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의 실마리, 뇌에 있다?...장동선 박사 "뇌를 이해해야"

[ 사례뉴스 ] / 기사승인 : 2024-04-15 08:33:46 기사원문
  • -
  • +
  • 인쇄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가 인터뷰를 통해 뇌과학이 조직문화와 개인의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했다.



사회인지 신경과학을 전공한 장동선 박사는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인지하고 판단하는가에 대한 메커니즘을 연구했던 뇌과학자로 tvN 알쓸신잡, 어쩌다 어른, 세상을바꾸는시간15분 등 국내 주요 방송 콘텐츠에 출연해 뇌와 과학기술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달하여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와 인터뷰를 통해 구성원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어떤 환경을 조성하고, 뇌과학적으로 어떤 측면을 이해해야 그들의 성과에 최대한 기여할 수 있는지 들어볼 수 있었다. 리더들은 자율성과 신뢰를 제공해야 하는데, 구성원들이 스트레스 상황과 실패를 경험하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인 도전을 통해 더 나은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정서적, 사회적 지원을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경영자와 리더들이 구성원들의 창의력과 혁신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과 조직 내 소통과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 뇌과학자는 어떤 조언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다음은 장동선 박사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 인터뷰 현장 사진 [출처:가인지캠퍼스]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 인터뷰 현장 사진 [출처:가인지캠퍼스]




Q. 박사님, 뇌과학이 조직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까요?



굉장히 큽니다. 보통 기업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는 사람과 사람이 일하는 거잖아요. "사람이 사람을 바라볼 때 뇌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가"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관계를 잘 만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을 설득하는 것을 마케팅이라고 부르죠. 이 역시도 고객이 어떠한 것을 봤을 때 뇌에서 좋다고 느끼고, 별로라고 느끼는지를 잘 이해하고 접근하면 보다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낼 수가 있어요.



회사 안에서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다', '조직원들 사이에 화목하지 않다'라는 경우에도 내 뇌가 어떤 시스템, 어떤 조직 안에서의 문제 그리고 다른 사람의 뇌를 볼 때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가를 좌우하기 때문에 우리가 뇌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조직문화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고, 기업이 일을 더 잘 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Q. 구성원들이 더 일을 잘하도록, 일에 몰입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쉬운 문제가 아닌데요. 기본적으로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시각과 청각 즉 보고 듣는 외부의 감을 통해 사람을 판단하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나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정보에 대해서는 내 안의 어떤 감정이 느껴졌는지, 심장이 어떻게 뛰었는지, 얼마나 긴장했는지 내 몸 안에서 올라오는 여러 가지 신호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뇌과학적으로 이것을 각각 내수용 감각외수용 감각이라고 합니다.



오늘 어떤 특정 사건 때문에 감정적으로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어떤 일을 못했다면, 내 안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의 모습만을 보고 판단할 때는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모두 다 알 수가 없는 거죠.



우리가 타인을 판단하는 기준과 나를 판단하는 기준이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뇌과학적으로 알게 되면 “쟤는 맨날 저래”라는 갈등 형태로 보이기보다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라며 한 번 더 질문할 수 있겠죠. 서로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면 갈등이 줄어들게 됩니다.



인간관계를 잘 헤쳐나가는 데 있어서 나의 뇌가 그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그리고 타인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해 알게 되면 인간관계를 꾸려나가고 일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리더들은 어떤 형태의 소통구조를 만들고, 문화를 만들고, 기업 안에서 어떤 형태로 서로를 바라보게끔 할 것인가에 대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일을 잘하고 못하고의 부분을 효과적으로 셋업 할 수 있게 됩니다.




[출처:장동선의 궁금한 뇌 유튜브]
[출처:장동선의 궁금한 뇌 유튜브]




Q. 리더가 구성원들이 가진 잠재력과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일단 사람의 잠재력이 드러날 수 있기 위해서는 굉장히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자율성을 주는 것이고 신뢰를 주는 거예요. 근데 사실 리더의 입장에서는 좀 어려운 일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잠재력을 최고로 끌어내는 순간은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인데 내 능력치에서 도전해 봤을 때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하는 적절한 챌린지가 필요해요. 이때 동기부여도 잘 되고 뇌가 몰입의 상태로 들어갈 수 있고 그리고 내가 가진 잠재력을 최대로 이끌어낼 수 있거든요.



이 과정에서 자율성을 부여해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할지 네가 책임지고 네가 스스로 선택해가지고 만들어봐’라고 아예 정말 이 책임 자체를 다 주면서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굉장히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이 자율성을 부여받은 사람 입장에서는 일단은 스트레스겠죠. 그렇지만 그걸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서 구성원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과의 원활한 소통이나 연결을 만들어줘서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도록 배치해 주는 것, 자율성은 주되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을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합니다.



사실 한국 기업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실패했을 때 그것을 감당할 수 없어서 충분한 신뢰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잠재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기 위해 자율성을 주고 그러고 나서 실패했을 때도 “괜찮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래도 난 네가 잘할 거라고 믿어”라고 또 기회를 주는 것, 이 신뢰가 중요합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각각이 갖고 있는 실력과 지식과 스킬의 레벨에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연결될 수 있고, 어떤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책임을 지고 한 명이 자율적으로 완수할 수 있는 구조를 주는 것이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Q. 경영자는 구성원들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어떤 환경을 조성해야 할까요?



경영자들이 어떻게 회사의 생산성이 좋아지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한 가지 답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상황별로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일단은 소통이 잘 이뤄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관련해서 MIT 미디어 랩의 알렉스 펜틀랜드(Alex Pentland)가 했던 생산성이 잘 나오는 팀과 그렇지 않은 팀의 차이가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가 있습니다. 몇 년을 연구해도 신약 개발에 성공을 못하는 경우가 있고 어떤 곳에서는 빠르게 신약 개발에 성공을 하는데, 어떤 인재와 팀이 신약 개발에 더 잘 성공할 수 있을지를 예측하게 해주는 요인들이 없을까, 경영자 입장에서 빠르고 잘 이뤄지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에 대해 어떤 기업에서 의뢰했어요.



이에 데이터 기반으로 얼마나 많은 이메일을 주고받고 대화 나누는지 사회적인 소통 교류의 모든 데이터를 총합해서 신약 개발을 더 잘 해내고, 혁신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알아냈다는 결과를 발표했어요.



신약개발을 성공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결과물로 잘 만들어내는 그 팀 또는 인재의 비결은 다른 팀들, 다른 사람들과 굉장히 많은 연결이 존재했다는 겁니다.



소통하지 않고 “내 연구만 하겠어, 나 건들지 마”라는 팀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게 아니라 영업팀, 전략팀, 기획팀 심지어 청소해 주시는 분들, 수위 아저씨 등 모든 사람들과 연결 교류가 고루 있었던 사람 또는 그런 팀에서 결과가 잘 나왔다고 합니다.



이때 경영자의 입장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 중에 하나는 ‘사일로(Silo)’가 생기는 겁니다. 몇몇 사람들을 중심으로 카르텔 또는 라인이 생겨서 소통이 끊기게 되면 기업 전체의 생산성 그리고 기업 구성원들 사이에 관계가 좋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고요.



이것은 업무 외적으로도 일어나는 ‘루즈 타이’ 그러니까 ‘느슨한 연결들’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해서 예전 회사 같은 경우는 회식이나 MT를 즐겼다고 하면 서로가 공통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다든지, 점심에 돌아가면서 맛집을 소개해 주는 시간을 갖는 것과 같은 행위를 통해서 구성원들 간의 연결을 도울 수 있겠습니다.




[출처:세바시]
[출처:세바시]




Q. 그렇다면, 소통 환경이 잘 이뤄지기 위한 공간을 조성하는 것도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어떤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좋을까요?



일단, 공간의 경우 역사적으로 보게 되면 몇 번의 체인지가 있었는데요.



모두가 똑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부장님이 창문을 갖고 있고 모두가 일하는 뒷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구조, 옛날 회사들을 상상하면 볼 수 있는 시나리오인데(웃음) 요즘에는 이것으로부터 벗어나서 파격적으로 카페 같은 공간을 만들어두고, 아예 정해진 좌석 없이 유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쪽으로도 넘어갔죠.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둘 다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에 최적화되어 있지는 않아요. ‘소통과 연결이 많이 되어야 한다’, ‘모든 부서와 친해야지만 성과가 난다’고 했잖아요. 하지만 일은 안 하고 하루 종일 커피만 마신다고 해서 생산성이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연결의 가능성이 존재해야 하지만 연결의 가능성이 매시간, 항상 주어져 있게 되고 내 자리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사람을 찾는 데에 시간이 걸리게 되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어요. 그래서 두 가지를 혼합한 형태의 업무 공간 디자인이 많이 이뤄지고 있어요.



내가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나만의 ‘셀’이 있어서 “한 시간, 두 시간은 건들지 마세요”라는 것을 모두가 암묵적으로 인정해 주는, 동시에 협업하고 만나야 할 때 쉽게 발견하고 말을 걸 수 있도록 카페처럼 열려 있는 공간에서 일할 수 있는 곳도 존재하는 것. 이 둘이 동시에 공존하는 형태의 구조가 최적화됐다고 하는 것들이 존재해요.



한 연구에 따르면 소통과 연결이 회사에서 시간대, 공간대 별로 보게 되면 쭉 꾸준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점심시간 때 소통이 극대화되고, 오후 3~4시쯤 커피 룸 근처에서 극대화되고 이런 형태들의 패턴이 데이터로 보이거든요. 그러면 어떠한 형태로 커피 룸을 배치하고, 식사할 때도 사람들이 모이는 과정에서도 어떻게 하면 교류와 소통이 일어날 수 있는가에 대한 디자인들을 하게 되면 직원들 사이 연결을 디자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생산성이 올라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출처:장동선 박사]
[출처:장동선 박사]




Q.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구성원 한 명의 잠재력과 가치를 넘어 팀의 집단 지성을 이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근에 크리스토프 리들(Christoph Riedl)이라고 하는 연구자가 다른 연구자들과의 협업으로 메타 분석을 해서 발표한 논문이 있습니다. 5천 명이 넘는 개인들을 대상으로 1,300개가 넘는 그룹에서 22개의 연구들을 총합해 분석한 논문인데요.



논문에 따르면 모든 팀에서 항상 집단 지성이 잘 발휘되고 퍼포먼스가 잘 나오는 건 아니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집단 지성이 잘 발휘되고 퍼포먼스가 잘 나오는 팀의 특징이 뭘까 공통점이 뭘까 이거를 예측할 수 있는 요인을 찾을 수 있나 쭉 봤더니 다름 아닌 '젠더 다양성'이 집단지성이 잘 발휘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짓는다는 걸 볼 수 있었어요.



한 팀에 남성만 있을 때와 여성만 있을 때 나올 수 있는 아이디어나 퍼포먼스가 한계가 있는 반면 남녀 직원이 비교적 고루 섞여 있을 때 이 안에서 집단 지성의 발휘가 잘 된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이때 "남자의 뇌 여자의 뇌 다르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일단 물리적으로 무게를 재게 되면 남성의 뇌가 여성의 뇌가 더 무겁습니다. 용적이 좀 더 커요. 200g 정도 더 무게가 나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퍼포먼스에 있어서 남성의 뇌와 여성의 뇌가 차이를 보이느냐? 세계 어떤 국가 어느 문화 어느 나이대에서도 남녀의 퍼포먼스 차이가 그룹 차이로 나타나는 경우는 없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남성이냐 여성이냐를 나눠 놓는 것보다 개인 중에 퍼포먼스를 잘 낸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거라서 남녀의 차이는 없었다고 해요.



전반적으로 봤을 때 퍼포먼스 차이는 남녀가 없었지만,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느냐에 대한 차이가 굉장히 컸습니다. 그래서 똑같은 문제를 놓고 똑같은 퍼포먼스를 해결을 할 때도 남녀가 해결하는 방식, 뇌에서 회로를 사용하고 뇌의 수많은 연결들을 활용하는 방식들의 차이가 존재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뇌과학 측면에서 볼 때 왜 젠더 다양성 그리고 남녀가 함께할 때 더 집단지성을 잘 발휘할 수 있는가? 다양성이 존재하기 때문이에요.



이 연구의 결과를 조금 확장해서 해석해 보면 남녀노소 다른 문화까지 포함해서 어떠한 집단에서 집단 지성이 잘 발휘될 수 있기 위해서는 다양성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 중에 하나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사례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장동선 박사 [출처:가인지캠퍼스]
사례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한 장동선 박사 [출처:가인지캠퍼스]




Q.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일터에서 힘쓰고 계신 경영자와 리더분들께 격려와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명언 중에 하나가 있는데요.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연극으로도 유명한 영국의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가“Ever tried. Ever failed. No matter. 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라는 얘기를 했어요. “나는 계속해서 시도를 했는데 시도를 할 때마다 실패했어, 상관없어. 또 시도하지 뭐. 또 실패하지 뭐. 조금 덜 실패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얘기거든요.



우리는 항상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무언가를 이루어내야 하고 이러한 형태로 움직이고 있는데 사실상 더 잘해내는, 더 좋아지는 방법은 큰 성공 ‘정말 내가 이거 아니면 안돼’라는 ‘목적’보다 끊임없이 그 목적을 위해서 도전하는 ‘행위’에 있고, 그 도전하고 나서 실패할 때 그냥 조금 덜 실패하다 보면 내가 성공도 할 수 있고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이지 처음부터 어떤 큰 결과를 목적으로 하고 성공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가 도전하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고 실패하는 것 자체에도 의미가 있고 그리고 내가 성공해 나갈 수 있는 것은 실패를 줄여나가는, 조금 덜 실패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