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이 될 우리금융지주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진을 중심으로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인수계약 성사 여부를 떠나 믿을 건 실적이 된 동양생명은 3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우리금융이 동양생명·ABL생명에 대해 맺은 패키지 인수계약이 당국 변수 등으로 불발되면 중국 다자보험 품에 있던 이들 보험사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새 주인의 향방이 불확실한 보험사를 지켜주는 건 당장의 호실적이다. 다만 동양생명은 4분기 계리적 가정 변경 등의 영향으로 보험계약마진(CSM) 하락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금융 전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변수로
우리금융은 중국 다자보험과 지난 8월 28일 동양생명·ABL생명에 대한 패키지 인수계약을 맺었다. 인수가격은 동양생명이 1조2840억원, ABL생명이 2654억원으로 총 1조5493억원에 달한다.
계약기간은 계약일로부터 12개월 후인 내년 8월 말까지로 이전까지 인수가 완료되면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계약이 기간 내 완료되지 못하면 파기 가능성이 존재하며 이때 계약금 수천억원도 물어내야 한다.
문제는 인수가 불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은 올해나 내년 초 보험사 인수를 완료할 계획이었으나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문제로 검사에 나서고 검찰 역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으로 절차 진행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믿을 건 호실적 유지
앞서 푸르덴셜생명이나 오렌지라이프 등 외국계 보험사들은 각각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보험계열사들과 통합돼 점차 안정화를 이루는 수순이다. 반면 든든한 금융그룹 새 주인을 맞이할 거란 기대가 인수 불발로 그치게 되면 동양생명·ABL생명에도 타격은 불가피한 셈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현재 우리금융이 맞닥뜨린 당국 압박으로 이들 보험사가 새 주인을 믿는 구석으로 두기는 어렵게 됐다는 얘기다. 오히려 이번 인수계약이 불발되더라도 본업 경쟁력을 나타낼 수 있는 실적 유지 및 상승세가 믿을 구석이 되는 셈이다.
동양생명은 3분기 별도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4% 성장한 904억원을 기록해 시장 컨센서스를 20% 이상 상회하는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한화투자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손실계약부담비용에서의 환입으로 보험손익이 기대를 상회한 게 호실적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4분기 계리가정 변경에 CSM 하락 전망
세부적으로 보면 동양생명의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한 965억원으로 증가했다. 투자손익은 181억원으로 같은 기간 흑자전환했으며 일반 계정 기준으로도 173억원을 기록했다.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전분기 대비 34% 증가했으며 이중 보장성 보험은 같은 기간 65% 증가했다. 월초 기준으로 건강담보가 전분기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가운데 마진이 개선되면서 신계약 CSM도 같은 기간 61% 늘었다. 영업력이 꾸준히 실적을 받쳐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동양생명도 4분기 무저해지 보험에 대한 계리가정 가이드라인 영향을 피해갈 순 없는 상황이다. 동양생명이 자본 관리를 위해 4분기 30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더라도 가정 변경에 따라 CSM이 4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 3분기 지급여력(K-ICS·)비율이 161%로 전분기 대비 5%p 떨어진 상황에서 추가 하락도 점쳐진다. 4분기 중 발행한 후순위채 3000억원의 상승 요인과 연말 계리가정 가이드의 하락 요인을 함께 적용하면 150%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연구원은 “자본여력과 배당가능이익 확보를 위해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관리와 해약환급금준비금 개선안의 적용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