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10회 연속 진출 실패’ 신태용의 인니에 발목 잡힌 황선홍호, 물거품된 ‘로드 투 파리’…잔혹하게 끝난 한국축구 올림픽 40년 출전사

[ MK스포츠 축구 ] / 기사승인 : 2024-04-26 07:09:0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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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투 파리(Road to PARIS)’는 그저 꿈이었다. 올림픽 10회 연속을 꿈꿨던 황선홍 감독의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예선전인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카타르 아시안컵 8강에서 여정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황선홍호는 26일 오전 2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8강전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이날 한국은 3-4-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엄지성-강성진-홍시후, 이준-김동진-백상훈-황재원, 조현택-이강희-변준수, 백종범이 출전했다.







한국은 예상치 못한 상대의 한 방에 당해 끌려갔다. 전반 15분 박스 앞 스트라윅의 감아찬 슈팅을 백종범 골키퍼가 다이빙을 뛰며 손을 끝까지 뻗었지만 막아내지 못하며 선제골을 내줬다.

인도네시아의 공세에 한국은 쉽게 분위기를 가져오지 못했고 공격 상황에서도 측면을 이용한 크로스 공격을 시도했지만 위협적이지 못했다.

그런 와중 전반 막판 흐름을 가져오며 몰아쳤고, 전반 추가시간 1분 우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쇄도하던 엄지성이 헤더로 연결, 상대 맞고 골문 안쪽으로 흘러 들어가며 1-1 동점이 됐다.

하지만 동점의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전반 추가시간 4분 길게 넘어온 상대 롱패스가 박스 안쪽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이강희와 백종범 골키퍼의 소통 미스로 스트라윅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전 황선홍 감독은 강상윤, 이영준, 정상빈 카드를 꺼내 들며 조별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대거 경기장에 투입했다. 그러면서 점차 주도권을 가져오던 도중 악재가 발생했다. 후반 25분 전방 압박을 시도한 이영준이 상대 패스를 막는 과정에서 인도네시아 수비수 후브너의 발목 부위를 밟는 파울을 범했다.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온필드 모니터(VAR) 판독 후 경고를 취소, 퇴장을 선언했다.

수적 열세에 빠진 한국은 홍윤상, 장시영을 투입하며 다시 한번 전력을 가다듬었고 4-3-1 혹은 4-4-0의 포메이션으로 수비를 펼치며 기회를 기다렸다.

그 기다림의 결실을 보듯 후반 39분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교체카드 홍윤상, 정상빈이 골을 합작했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의 코너킥 후 백종범 골키퍼가 빠르게 볼을 던졌고, 홍윤상이 잡은 뒤 돌파 후 전방으로 패스를 찔러넣었다. 상대 수비라인에 맞춰 돌아뛴 정상빈은 홍윤상의 패스를 잡은 뒤 침착한 마무리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는 연장으로 흘러갔다. 주고받는 흐름이 이어진 가운데 역전골은 터지지 않았고 2-2 균형 속 승부차기까지 이어졌다.

승부차기에서는 여섯 번째 키커 강상윤이 실축했지만 인도네시아의 여섯 번째 키커 아르칸 피크리 또한 실축하며 승부를 이어갔다. 백종범 골키퍼까지 키커로 나서며 모든 키커가 일순환한 뒤 열두번째 키커 이강희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인도네시아의 열두번째 키커 아르한이 골망을 가르며 한국은 승부차기 스코어 10-11로 패하게 됐다.

이로써 한국은 8강 무대에서 모든 여정을 마쳐야만 했다.



이번 U-23 카타르 아시안컵은 오는 7월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의 예선전이었다. 대회 1~3위 팀까지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고, 4위 팀은 아프리카 대륙 4위 기니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남은 출전 티켓을 가리는 형식이다.

한국 축구는 지난 1984 로스엔젤레스 올림픽부터 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총 9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8회 연속 진출에 성공하며 남자 축구 최다 연속 출전 기록을 세운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목표로 내세웠다.

큰 꿈을 갖고 준비에 나선 한국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황선홍 감독은 당초 양현준(셀틱), 배준호(스토크 시티), 김지수(브렌트포드) 등 해외파 선수들을 소집했지만, 각 소속팀들은 일정상의 이유로 이들의 차출을 반대했고 황선홍 감독 플랜은 어그러졌다.

이로 인해 황선홍 감독은 홍시후(인천유나이티드), 김동진(포항스틸러스), 최강민(울산HD)를 대체 발탁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일본과 함께 B조에 속했다. 동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세 국가가 모여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황선홍 감독 역시 조심스럽게 대회를 준비했고 경기력과 별개로 조별리그에서는 3승 전승으로 조 1위를 확정했다. 더욱이 3경기 무실점을 기록하며 아쉬운 공격력에 비해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8강에서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에게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전력상 열세인 인도네시아는 내려앉지 않고 오히려 빈공간을 이용하며 적재적소에 패스를 넣어 효율적인 공격을 펼치며 한국을 공략했다.

여기에 우측 윙백 아르한의 롱스로인이 계속해서 박스 진영으로 넘어오며 기회를 만들었다.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세트피스 못지않은 위력을 보였다.

황선홍 감독의 전술 또한 아쉬웠다. 선발로 내세운 강성진, 홍시후, 엄지성 모두 빠른 속도가 강점인 선수들인데 이날 한국은 양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 공격을 통해 기회를 엿봤다. 인도네시아에 비해 제공권 우위를 갖고 있지 않아 위협적이지 못했다.

이후 이영준의 퇴장 악재에 수적 열세에 빠지게 됐고, 정상빈의 극저인 동점골이 터졌지만 승부차기에서 인도네시아에게 덜미를 잡히며 돌아서야만 했다.

이번 대회 탈락으로 한국축구는 올림픽 기록을 ‘리셋’하게 됐다. 역대 최다 연속 출전 기록 역시 9회 연속 출전으로 마감하게 됐고 어쩌면 10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대기록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부터 지난 올림픽까지 7회 연속 진출한 일본이 먼저 차지할 수 있다.





황선홍 감독 또한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 3월 A대표팀 임시 감독직을 제안받고 수락하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당시 올림픽 대표팀은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에 나섰고 우승을 차지하며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지만 최종 점검 자리에 함께할 수 없었다.

이때 황선홍 감독은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여파로 크게 흔들렸던 A대표팀에게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밖에 없었다.

현역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은 황선홍 감독은 부산아이파크, 포항스틸러스를 거치며 인상적인 지도력을 보였으나 FC서울부터 아쉬움을 남기더니 옌벤 푸더(중국), 대전하나시티즌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2021년 김학범 감독 이후 올림픽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에게는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의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3연패를 이끌었지만, 진짜 시험대였던 올림픽 예선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40년 동안 이어진 올림픽 출전사의 마침표를 찍게된 인물이 됐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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