다시 삶을 일궈가던 1950년대 서민들의 애환이 배어 있다. 그 시절의 풍경을 누구나 무료로 체험할 수 있어 논산의 숨은 명소로 자리 잡은 선샤인랜드 1950스튜디오. 동네지기도 꽃중년 사진 출사팀과 함께 골목 속 숨어 있는 유년 시절의 기억을 하나둘 꺼내 본다. 시간의 아련함과 향수가 서려 있는 논산 한 바퀴, 그 여정을 시작해본다.

▶화려했던 역사가 흐르는 옛 강경포구

강경은 금강의 지류가 합류해 서해로 이어지는, 육로와 수로가 교차하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오래전부터 사람과 물자가 모여드는 교역의 중심지였다. 충청도와 전라북도를 잇는 교역의 중심지로, 원산항과 함께 조선 2대 포구로 불렸고, 평양·대구와 더불어 조선 3대 시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근대 교통망이 발달하면서 금강 수운이 쇠퇴하기 시작했고, 1990년 금강하굿둑 건설로 뱃길이 완전히 막히며 포구의 기능은 사라졌다. 지금은 포구의 흔적만 남아있지만, 금강에서 여전히 고기를 잡는 어부를 만나 찬란했던 시간의 흔적과 마주한다.

▶곰삭은 40년 세월, 강경대흥시장을 지켜온 젓갈 부부

강경포구의 찬란한 유산인 젓갈. ‘서울 사람들은 조기를 못 먹어도 강경은 개도 조기를 물고 다닌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경은 한때 전국 어물이 집결하던 교역지였다. 따라서 어물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염장과 수산가공업이 일찍이 발달하였고, 자연스레 젓갈 문화의 본고장이 되었다. 지금도 강경 젓갈시장은 전국 젓갈 유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옛 영광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 강경대흥시장 젓갈 골목을 40년간 지켜온 부부가 있다. 새우젓 통 하나만 해도 250kg. 1년에 600개 가까운 통을 짊어지고 나르다, 다섯 차례 큰 수술을 견뎌낸 남편 백봉만(70) 씨와 그 곁을 묵묵히 지켜온 아내 오원순(71) 씨. 인생의 고비마다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살아왔다는 부부. 짭조름한 젓갈 맛처럼, 세월 속에 곰삭은 두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강경 근대거리를 밝히는 사람들

– MZ사장님의 젓갈스콘과 강경고을마을 협동조합 주민들

한국의 근대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강경. 교통망 변화로 상업 중심지의 기능은 잃었지만, 번성했던 그 시절을 오늘날에도 이어가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금강을 따라 근대문화유산을 간직한 충남 서부 내륙권의 논산과 부여, 두 도시는 ‘근대문화유산 배움코스’를 개발 중이며, 이 가운데 강경 근대거리는 10동의 등록문화재와 잘 보존된 근대 건축물을 바탕으로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춘 곳으로 주목받고 있다. 논산은 구 강경노동조합,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 등 근대 건축물을 중심으로 근대거리를 조성해 새로운 활기를 더하고 있다.

이 거리에 힘을 보태는 또 다른 주인공은 청년들. 논산 청년희망프로젝트를 통해 강경 근대거리에 둥지를 튼 젊은 사장님 중 하나인 손지나(37) 씨. MZ세대답게 야심찬 메뉴를 개발했는데. 강경의 명물 젓갈을 활용한 젓갈스콘을 선보이며 거리에 젊은 감각을 불어넣고 있다.

또한 강경 토박이 최충식(68) 씨는 신문지, 캔 뚜껑, 아이스크림 막대 같은 버려진 재료로 등을 만들어 거리를 밝히며, 2년 전부터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활동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조선 2대 포구의 번영이 깃든 근대문화유산 위에서 청년들과 주민들의 손길로 다시 살아나는 강경 근대거리. 과거의 기억과 현재가 함께 어우러진 이 거리에서 오래된 미래를 만나본다.

▶육군훈련소 청춘들 입맛 저격한 제육짜장

1951년 창설된 논산의 육군훈련소. 지금까지 약 900만 명의 장정을 길러낸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교육부대이자 대한민국 정병(正兵) 육성의 요람이다. 해마다 12만 명의 청춘이 이곳에서 국군의 일원이 되고, 입소 장정을 배웅하는 가족과 친지까지 더하면 연간 100만 명이 넘는 이들이 드나든다.

대한민국 남자들의 제2의 고향이라 불리는 육군훈련소 근처에는 대한건아들의 영혼까지 위로하는 음식이 있다. 훈련병 시절 가장 먹고 싶었던 제육볶음을 중식으로 재해석해, 불향 가득한 제육을 짜장에 얹은 ‘제육짜장’을 선보이는 이동옥(63) 사장님. 한때 식당 실패로 신용불량자까지 됐었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바로 이 한 그릇이었다. 예비 장병들에게는 밥을 무제한으로 내어준다는 사장님. 한 달이면 쌀만 500kg이 쓰이는 정성이다. 자신이 받았던 위로를 후배 장병들에게 그대로 전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대한민국 남자들이 세대를 뛰어넘어 공감하는 위로의 맛, 제육과 짜장. 둘을 합친 이 한 그릇이 육군훈련소 청춘들에게 뜨거운 힘이 되고 있다.

▶18m 국내 최대 석불 - 논산의 수호신 은진미륵

몸을 구부려야만 지나갈 수 있는 해탈문. 그 문을 지나면 국내 최대 규모의 미륵보살상을 품은 천년고찰, 관촉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얼굴보다 큰 관(冠)을 쓴 독특한 형상으로도 유명한 은진미륵은, 천년 세월 동안 논산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오며 논산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이 불상을 보지 못하면 염라대왕에게 꾸지람을 듣는다는 전설이 전해질 정도였고, 지금도 논산 사람들은 아이의 잘생김을 비유할 때 “은진미륵 닮았다”라는 말을 최고의 칭찬으로 삼는다고. 우리나라 국보이자 논산의 수호신, 그리고 천년을 함께한 민중의 벗, 은진미륵을 만나 논산 사람들의 삶과 희망을 들여다본다.

▶4대를 이어온 자긍심 – 연산면 피순대

계룡산과 대둔산, 천호산의 산줄기가 이어져 있어 연이은 산이라는 뜻을 지닌 연산. 1911년 호남선 철도가 개통되며, 이를 기점으로 연산장은 충청도의 대표 장터로 번성하기도 했다. 이곳 연산면에는 100년 전통을 이어온 명물, 연산 피순대가 있다. 돼지 피를 그대로 쓰지 않고 숙성시켜 맑은 피를 대창에 채운 것이 특징으로, 부드럽고 담백한 맛으로 순대 마니아들에게 성지로 불린다.

1919년 연산 오일장이 서면서 고(故) 김점순 여사가 행상으로 순대를 팔기 시작한 것이 그 시작. 이후 딸 손복례 씨, 아들 강윤찬(68) 사장을 거쳐 현재는 4대째 강동현(42) 씨가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2014년, 서울에서 음악 활동을 하던 동현 씨가 할머니 곁에서 순대를 배우기 시작하며 명맥을 잇게 된 연산 피순대. 하지만 전통을 지키려는 할머니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손자 사이에는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4대의 도전이 있기에 100년의 역사가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연산 피순대에 담긴 자긍심과 세월의 무게를 맛본다.

▶옥녀봉을 지켜온 91살 할머니의 황금빛 인생

논산시 강경읍 금강 변에 자리한 해발 44m의 옥녀봉. 봉수대에 오르면 강경읍내와 금강, 그리고 드넓은 논산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달 밝은 보름날, 하늘의 선녀들이 내려와 맑은 강물에 몸을 씻고 경치를 즐겼다는 전설을 품은 곳. 논산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찾았던, 추억 어린 전망대다.

그 아래에는 반세기 넘게 자리를 지켜온 작은 가게가 있다. 올해 91살, 송옥례 할머니가 이곳의 주인이다. 스물다섯에 시집와 지금까지 52년을 옥녀봉 아래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왔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110세까지 장수한 시어머니를 모시며 방 한 칸짜리 작은 구멍가게에서 부지런히 오 남매를 키워낸 세월이 고스란히 가게 안에 서려 있다. 해 질 녘이 가장 아름답다는 옥녀봉의 풍경과 닮은 구순 노모의 인생을 만난다.

낭만 가득한 그 시절의 추억이 마음을 덥혀주고, 뜨거운 땀과 열정으로 시절을 불태우는 청춘들과 곰삭은 인생들이 금강 물길 따라 오늘도 찬란하게 흐르는 동네. 충남 논산은 이날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338화 여전히 찬란하다 – 충청남도 논산 편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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