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태양광 패널로 수소·이차전지 소재 만든다!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09-25 14:50:56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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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UNIST) [연구진사진] (좌측부터) 백종범 교수, 임한권 교수
(사진제공=UNIST) [연구진사진] (좌측부터) 백종범 교수, 임한권 교수

(울산=국제뉴스) 주영곤 기자 = 암모니아에 저장된 수소를 실리콘을 넣어 추출하는 기술이 나왔다. 추출 과정에서 이 실리콘은 이차전지 원료로 탈바꿈돼, 수소 생산 비용은 줄이고 폐태양광 패널의 실리콘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백종범 교수팀은 암모니아에서 순도 100% 수소를 분리해내는 볼 밀링 공법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암모니아(NH₃)는 청정연료인 수소(H₂)를 값싸게 저장·운반할 수 있는 물질이다. 무게 대비 수소 함량이 17.6%로 높고, 이미 암모니아의 저장·운송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암모니아에 화학적으로 저장된 수소를 다시 꺼내 쓰려면 400~600 ℃의 고온 분해와 추가 정제 공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공정은 50℃ 수준의 낮은 온도에서 반응이 일어나 에너지 소모가 적고, 추가 정제 과정 없이 수소를 얻을 수 있다. 직경 수 밀리미터 크기의 구슬이 들어 있는 밀폐 용기(볼밀)에 암모니아 기체와 실리콘 분말을 함께 넣고 흔드는 방식이다. 구슬의 충격과 마찰로 실리콘이 활성화되면서 암모니아가 빠르게 분해돼 수소가 나온다. 암모니아가 분해되면 수소뿐만 아니라 질소(N₂)도 같이 나오는데, 질소는 기체 형태로 방출되지 않고 실리콘과 반응해 질화규소(Si₃N₄)로 전환된다.

실험에서 암모니아 기체가 모두 분해돼 시간 당 102.5 mmol(밀리몰)의 수소가 생성됐으며, 성분 분석 결과 질소나 미반응 암모니아와 같은 기체 불순물은 전혀 없는 순도 100%의 수소로 확인됐다. 실제 폐태양광 패널에서 회수한 실리콘을 사용했을 때도 동일한 전환율과 순도를 확보했다.

공정의 부산물인 질화규소는 이차전지 음극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생산된 질화규소로 만든 리튬이온전지는 391.5 mAh/g의 용량을 기록했으며, 1,000회 이상 충·방전에도 99.9% 쿨롱 효율과 초기 용량의 80% 이상을 유지했다.

또 경제성 분석 결과, 폐태양광 패널로 만든 질화규소의 판매 수익까지 고려하면 수소 생산 단가가 –7.14달러/kg 수준으로 ‘마이너스’ 비용을 기록, 오히려 경제적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종범 교수는 “암모니아 기반 수소 경제의 발목을 잡아 온 수소 분리·정제 문제에 해법을 제시한 성과”라며 “실제 폐태양광에서 회수한 실리콘 분말을 사용했을 때 상용 실리콘 분말을 쓴 경우와 비교해 성능 차이가 거의 없어, 2050년까지 8천만 톤 이상 누적 배출이 예상되는 폐태양광 재활용 기술로도 큰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권위 학술지인 미국화학회지(JACS,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9월 3일 자로 출판됐다. 연구 수행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등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논문명: Separation-free High-purity Hydrogen Production via the Mechanochemical Ammonia-silicon Reaction under Mild Conditions)

※ 붙임: 연구결과개요, 용어설명, 그림설명

□ 연구 결과 개요

1. 연구배경

수소(H₂) 경제에서 가장 큰 난제는 수소의 효율적인 저장과 운송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암모니아(NH₃)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암모니아는 무게 대비 수소 함량이 17.6%로 높고, 쉽게 액화할 수 있어 수소 운반체로서 유망하다. 그러나 기존의 암모니아 분해 공정은 400~600 ℃의 고온이 필요하고, 분해 과정에서 수소와 함께 질소·미반응 암모니아가 발생해 추가 분리 공정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고순도 수소를 얻는 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실제로 수소 정제 비용이 전체 설비 비용의 약 47.6%를 차지한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저온·저비용 조건에서 별도의 분리 공정 없이 고순도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한편, 암모니아와 실리콘(Si)의 반응(4NH₃ + 3Si → 6H₂ + Si₃N₄)은 이론적으로 발열 반응이지만, 기존의 열화학적 조건에서는 활성화 장벽이 높아 반응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마찰·충돌 등 기계적 힘을 활용하는 기계화학적 접근이 제시돼 왔다.

2. 연구내용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계화학적 암모니아–실리콘(NH₃–Si) 반응을 개발했다. 직경 수밀리미터의 구슬이 들어있는 볼밀용기에 실리콘 분말과 암모니아 기체를 넣고 회전시키는 방식이다. 이 공정은 50 ℃의 온화한 조건에서 100% 암모니아 전환율과 100% 수소 순도를 달성했다. 동시에 시간당 102.5 mmol에 달하는 빠른 수소 생산 속도를 기록했다.

또 실험실에서 정제된 실리콘 분말 뿐만아니라 폐태양광 패널에서 회수한 실리콘 웨이퍼를 원료로 사용해도 동일한 전환율과 순도를 확보할 수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분해 과정에서 발생한 질소는 기체로 방출되지 않고 실리콘과 결합해 고부가가치 소재인 질화규소(Si₃N₄)로 전환됐다. 연구팀은 이 물질을 실제 리튬이온전지 음극재로 적용해 성능을 검증했다.

정제된 실리콘 분말을 사용해 얻은 Si₃N₄ 전극은 초기 용량 391.5 mAh g⁻¹을 기록했고, 1,050회 충·방전 후에도 99.9% 쿨롱 효율과 초기 용량의 80% 이상을 유지했다. 실제 폐태양광 패널에서 회수한 실리콘으로 만든 질화규소 전극 역시 340.3 mAh g⁻¹의 안정된 용량과 99.9%의 쿨롱 효율을 보였다.

이는 폐자원을 활용한 공정에서도 정제된 재료와 거의 대등한 전지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수소 생산과 배터리 소재 확보를 동시에 달성하는 업사이클링 기술로서의 실효성을 뒷받침한다.

매커니즘 분석결과 밀링 과정에서 실리콘 입자가 나노 크기로 분쇄되면서 표면에 결함과 압축 변형이 형성되고, 이로 인해 암모니아의 흡착과 활성화가 촉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연속식 장비(attrition mill)를 활용한 실험을 통해 대규모 공정 적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3. 기대효과

이번 기술은 기존 암모니아 분해 공정과 비교해 훨씬 낮은 에너지 소모로 고순도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더불어 부산물로 생성되는 질화규소는 시장 가치가 높은 소재로, 이를 고려한 경제성 분석 결과 수소 생산 단가는 –7.14 달러/gH₂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는 단순히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암모니아 기반 수소 경제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폐태양광 실리콘 패널을 활용할 수 있어, 급증하는 재생에너지 폐기물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이를 고부가가치 소재로 업사이클링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기존의 PSA(압력 스윙 흡착)와 같은 별도의 정제 공정이 필요 없는 새로운 고순도 수소 생산 패러다임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학문적·산업적 의미가 크다.

□ 용 어 설 명

1. 압력 스윙 흡착(PSA, Pressure Swing Adsorption)

가스 혼합물에서 원하는 기체만 선택적으로 분리·정제하는 기술이다. 제올라이트와 같이 특정 기체 분자가 잘 달라붙는 흡착제를 충진한 기둥에 혼합 기체를 고압으로 통과시키면, 흡착제 표면에 잘 달라붙는 성분은 기둥에 흡착되고 그렇지 않은 성분만 통과한다. 이후 압력을 낮추면(스윙 단계) 흡착됐던 기체가 떨어져 나오면서 분리된다. 원하는 기체를 고순도로 얻으라면 압력을 높였다 낮추는 사이클을 반복해야만 한다.

□ 그 림 설 명

(사진=UNIST) [연구그림] 암모니아에서 수소 기체만을 분리하는 공정 개념도
(사진=UNIST) [연구그림] 암모니아에서 수소 기체만을 분리하는 공정 개념도

그림1. 암모니아에서 수소 기체만 분리하는 공정 개념도. 폐태양광 패널에서 얻은 실리콘(파란 격자)에 볼밀링 충격이 가해지면 암모니아 분자(NH₃, 빨강+흰색)가 분해돼 수소 분자(H₂, 흰색 두 개)가 방출된다. 이 과정에서 질소는 기체로 나오지 않고 실리콘과 결합해 고체 질화규소(Si₃N₄, 파란색 결합 구조)로 전환된다.

그림2. 개발된 공정의 수소 생산 성능

(a) 구슬 충격을 이용한 볼밀링 공정 모식도.

(b, c) 반응 시간이 늘어날수록 수소 생성량이 증가하고, 암모니아가 100% 전환됨을 보여줌.

(d) 회전 속도가 증가할수록 수소 생산량과 반응 온도가 상승함.

(e) 다양한 금속 중 실리콘이 가장 높은 수소 생산 활성을 보임.

민영뉴스통신사 국제뉴스/news002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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