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다저스 투타 겸업 ‘이도류’ 선수 오타니가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에 관해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오타니는 해당 자리에서 자신은 도박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관여하지 않았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닛칸스포츠와 스포츠호치 등 일본 복수 언론들은 26일 “오타니가 LA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소동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며 프리드먼 사장, 데이브 로버츠 감독, 동료 등과 100명의 미디어진이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은 도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결백을 주장했다”며 오타니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통상 단신 보도가 대부분인 일본 언론은 오타니의 소식을 여러 꼭지의 기사로 거의 스포츠 뉴스면을 도배하다시피 전했다. 오타니의 다양한 입장문 전문도 나눠 함께 실으며 집중 보도하는 모습이었다. 심경 고백은 사건이 아직 수사중인 점을 고려해 질의응답 없이 12분간의 오타니의 입장 발표로만 이뤄졌다.
입장문에서 오타니는 “힘든 일주일이었다. 내가 믿었던 사람이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이 너무 슬프고 충격적”이라며 “잇페이는 내 계좌에서 돈을 훔쳤으며, 거짓말을 해왔다”며 전 통역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다.
앞서 ESPN과 디 어슬레틱 등은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계좌에서 450만 달러를 빼돌려 불법 도박 업체 등에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리즈 2차전을 앞둔 21일 해당 내용이 밝혀지면서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오타니 측 변호인은 미즈하라를 ‘대규모 절도’ 혐의로 고발했고 다저스 구단이 미즈하라를 즉각 해고했지만 이후에도 새로운 사실들이 계속 밝혀지면서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미즈하라는 최초에 ‘오타니가 도박 빚을 대신 갚아줬다’는 말을 하면서 마치 오타니가 도박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듯이 밝혔다가 다시 하루만에 ‘오타니는 알지 못했다’로 입장을 바꾸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이후 미즈하라의 정체나 신원부터 가짜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의 발언들에 대한 의구심도 더 커졌다. 결국 이런 소란에 오타니가 도박에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의문에 대해 확실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면서 결국 오타니가 사건 일주일만에 입장을 밝힌 것이다.
오타니는 “내가 이 일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1차전이 끝난 이후 진행된 팀 미팅 때다. 그 회의에서 잇페이는 전부 영어로 말하고 있었고, 나에게 통역은 따로 붙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고 ‘어떤 내용이지 않을까’라고 이해는 되었고 일종의 위화감은 있었다”면서 “그랬기에 호텔로 돌아간 이후 그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잇페이가 ‘지금은 기다려달라’고 했기 때문에 나는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며 최초에 사건이 터져 구단에 문의가 온 이후에도 전 통역이 도박 문제를 자신에게 알리지 않고 은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타니는 “서울시리즈 동안 변호사를 통해 불법 도박에 관여됐는지에 대한 문의가 왔을 때 잇페이는 언론과 변호사 등에 ‘오타니가 빚을 갚아줬다’고 말했고, 나와 꾸준히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며 이 모든 것들은 “완전한 거짓말”이라 주장했다. 오타니는 자신이 이 문제에 대해 전 통역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들은 바도 없으며 그 자신이 불법 도박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은 사실도 당연히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오타니는 “나 자신은 누군가를 대신해 스포츠 이벤트에 베팅하고, 그것을 다시 부탁하는 일 등을 한 사실이 없고, 내 계좌로부터 누군가에게 송금을 의뢰한 것 역시 물론 전혀 없다”면서 “정말 며칠 전까지 잇페이가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며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미즈하라가 불법 스포츠도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타니에 따르면 최초 미즈하라는 계좌에서 돈을 빼낸 것에 대해 자신의 빚이 아닌 모친의 수술비 등을 비롯한 가족의 빚을 대신 갚았다는 명목으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스포츠 도박을 직접 했는지에 대해서도 오타니는 강경하게 결백을 주장했다. 오타니는 “나는 야구는 물론이고 어떤 스포츠 종목에도 베팅을 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대신 해달라는 부탁도 한적이 없다. 도박업자와 접촉한 사실도 없으며, 도박업자에게 빚을 갚는 것을 동의한 사실도 없다”며 이번 사건은 자신과 상관 없는 미즈하라의 일탈 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일본 언론은 이같은 오타니의 결백과 충격에 포커스를 맞췄다. 자국 최고의 스타의 예상치 못한 추문을 적극 방어하는 모습이었다. 동시에 오타니가 사건의 충격을 떨쳐내고 시즌에 집중하려는 입장에 더 힘을 실었다.
입장문 발표를 마치며 오타니는 “솔직하게 충격이라는 말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 이상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각으로 일주일 정도를 보냈기에 지금 그것(현재 심경)을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사건에 대해 받은 충격이 매우 크다고 전하며 “이제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지금부터는 변호사에게 이 일을 부탁하고, 나 자신 역시 경찰 당국에 전면적으로 협력하고 싶다. 이 기분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지만 시즌을 향해 다시 시작하고 싶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논란을 떨치고 다시 야구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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