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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투데이] 최초 작성일 : 2013-06-21 10:35:00  |  수정일 : 2013-06-21 16:47:15.557 기사원문보기
[취재수첩]기아차 vs 르노삼성, 기 싸움 벌이는 까닭은?

[경제투데이 임의택 기자] 20일 기아차 뉴 k5 시승회에서는 모처럼 흥미로운 장면이 나왔다. 기아차의 정선교 국내상품팀장이 르노삼성 sm5 터보를 겨냥해 “k5 터보보다 성능이 떨어지는데 너무 고가에 내놨다”면서 “게다가 이번에 k5가 가격을 인하했기 때문에 르노삼성은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이 그랬다.

이는 보기 드물게 강도 높은 발언이었다. 경제투데이가 가장 먼저 기사화했고, 이에 대한 기사가 연이어 나오자 르노삼성은 늦은 오후에 반박자료를 냈다. “제품 콘셉트가 다른 차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자사의 기준으로 경쟁사의 제품을 판단하는 것은 고객들을 자기 기준에 맞추는 오만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기아차는 sm5가 성능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근거로 출력과 이에 따른 값 차이를 제시했다. 즉, 271마력인 k5 터보에 비해 190마력인 sm5 터보는 성능이 한참 떨어지고, 이에 비해 가격 차이는 85만원에 불과하다는 것.

반면 르노삼성은 두 차의 콘셉트가 다르다는 것에 집중했다. sm5는 배기량을 낮췄음에도 성능을 높인 ‘다운사이징’에 주력한 차고, 경쟁차보다 연비가 좋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 회사는 3년간의 유지비를 계산한 표까지 첨부했다. 르노삼성은 기아차의 주장을 비난하면서도 그들 역시 자사의 기준으로 경쟁사의 제품을 판단한 것이다.

르노삼성의 반박자료가 나오자 거의 모든 매체들이 두 회사의 입장을 속속들이 전했다. 이렇게 판이 커진 데는 “경쟁사의 제품에 대해 단순히 자사의 평가기준을 적용해 폄하하는 태도는 동종업계에서는 볼 수 없는 사례”라는 르노삼성 측의 반발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들 주장대로 이런 사례가 ‘동종업계에서 볼 수 없는 사례’일까? 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98년 삼성자동차가 1세대 sm5를 내놓으면서 주장한 내용은 매우 신선했다. 기존 국산차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한 기술도 많았다.

sm5는 국산차 최초로 백금 점화 플러그를 적용해 내구성을 한 차원 끌어올렸고, ‘신가교 불소 수지 도장’을 적용해 차체 내구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의 ‘관통 부식(정상 사용 상태에서 차체가 부식되어 구멍이 나는 것)’ 보증도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경쟁차인 현대 ef 쏘나타나 기아 크레도스, 대우 레간자와 비교하는 자료가 고객들에게 제시됐다.

이런 삼성차의 ‘도발’은 업계 선두인 현대차를 자극시켰고, 현대차도 ef 쏘나타에 백금 점화 플러그를 적용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완성차업계가 벌인 치열한 경쟁이 소비자의 혜택으로 돌아간 셈이다.

세월을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83년 1월, 새한자동차는 대우자동차로 사명을 바꾸고 그해 9월 ‘맵시-나’를 출시한다. 전작인 ‘맵시’가 현대차 포니2에 크게 밀렸던 탓에 대우차로서는 반전의 계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휴지조각 포니의 비밀’이라는 영업 매뉴얼 책자였다.

이 매뉴얼을 보면, 현대차 포니가 7조각의 철판을 이어 붙인 반면 맵시-나는 원피스 타입 사이드 패널을 사용했다고 언급하고 있다. 즉, 포니의 차체 옆 부분이 7조각이나 되어 충돌 사고 때 휴지조각처럼 구겨지는 반면에, 맵시-나는 한 조각으로 이뤄져 강성이 훨씬 높다는 설명이다.

‘1급 대외비’라고 적힌 이 문서가 유출되자 현대차는 ‘맵시-나’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포니보다 기름을 많이 먹을뿐더러 승차감도 형편없다고 주장한 것. 이들 업체의 흥미로운 싸움은 결국 소형차 시장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포니의 경제성에 반한 이들이 더 많기는 했지만, 맵시-나의 안전성을 높이 평가한 이들도 많았던 것이다.

어느 시대, 어떤 시장에서건 공정한 경쟁은 필요하다. 그것이 시장경제를 이루는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기아차 임원이 경쟁사 제품을 언급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자신들의 제품이 타사 제품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게 유별난 행동이 아니라는 얘기다.

르노삼성 측은 “기아차가 경쟁사 제품을 폄하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아차는 출력 차이를 강조했을 뿐이다. 이것이 폄하한 것이라면, 르노삼성 역시 k5 터보의 연비를 폄하한 것이 된다. 게다가 르노삼성은 3년간 유지비를 표로 만들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팩트를 바탕으로 경쟁사 제품을 언급했다면 이는 폄하가 아니라 단순 비교에 불과하다. 삼성 갤럭시가 애플 아이폰보다 앞선 점을 내세우고, lg 트롬세탁기가 외제 세탁기보다 낫다고 주장하는 것은 제조업계에서 흔한 일이다.

르노삼성은 반박자료 말미에 “제품의 진정한 가치는 고객들이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k5 터보의 경쟁력이 더 나은지, sm5 터보가 더 매력적인지는 고객들이 판단할 것이다. 열흘 정도만 지나면 6월 판매 결과가 나오니 그때 초기 승부 결과가 드러날 것이다.

20일 기아차 행사장에서의 나온 기아차 임원의 발언과 이에 따른 르노삼성의 반박자료를 보며 기자는 묘한 흥분을 느꼈다. 움츠러든 중형차 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읽은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진다면 이런 논쟁은 언제나 환영이다. 치열한 경쟁은 결국 소비자에게 선택 폭을 넓혀주고 시장을 키우기 때문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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