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들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01-30 11:40:55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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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국제뉴스 이재호 기자
사진/국제뉴스 이재호 기자

(가평=국제뉴스) 이재호 기자 =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맞이하여 설날 연휴 마지막 날을 보내면서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까 한다.

마당에선 가마솥 뚜껑에 돼지기름을 바르면서 맛있는 소리와 함께 파전과 김치전 그리고 고소한 녹두전을 부치느라 분주하다.

각종 차례상 음식들이 홍동백서에 맞게 자리를 잡아가고 가족이 모두 모여 가장 연장자가 술잔을 올리고 절한 후에 온 식구와 함께 절을 한다. 서열에 따라 같은 의식을 반복하고 모두 끝나면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세배를 올린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할아버지께 천 원짜리 신권을 건네주시며 세배 돈에 쓰시라 했을 때 좋아하시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과거엔 세배 돈으로 신권을 많이 줬고 천 원짜리 지폐를 받고도 무척 좋아했었는데 이젠 5만 원짜리 한 장을 주면 얼굴 표정이 달라진다 하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제사 음식을 먹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어르신들에게 인사하러 온 손님들에게 안주와 탁배기가 차려진다. 행복한 웃음소리가 집안 전체에 가득하다.

마당에선 윷놀이가 펼쳐지고 아이들은 팽이치기와 제기차기에 여념이 없다.

무서운 큰 아버지나 삼촌이 있어 제사에는 모두 참석해야 했고, 차례에는 할아버지의 권위가 부엌에서는 할머니의 권위가 있어 대대손손 전통으로 이어왔던 것인데 지금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과거보다 풍요로워지고 먹을 것도 다양해졌지만 ‘가난했던 시절에 먹었던 것들이 더 맛있었다.’라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고, 양적인 면에서는 풍부해졌지만 질적인 면에 있어서는 점점 소중한 것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일인가구가 늘어나면서 명절이 부담스러워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명절 증후군이라 해서 명절이후 그 후유증으로 갈등이 생기는 가정도 많다.

가족은 깨끗한 물과 맑은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기고 항상 곁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당연한 것도 아니고 계속 함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관심과 만남이 없으면 멀어질 수밖에 없다.

김진호의 ‘가족사진’을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껴야 할 대상이 바로 옆에 있는데 놓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 봐야 한다.

이기심과 물질만능주의로 주위에 변해가는 것이 많다. 지금은 잘 느끼지 못하지만 시간이 더 흘러 정말 소중하게 간직했어야 하는 것들을 잃은 후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든다.

오랜 세월 유지되어 왔던 것들은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하기에 존속 해왔던 것인데 세상이 변했다는 이유로, 복잡하다는 이유로, 무관심과 이기심으로 사라져 가는 것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다시 오지 않을 2025년 설 명절을 보내며, 잃어가는 것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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