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호텔의 투숙객들'...소설가 송복남, 인간의 극단적인 욕망 다룬 장편소설 '출간'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02-25 21:37:00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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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국제뉴스) 허일현 기자 = 인간 욕망의 정점에는 늘 소유의 문제가 놓여 있다 부의 영원한 소유를 위해 영혼마저 농단하는 인간의 극단적인 욕망을 다룬 송복남 작가의 장편소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이 출간됐다.

역사는 변하지만 욕망은 변하지 않는다. 욕망과 욕망이 부대끼는 혼란의 시대. 우리의 욕망이 어떤 역사를 썼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참에 인간의 욕망과 도덕성에 대해 정면에서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세상의 모든 욕망과 도덕에는 윤리가 따른다. 소설은 그 최후의 보루가 양심이라고 말한다.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창비장편소설상 본심에 올랐던 이 작품이 10년에 걸친 개작 끝에 원고지 4000매의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로 독자와 만났다.

▶필사하고 싶은 간결하고 명징한 ‘그랑호텔의 아포리즘’ 인상적

이 소설은 영혼을 얘기하지만 영혼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영혼마저 물질이기를 바라는 현대인들의 물질 만능주의가 주 관심사다.

‘역사는 변하지만 욕망은 변하지 않는다.’ 이 얘기를 하기 위해 작가는 1906년 청계천의 영혼결혼식과 2008년 금융위기, 리먼 브라더스의 몰락과 당시 재무부 장관 헨리 폴슨을 소환하고, 21세기 서울 옥인동 그랑호텔로 이어지는 120년의 시공간을 소설의 무대로 삼았다.

역사적 팩트와 문학이 어우러져 펼쳐지는 인문적 서사와 명징한 아포리즘은 이 소설의 강점이다. 텀블벅(크라우드 펀딩)에서 먼저 독자를 만난 이 소설은 “소설 속 문장에서 간결하고 인상적인 아포리즘을 숨은그림찾기 하듯 찾아내 필사”를 하는 독자가 있을 정도다. 소설의 또 다른 강점은 캐릭터의 묘사와 탄탄한 서사의 밀도있는 구성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치밀한 배치와 묘사는 독자를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을 하도록 이끈다. 소설 곳곳에 배치한 종교적 사유와 철학적 담론은 독자의 명징한 사유와 지적 호기심을 이끄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영상을 보는 듯한 서사의 흐름은 독자에게 영화미학의 미장센을 읽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한다.

▶영혼을 실험한 다큐멘터리 영상 ‘애버리지니 필름’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영혼을 영원불멸의 물질로 본다. 물질의 소유 또한 영원하다고 믿는다. 월 스트리트 역시 영혼이 있는지, 영혼이 있다면 물질인지가 궁금했고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호주 원주민 애버리지니 혼혈 소녀 엘라를 대상으로 섬뜩한 실험을 했다. 그 시작이 대한제국 때 한 미국인이 목격했다는 무당의 영혼결혼식이다.

문제는 영혼을 봤다는데 물증이 없다. 비극의 시작이다. 영혼을 실험한 다큐멘터리 영상 ‘애버리지니 필름’을 구하기 위해 그랑호텔에서 마이애미 줄리아 모텔과 단양 도담삼봉 그리고 아르헨티나 산하비에르로 이어지는 이과수 대리의 긴 고뇌와 사유는 실존주의 인물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5670세대에게는 성찰을, MZ세대에게는 분노와 저항을

‘그랑호텔’은 서촌이라 불리는 옥인동에 있는 옛 벽수산장이다. 친일파가 지었다가 없어진 건물이지만 소설에서는 현존하는 건물이다. 친일파의 건물과 현재의 기득권 주류로 상징되는 그랑호텔이 만나 투숙객들이라는 이너서클이 존재한다. 투숙객들은 이 사회를 만든 50대와 60, 70대 즉 5670세대 중 지금도 이 사회를 움직이는 ‘기득권 주류’를 가리킨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최적화된 이 체제를 바꿀 생각이 없으며, 부의 연좌제가 이들의 목표다. 부의 대물림에 따라 삶의 질과 자존감이 결정되는 사회의 역진화는 MZ세대의 허무와 사회에 만연한 극단적인 물질만능주의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소유냐 존재냐, 욕망과 불안은 사랑의 결핍에서 온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이다. 장르소설의 추리와 스릴러적 요소, 본격문학이 갖는 깊이가 재미와 인문적 사유를 통해 펼쳐진다. 물질만능의 시대에 사랑을 통해 인간의 소중함을 깨닫자는 게 이야기의 핵심이다. ‘소유’인지 ‘존재’인지를 묻게 하는 이 주제는 에리히 프롬의 ‘소유와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헝가리 문학이론가 지외르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서문에 나오는 ‘심연의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이라는 관용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는 ‘극단적인 물질 만능주의의 대안으로 영혼이 아니라 사랑’을 꼽는다.

송 작가는 “사랑은 오랜 인류의 결핍이자 소망이기 때문이지요. 사랑의 결핍이 극단적인 사고와 물질만능주의를 초래하고 인간의 존재 의미 자체를 물질화했습니다. 물질로부터 인간 스스로 자신을 구하자는 게 이 소설이 말하는 궁극의 주제입니다.”고 말했다.

이병준 무용 평론가는 추천의 말을 통해 “생각하기는 쉬우나, 생각하게끔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번 읽은 책을 다시금 되짚게 하는 유쾌한 사유(思惟),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이 그 일을 해내고 있다. 한 세기를 훌쩍 넘나드는 시공간의 긴밀성과 등장인물 어느 하나도 헛되이 소비하지 않는 치열성은 마치 빼어난 영상 서사를 고증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놓치지 않는 다양한 군상들의 그릇된 욕망과 존재의 허무에 대한 성찰, 이 소설은 그렇게 분노와 저항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송예진(아르케역사문화연구소 대표)는 “역사적 팩트와 문학이 만나 인간의 역사와 철학, 경제 그리고 종교적 사유를 묻는 인문적 서사. 이 소설은 우리에게 인문적 질문이 여전히 삶의 유용한 가치임을 각성시키고 있다. 덤으로 읽게 되는 아포리즘은 이 소설의 큰 발견이다.”고 호평했다.

이와 함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조동우 문학도는“‘그랑호텔의 투숙객들’ 속 인물들은 섬뜩하다. 교양과 지적인 태도 뒤에 숨긴 그들만의 탐욕은 소름 돋게 한다. 그들의 세상을 막 걷기 시작한 이과수와 하정미의 심정은 어떨까. 나와 처지가 다르지 않은 듯해 읽는 내내 저 둘의 행보를 같이 고민했다. 캐릭터와 서사의 밀도가 촘촘해 소설을 읽고 나면 든든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송복남 작가는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직업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화천과 춘천, 홍천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지역지와 시사주간지 및 월간지에서 오랫동안 기자 일을 했고, 시사월간 ‘피플’발행인 겸 편집장을 지냈다. 2016년 ‘김민’이란 필명으로 ‘현대시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국도’ 외 시 4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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