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국제뉴스) 유지현 기자 = 스위스 알프스의 겨울은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이고, 미학이자, 어떤 이들에게는 가장 순도 높은 휴식의 형태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그라우뷘덴 주는 스위스인들조차 겨울이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다.
눈이 쌓인 산의 입자감, 공기 중의 청량도, 사람들의 얼굴에 얹히는 겨울의 태도까지 모두 선명하게 달라진다.

생모리츠, 발스. 같은 주 안에 있지만 완전히 다른 결의 겨울을 보여주는 두 도시다. 하나는 겨울 럭셔리의 상징이고, 하나는 겨울과 온천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힐링의 조합을 만든다.
한 국가 안에서 겨울이 두 가지 정체성으로 기하학적으로 나뉘어지는 곳. 바로 이 점이 이 두 도시를 함께 묶어 하나의 기획으로 조명할 이유이기도 하다.

생모리츠는 세계 윈터 리조트 문화의 ‘출발점’이라고 불린다. 이곳에서는 겨울을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스키나 스노보드의 수준을 넘어서 스노우카이트, 아이스 호스 레이싱, 아이스 폴로 같은 상징적인 액티비티가 펼쳐지고, 여행자들은 자연스럽게 겨울을 스포츠이자 사교문화로 소비한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과 럭셔리 호텔이 모여 있는 풍경은 겨울이 단순히 액티비티 중심의 시즌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되는 과정을 눈앞에서 목격하게 한다.
생모리츠를 걷다 보면 겨울이라는 계절이 단순한 온도나 풍경의 변화가 아니라, 하나의 계급이자 문화적 권위로 기능해왔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어느 도시보다도 겨울을 가장 화려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발스는 반대로 속도가 한 톤 내려간다. 큰 관광지는 아니지만 그 소박함과 조용함이 오히려 매력적이다. 눈 덮인 산자락 사이에 자리한 작은 마을에서 보내는 하루는 도시의 일상과는 전혀 다른 결로 흘러간다.
아침에 커튼을 열면 조용히 쌓여 있는 하얀 눈이 먼저 눈에 들어오고, 마을을 천천히 걸으면 차가운 공기 속에서 마음이 잔잔해지는 게 느껴진다.

발스에서는"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없다. 오늘은 계획 없이 산책하고,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겨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특히 테르메 발스는 겨울에 가장 매력적인 장소로 꼽힌다.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그고 창밖의 설경을 바라보는 순간, 머릿속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그래서 발스의 겨울은 화려한 활동보다 차분하게 쉬고 싶은 사람에게 더 잘 맞는다.
특히 발스에 머문다면 7132 호텔은 이 겨울 여행을 특별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된다. 이 호텔은 스위스에서도 손에 꼽히는 디자인 호텔로, 건축 그 자체가 여행의 이유가 되는 곳이다. 객실 수가 소수라 조용한 프라이버시를 약속한다. 헬리콥터 픽업 서비스까지 운영될 정도로 '머무는 경험'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테르메 발스 온천은 겨울에 찾을 때 가장 매력적이다. 따뜻한 온천에 몸을 담근 채 눈 덮인 겨울 풍경을 그대로 바라보는 경험은 발스를 직접 방문한 여행자들이 "이 한 장면만으로도 발스를 기억하게 된다"라고 말할 정도다.
생모리츠는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겨울, 발스는 마음의 속도를 낮추는 겨울. 올겨울, 누군가 "어디가 좋아?"라고 물어온다면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겨울을 적극적으로 즐기고 싶다면 생모리츠. 조용히 쉬고 싶다면 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