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30일 방한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슬로바키아 정상회담을 갖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을 골자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번 공동성명 채택을 통해 교역·투자, 에너지, 방산·국방 등 핵심 분야는 물론 의료·사회·문화 및 인적교류 등 양국간 전방위적 협력 강화 기반이 마련됐다.
양국관계 격상은 지난 1993년 수교 이후 31년 만이다. 슬로바키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건 아시아 국가 중에선 한국이 처음이다.
공동성명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등 양국간 호혜적 관계를 심화하자는 양 정상의 의지를 서문에 실었다.
양 정상은 성명에서 "양국은 1993년 수교 이래 30년 넘게 발전해온 양국 관계를 바탕으로 상당한 관계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하고 "양국 간 파트너십의 새로운 시대가 개막함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 계기에 미래의 가장 중요한 협력 분야들을 포괄하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함으로써 양국 관계를 격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정무·안보 및 국방 협력, 경제 통상 협력, 과학·의료· 사회 및 문화 협력, 국제협력, 한반도 정세 등의 분야로 나눠 협력 강화 방안이 담겼다.
양국은 '정무·안보 및 국방 협력'과 관련해 외교부 간 정책협의를 장관급을 포함해 정책협의를 정례적으로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또 글로벌 사안에 있어 공정하고 정의로운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정무·안보 및 국방 협력에서 양측은 UN(국제연합),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EU(유럽연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다자 메커니즘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양국 국방부 간 국방협력의 틀 내에서 ▲국군 건설 경험 공유 ▲군수품 도입 ▲연구·기술을 포함한 방위산업 협력 ▲하이브리드 및 사이버 위협 대응 등에 대한 협력에 합의했다.
양 국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최대 활용 ▲인공지능·전자·녹색기술·로봇 공학·자율시스템·방위산업·수소·원자력·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에너지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부문 협력을 공동성명 '경제통상 협력'부문에 명시했다.
특히 슬로바키아는 '지역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및 연구개발(R&D) 활동을 수행하는 기업들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투자 지원 제공'을 확약했다.
양 국은 공동성명의 '과학·의료·사회 및 문화협력' 조상에서 한-슬로바키아 과학 및 기술협력에 관한 협정 기반 하에 공동연구를 모색하기로 합의하는 한편, 보건 의료 글로벌 과제 대응에 협력하기로 했다.
관광 문화 교류, 워킹폴리데이 프로그램 협정 체결 노력, 청년간 교류 촉진 등도 포함됐다.
양국은 '국제협력'에 있어 글로벌 금융체제, 기후 변화 협상, 비확산, 원자력 안전 및 핵안보, 해적행위, 지속가능한 발전 등 다양한 글로벌 사안에 대해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측은 고위급 회의, 정책 협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한-비세그라드그룹(V4 슬로바키아·폴란드·체코·헝가리)의 틀 내에서 협력을 촉진하기로 하고 향후 상호 관심사에 부합하는 사업을 지속 발굴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 정상은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 간의 더욱 긴밀한 관계로부터 얻을 수 있다"며 "다른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공동 노력하자"고 했다.
공동성명에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슬로바키아 측의 우리 대북 정책에 대한 지지가 담겼다.
피초 총리는 성명에서 "실질적인 대화에 기반해 남북관계를 의미있게 발전시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과 자유·평화·번영의 통일 한반도를 위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양 정상은 특히 공동성명에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비핵화를 촉구한다"며 "지역 및 국제 평화와 안보, 글로벌 비확산 체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북한의 핵실험과 전례 없는 빈도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고 명시했다.
또 북한이 탄도미사일 수출,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조달을 포함한 북-러시아 간 군사 협력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북한 내 인권 증진 협력 강화 협력'과 '납북자·억류자·미송환 국군 포로 문제의 즉각적 해결 촉구' 문구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