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데일리 송병훈 기자]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이 유해화학물질 사업장인 ‘아리셀’ 공장에 대해 지난 4년간 서류점검만 시행한 가운데, 환경부가 수년간 ‘문제없다’는 사측의 점검표만 믿고 단 한 번도 현장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지난해 환경부의 서면점검 대체 비율이 71%로 확대되면서 유해물질 사업장의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이 8일 환경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 아리셀 점검실적 및 결과’에 따르면, 아리셀이 유해물질 사용 허가를 받은 2018년 이후 환경부는 2020년부터 화재가 발생한 2024년 6월24일 직전까지 4년간 서면점검만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물질관리법 제49조에 따라 환경부는 유해화학물질 사업장을 대상으로 화학사고 예방관리 등 화관법에서 규정하는 사항에 대해 매년 지도점검을 하도록 돼 있지만, 코로나와 점검 인력의 한계로 현장점검을 실시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 환경부가 제출한 ‘최근5년 아리셀의 유해화학물질 영업자 대안점검’에 따르면, 아리셀은 화관법 이행사항에 대해 모두 ‘적정’으로 기재했다. 이에 관리 당국도 위반 사항이 없다고 보아 최종 점검 결과 ‘특이사항 미발견’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한 아리셀이 작성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자체점검대장’을 살펴보면, 아리셀은 참사 이틀 전 화재가 발생한 2동 자체 점검에서 안전점검 12개 항목 모두 ‘문제없음’으로 표시했다. 자체점검은 화관법 제25조에 따라 주 1회 이상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체점검 항목에 따른 안전 점검을 제대로 이뤄졌는지다. 아리셀은 참사 발생 한 달 전 작성한 2024년 5월24일 제출한 자체점검 중 ‘물 반응성 물질이나 인화성 고체의 물 접촉으로 인한 화재·폭발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 ‘문제없음’으로 제출했다.
아리셀이 제조하는 일차전지에는 물에 반응해 불을 키울 수 있는 가연성 유기물질(전해질)이 들어간다. 당시 공장 3동에 쌓여있던 리튬 배터리발 화재로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난 점을 고려하면, 아리셀이 주 1회 자체 점검을 제대로 시행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또 3동 화재가 발생한 구역 인근에는 유해물질이자 사고대비물질인 메틸에틸케톤(MEK)을 사용하는 마킹공정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르면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은 화학사고 예방 등 환경부의 검사 대상이다.
이에 화재 위험이 큰 메틸에틸케톤(MEK) 인근에는 화관법 시행규칙에 따라 가연성이 물질이 접촉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는 단 한 차례도 현장점검에 나서지 않았다고 김 의원은 밝혔다.
한편 당시 3동에는 3만5000여개의 리튬 배터리가 적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셀 측의 ‘문제없음’이라는 자체 조사만 믿고 방치한 환경부의 책임도 책임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아리셀 화재는 배터리 완제품 결함에서 발생한 사고로 이는 ‘화학 사고’가 아니며, ‘유해물질 사용·보관 등의 취급’을 점검하는 환경청 점검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사업장 대비 점검 인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수도권만 해도 6명의 인력이 9778개소를 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환경부가 제출한 ‘화학물질관리법 이행 사항 점검 실적’에 따르면 서면 점검 비율은 올해 6,638건(71%)으로 최근 5년 중 역대 최대치다. 2019년 현장점검 100%에 달하던 지도점검 실적은 점차 감소하다 지난해 29%(22654건)에 불과했다.
반면 최근 5년 ‘유해물질 취급사업장 수’와 ‘화학사고 건수’가 모두 증가추세로 사업장 수는 1만9079개소, 사고 건수는 155건으로 확인됐다. 점검의 질이 저하될수록 화학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며, 유해화학물질 총괄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주영 의원은 “유해물질 사업장에 대한 사고 예방 등 안전관리를 서류점검으로 대체하는 데에는 허점과 부실이 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현재 환경부의 점검 인력 또한 턱없이 부족한 만큼, 인력 충원 등을 비롯한 대체 방안을 모색해 미흡한 점검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