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국제뉴스) 김학철 기자 = 2024년 초부터 이어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정책으로 촉발된 의료계 갈등이 해를 넘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대리수술(유령수술) 논란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까지 겹치며,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계의 신뢰를 저해하는 문제들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국민들은 의료 윤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 국회와 시민사회단체의 주목을 받고 있는 A병원은 비의료인의 의료행위와 관련된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리수술을 둘러싼 문제들은 의료윤리를 넘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대리수술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A병원
2024년 제22대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희승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A병원의 한 의사는 연간 4,000건에 가까운 수술을 집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은 수술을 기록한 의사보다 두 배 많은 수치로 이례적인 수치에 시민단체와 언론의 비판이 이어졌다.
A병원은 '공장식 수술방' 시스템을 통해 하루에 수십 건의 수술을 진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시민단체들은 수술 과정에서 비의료인이 의료행위에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증언도 나왔다고 주장했다. 영업사원이 수술 과정에서 소독 및 환자 이송 등 기본적인 작업뿐 아니라 인공관절 삽입과 같은 전문적인 작업까지 수행했으며, 심지어 수술 종료 후 봉합 작업마저 간호사나 응급구조사가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 비의료인의 의료행위, 비용 절감 수단으로 악용
시민단체들은 A병원이 의료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영업사원을 수술에 투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수술에 참여한 영업사원들은 건당 수천 원에서 많아야 만 원 이하의 인센티브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일부 병원에서 비의료인을 의료행위에 관여시키는 관행이 만연하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수술 기술, 의사보다 영업사원이 더 능숙"… 처벌 경험 있는 대리수술 영업사원의 한 마디
과거 대리수술로 처벌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한 영업사원은 익명을 전제로 기자에게 "영업사원이 새 제품의 사용법을 먼저 익히고 의사들에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의사들보다 먼저 사용법을 익히고 수술방에 투입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업사원이 수술에 동행하면서 알려주다보니 더 빨리 기술에 능숙해지고 이후 자연스럽게 영업사원이 직접 수술을 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자신이 대리수술에 참여했던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그는 "특히 고 연령대의 의사의 경우 새로운 기술에 익숙해지기 힘든 경우도 있고 영업사원에게 맡기면 될 것을 굳이 익히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 같다"며 "당시 영업사원 이었지만 빽빽한 수술 일정으로 과로를 해 몸이 힘들 정도였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의사보다 영업사원이 수술을 더 잘하기 때문에 대리수술이 근절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나비카테타(척추 신경성형술)나 써비칼에이디알 임플란트(경추 인공관절 삽입술)의 경우 당시 의사보다 영업사원들이 수술실력이 더욱 뛰어나 관행처럼 영업사원들이 대리수술을 할 정도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영업사원에게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교육하고 나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아무 영업사원이나 돌아가면서 수술실에 투입시키는 병원이 있을 정도로 대리수술에 대한 관리 체계도 병원에 따라 천차 만별"이라는 충격적인 내용도 전했다.
CCTV 의무화의 한계와 국민적 요구
작년부터 시행된 수술방 CCTV 의무화 제도도 대리수술 근절에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신을 가리는 수술복에 모자 마스크를 착용하면 CCTV로 의사와 비슷한 체형의 영업사원을 구별하기 어려운 데다 보안 업체가 의사의 얼굴을 AI로 자동으로 모자이크 처리하는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감시의 역할은 더욱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의료계 대리수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제도적 개선을 촉구하며 국민적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 SNS를 통해 사법조사의 진행 상황을 알리는 등 투명한 정보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료계의 윤리적 책임과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