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프리미어12 일정을 마치고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015년 초대 대회에서 정상에 섰던 한국은 2019년 2회 대회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목표로는 슈퍼라운드 진출을 내걸었지만,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1차전에서 대만에 3-6으로 덜미가 잡힌 한국은 쿠바를 8-4로 완파했지만, 일본전에서 3-6 분패를 당했다. 이후 한국은 도미니카 공화국과 호주를 각각 9-6, 5-2로 제압했지만, 3승 2패에 그치며 일본(5승 무패) 대만(4승 1패)에 조 2위에게까지 주어지는 슈퍼라운드행 티켓을 내줬다.
다행히 소득이 없지는 않았다. 특히 박영현은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하며 국가대표 마무리 자리를 예약했다.
유신고 출신 박영현은 2022년 1차 지명으로 KT의 부름을 받은 우완투수다. 데뷔 시즌 52경기(51.2이닝)에서 2홀드 평균자책점 3.66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박영현의 성장세는 가팔랐다. 이듬해이던 2023시즌 68경기(75.1이닝)에 나서 3승 3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2.75와 더불어 32홀드를 수확, 홀드왕에 올랐다. 이후 올 시즌에는 마무리 투수를 맡아 66경기(76.2이닝)에 출전해 10승 2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 KT의 뒷문을 단단히 잠갔다.
‘국가대표’ 박영현의 존재감도 컸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4경기(5.1이닝)에서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0.00을 써내며 한국의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이번 프리미어12에서도 씩씩하게 공을 뿌린 박영현이다. 쿠바전에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올렸고, 도미니카 공화국전에서는 1.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구원승을 챙겼다. 이후 박영현은 호주전에서도 1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올리며 대회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3경기(3.2이닝) 출전에 1승 1세이브 2피안타 6탈삼진 평균자책점 0.00. 특히 쿠바전에서는 분당 회전수(RPM)가 2588이 찍히며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전성기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대단한 활약상이었다.
대회 도중 류중일 감독은 “박영현은 우리 팀에서 구위가 가장 좋다. 앞으로 팀에 가서 마무리할지, 선발로 전환할지 모르겠지만 마무리를 한다면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될 거라 믿는다”고 극찬했다.
연이은 호투 덕분인지 자신감도 넘쳐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영현은 19일 귀국한 뒤 “KBO리그 정규시즌보다 이번 대회 컨디션이 더 좋았다. 패스트볼을 자신 있게 던져서 좋은 개인 성적이 나온 것 같다”며 “롤모델인 오승환 선배와 비교돼 영광스럽다. 오승환 선배에게 다가간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안주하지 않고 더 성장하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그동안 오승환의 뒤를 이을 마무리 투수를 발굴하는데 애를 먹고 있었던 한국 야구는 박영현의 등장으로 한숨을 덜게됐다. 박영현의 시선도 2026년 3월에 펼쳐지는 다음 국제대회인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으로 향해있다.
지난 3월 서울시리즈에서 LA 다저스와 만나 크리스 테일러에게 우월 솔로포를 맞았었던 박영현은 “기회가 된다면 2026 WBC에 출전해 지금처럼 좋은 컨디션으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타자들을 만나보고 싶다”며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다시 만났을 때 꼭 삼진을 잡고싶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한국 야구가 오승환의 뒤를 이을 훌륭한 마무리 투수를 얻었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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