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최초 작성일 : 2009-01-20 16:03:11  |  수정일 : 2009-01-20 16:03:11.487
“용산참사현장은 지옥 그 자체였다”

20일 새벽, 철거주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 등 총 6명의 인명을 앗아간 용산 참사 현장은 전쟁폐해를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가족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려는 실종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의 통곡이 현장을 가득 메우는 가운데, 경찰은 이중삼중의 벽을 치고 기자들의 현장출입마저 원천 봉쇄했다.

참사를 지켜봤다는 지역주민들은 <폴리뉴스>에게 “경찰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다”며 분통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 바로 옆 갤러리 카페를 운영하는 정연자씨는 <폴리뉴스>에게 “몇 번의 형식적 대화 시도 끝에 경찰이 바로 강경진압에 나섰다”며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옥과도 같았다”고 몸서리를 쳤다.

신원을 밝히지 않은 또 다른 사건 목격자는 “경찰이 물대포를 8군데서 발사해 건물 안에 갇힌 사람들이 나오려 해도 도저히 나올 수 없었다”며 “경찰의 행위는 명백한 살인행위”라고 밝혔다.

또 다른 지역주민 이모씨도 “5공 군사정권 때도 없던 일이 발생했다”며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참담함을 표현했다.

여야 의원들 총출동 “평범한 삶의 현장에 대테러진압 하듯 특공대를 투입하다니”

민주당은 사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김종률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를 꾸리고 정세균 대표를 비롯해 김충조, 신학용, 김유정, 최재성, 김희철 의원 등이 현장을 방문했다.

이들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20일 오전 11시. 사건발생이 있은 지 5시간 여 만이다.

김 위원장은 참담한 현장을 둘러보고 난 뒤 잠행으로 현장에 들어올 수 있었던 <폴리뉴스>에게 “실종자 생사 확인도 안 되고, 현장지휘체계도 엉망”이라며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그는 “대테러진압을 하듯 특공대를 투입한 결과 이런 참극이 빚어졌다”며 경찰의 과잉진압을 맹비난했다.

급히 사건 현장을 방문한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도 <폴리뉴스>에게 “참혹해서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다”며 “평범한 시민이 생활하는 이 현장이 과연 경찰 특공대를 투입할만한 현장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의원은 “상황 발생 6시간이 지나도록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되고 있다”며 “책임자의 현장 브리핑도 없어 진상을 제대로 파악조차 할 수 없다”고 경찰의 늦대응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한나라당도 현장방문을 통해 민심달래기에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지역주민들과 실종자 가족들은 “살인정권 한나라당” “이 살인마들아”라며 울분을 토하고, 현장입구를 막아서기도 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폴리뉴스>와 만나 “뜻밖의 사태를 맞아 국민 여러분들과 큰 충격과 슬픔을 함께 한다”며 “시신수습과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자유선진당도 권선택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의원단이 현장을 찾았고,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이정희, 곽정숙 의원,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진보신당 노회찬, 심상정 공동대표 등도 현장에 속속 들어섰다.

부상자들이 입원치료 중인 중앙대병원을 방문한 뒤 현장을 찾은 민노당 곽정숙 의원은 <폴리뉴스>에게 “이명박 정부의 서민죽이기 실상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울분을 토했다.

곽 의원은 “추운 한겨울에 그 어떤 생계대책 없이 특공대를 통해 강압진압에 나선 것은 살인행위”라고 규정하고 “분노와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은·12시 45분이 되어서야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민주당 최재성, 김유정 대변인은 “야당 대표를 비롯해 진상조사단이 현장에 도착한 지 1시간 30분이 넘도록 그 어떤 책임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며 “도대체 누가 현장 책임자냐”고 경찰을 추궁했으나, 현장에 투입된 경찰들로부터 들려온 것은 침묵뿐이었다.

백동산 용산서장 “공공안녕에 직접적 위협이 돼 특공대 투입했다”
‘희생자 더 나올 수 있어’


백 서장은 현장에 도착한 뒤 여야 의원들에게 현장 브리핑을 통해 “특공대 투입 전 수차례 대화를 시도했으나 철거민들이 대형 새총과 화염병 등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폭력대응했다”며 어쩔 수 없는 진압이었음을 항변했다.

그는 “1차로 13명, 2차 추가로 10명 등 총 23명의 특공대를 컨테이너 박스와 크레인을 이용해 투입했다”며 “철거민들은 건물 안에 비치한 염산과 신나, 화염병 등을 통해 저항했다”고 밝혔다.

백 서장은 또 “특공대가 진입할 때는 이미 화재가 크게 발생한 상황이었다”며 “저희들은 물대포를 이용해 화재진압에 나서는 한편, 철거민들의 진압에 나섰으나 인화성이 큰 신나 등으로 인해 진화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백 서장은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5명과 특공대 1명 등, 총 6명의 사체가 발견됐다”며 “희생자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화상을 입었으나 1구의 시신이 특공대복을 입고 있어 실종된 경찰임을 확인했고, 나머지 5구의 사체들은 국과수에서 DNA 검사를 해야 신원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시신수습이 끝났느냐는 야당 의원들 질문에 백 서장은 “아직 수색을 해 봐야 최종결과를 알 수 있다”며 희생자가 더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특공대 투입을 결정한 책임자가 누구냐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백 서장은 “모든 책임은 관할 서장인 제게 있다”며 경찰 수뇌부로 확산될 사건 파장을 차단했다.

백 서장은 이어 “병력지원은 받을 수 있지만 모든 지휘권은 제게 있다”며 “특공대 투입 요청도 제가 했고, 투입 결정은 어젯밤 11시에 내렸다”고 밝혔다.

시신이 어디에 있느냐는 여야 의원들 질문에 백 서장은 “데리고 있지만 말하기 어렵다”고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백 서장을 강력 비난하며 “국회 현장 조사단에도 말 못 하는 상황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따져물었다.

백 서장의 현장 브리핑 직후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철거민으로 추정되는 5명과 경찰관 1명 등 총 6명이 참변을 당했다”며 “참으로 참담한 심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대한민국이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냐”며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또 “철거민들의 점거농성이 있은 지 채 이틀도 안 돼 강경진압에 나선 것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하며, 경찰은 사후 수습에 최선을 다 하고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뜻밖의 큰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회적 갈등은 대화로 해결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지 물리적 충돌로 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최고위원은 “서장이 책임을 지겠다고 한 만큼 정확한 진상규명에 최선을 다 해 달라”고 당부했다.

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는 백 서장에게 “(죽음을 몰고 온) 직접원인이 화재냐”고 물었고, 이에 백 서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어 권 원내대표가 “특공대 투입 전에 화재가 발생했냐”고 묻자 백 서장은 “그렇다”고 같은 답을 되풀이한 뒤 “(철거민들을) 구조해 나왔지만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에 진보신당 심상정 공동대표가 “불이 났기 때문에 철거민들의 구조를 위해 특공대를 투입했다는 말이냐”며 “말도 안 되는 얘기는 하지 말라”고 백 서장을 맹비난했다.

노회찬 공동대표는 “시신발굴과 수습이 그 무엇보다 최우선”이라며 경찰의 조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백 서장은 브리핑 직후 현장에서 따로 <폴리뉴스>와 만나 “발전기와 염산, 신나, 화염병, 대형새총 등 위험물질을 소지하고 요구조건이 관철될 때까지 장기농성에 들어가겠다는 것은 공공안녕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행위”라며 “화염병 15개, 염산병 40개 등 증거물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백 서장은 “망루가 3단으로 겹겹이 쌓여있었고, 화재 진화와 동시에 특공대들이 그곳을 뚫고 들어갔다”며 “진압과정 중 불붙은 시위대 한 명을 구조하려고 노력도 했다”고 해명했다.

심상정 “대통령 공식사과하고, 내각 총사퇴해야”

백 서장이 현장을 빠져나가려 하자 민노당 강기갑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은 “시신이 여기 있는데, 어딜 떠나냐”며 백 서장을 막아섰고, 이에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이 “양당이 협의해서 서장과 따로 얘기하자”고 제안하자 야당 의원들은 “이 상황에서도 양당을 찾냐”며 장 의원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백 서장에게 “시신을 볼 수 있냐”고 묻자 백 서장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어 봐도 소용없다”고 맞섰다.

이에 이 의원이 “감식현장을 흐트러트리지 않게 질서를 지킬 테니 여야 대표 의원들이 현장(건물 내부)이라도 보게 해 달라”며 요구하자 백 서장은 “안 된다”며 단호히 거절했다.

이후 백 서장은 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야당 의원들의 제지를 뚫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백 서장이 현장을 나간 직후 진보신당 심 대표는 <폴리뉴스>와 만나 “서장의 얘기가 도저히 앞뒤가 맞지 않다”며 “국회 진상조사위원들조차 현장출입을 봉쇄한다는 점에서 사건 왜곡의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생계 터전을 잃은 것도 모자라 목숨마저 참혹하게 빼앗긴 사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뭐라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송구스럽다”며 “이것은 단지 하나의 사고가 아니고 이명박 정부가 국민을 공격대상으로 삼은 태도에서 볼 수 있듯이 예고된 참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 대통령이 이 사태에 대해 정식으로 국민들께 사과하고, 그 책임을 물어 내각이 총사퇴해야 국민들 분노를 진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김석기 경찰청장이 사실상 지휘책임자이기 때문에 그를 엄중하게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성 기자[kisung0123@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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