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서울 지하철 지하역사 대부분이 법정 초미세먼지 수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하철 공기질이 유독 나쁜 것은 오래된 환기설비 탓인데, 이를 개량할 예산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었다. 게다가 서울교통공사에서는 환기설비 개량사업 관련 납품 비리도 잇따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의원(국민의힘)이 환경부와 서울시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지하역사의 초미세먼지 수치는 2021년 34.3㎍/㎥에서 올해 7월 35.1㎍/㎥로 꾸준히 소폭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2023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 동안 서울 지하철 250개 지하역사 중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최대치가 법정 기준치(50㎍/㎥)를 넘는 역사가 237곳(94.8%)에 달했다. 연평균 1년 내내 기준치를 초과한 역도 29곳이었다.
정부와 서울시가 지하철 미세먼지를 잡겠다며 수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사실상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이는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사업에 성과를 낸 나머지 지방 지하철(부산, 대구, 인천, 대전 등)과는 대비되는 결과다.
이처럼 서울 지하철과 나머지 지방 지하철의 성패 갈린 데는 환기설비 노후도가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것이 김위상 의원의 분석이다. 실제 서울 지하철 지하역사 환기설비의 76.8%(192곳)이 법정 내구연한(20년)을 넘겼는데, 지방 지하철들은 인천 0%, 대구 16.3%, 대전 18.1%, 부산 24.2% 수준이었다.
서울 지하철도 오래된 환기설비를 개량한 지하역사는 초미세먼지 저감 현상이 뚜렷했다. 최근 노후 환기설비가 교체된 쌍문역의 경우 개량 전후 187㎍/㎥에서 45.5㎍/㎥로, 미아역은 196㎍/㎥에서 58.3㎍/㎥로 개선됐다(월평균). 이촌역, 일원역 등 2022년~2023년에 걸쳐 환기설비 개량이 완료된 나머지 역사도 모두 동일한 효과를 봤다.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도 ‘지하역사 공기질 개선대책 방안 제시 및 미세먼지 저감효과 분석(2024년 8월)’ 연구보고서를 통해 “노후 환기설비의 교체 및 개량이 미세먼지 저감에 가장 효과적이다”라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관련 정부 예산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노후 환기설비 교체를 위해 2020년엔 177억8800만원을 편성했지만 올해는 66억400만원을 투입하는 데 그쳤다. 환기설비 개선사업은 국비와 시비, 각 교통공사의 예산을 합해 추진된다.
김위상 의원은 “개선사업 현황을 보면 한 해 4개 역사 정도만 환기설비를 교체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는 수십 년이 지나도 개선이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환기설비 교체 공사를 둘러싼 납품 비리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에는 당시 서울교통공사 기계처장 등 임직원 2명이 우수한 필터를 설계에서 고의로 제외하고 임의로 타 업체 필터를 채택해 징계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해당 사건으로) 국비 예산 57억원이 삭감되고 사업 규모가 축소돼 미세먼지 저감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라고 징계 사유를 밝혔다.
올해 7월에도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가 서울교통공사 임직원이 역사 환기설비 개량사업 등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가 있다며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위상 의원은 “줄어든 예산마저 비리로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총체적 난국 상황”이라며 “국비 투입사업에 대한 환경부의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