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국제뉴스) 김만구 기자 = 정책을 설계해온 행정가가 전면에 나섰다. 최원용 전 경기도 기획조정실장이 최근 평택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최 전 실장은 평택을 이재명 정부 AI 국가전략의 최대 수혜 거점, 수도권 30분 생활권의 핵심 축, 품격 있는 정주 인프라를 갖춘 미래 도시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2년간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며 도정의 핵심 전략을 설계한 최측근 참모다. 핵심 결정의 구조는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그의 책상에서 멈춘 안건은 거의 없었다. 당시 이 대통령이 그를 두고 "최고로 일 잘하는 공무원"이라고 평가하며 두터운 신뢰를 드러낸 배경이다.
지난 5월 대선 국면에서는 캠프의 지방분권혁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참여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 대통령의 애민 정신과 시민의 요구를 정확히 포착하는 리더십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도했다. 지난 대선에서 대통령이 되시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고, 이제는 이번 정부와 호흡을 맞추며 행정가로서 미완에 그쳤던 과제들을 정치의 영역에서 매듭짓고자 한다."
- 경기도 공직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지켜온 행정 철학은?
"톨스토이가 말한 '수많은 자세'를 공직 철학의 기준으로 삼아왔다. 자리에 따라 태도를 바꾸되, 책임에서는 물러서지 않는 것이 공직자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어려운 일일수록 스스로 먼저 고민하고 돌파하려 했고, 성과는 늘 동료와 함께 했다. 행정의 목적은 분명하다. 시민의 삶 가까이에서 답을 찾는 행정이다."
- 경기도 행정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
"공무원은 변화를 지향하기보다 법을 집행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조직 전반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한계이기도 하다, 정치는 행정이 못하는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영역이다."
- 30년 공직 생활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행복. 사람들이 좋아하면 나도 행복을 느낀다."
- 이재명 도지사 당시 기획조정실장으로 발탁됐는데?
"2019년 미국 유학 중 인사부서로부터 기조실장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한 차례 고사했다. 며칠 뒤 정순욱 당시 비서실장이 기획조정실장으로 발령이 날 것이라고 통보했다. 이후 이 지사님이 보고 자리에서 "주변에서 실장이 일을 잘한다고 추천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발탁이유가 화려한 배경이나 정치적 연줄은 아니었다. "
- 실장 재임 기간은 얼마나 됐나?
"2년."
- 이 지사의 첫 인상이 어땠나?
"날카롭고, 냉정하다고 느꼈다."
- 이 지사가 정책을 강하게 밀어부쳐 힘들었을 것 같다.
"핵심은 직원에게 지사의 의중을 어떻게 전하느냐였다. 지사의 철학을 왜곡 없이 현장이 감당할 수 있는 언어로 직원들에게 전파했다. 보상 원칙도 강조했고, "나도 힘들다"는 말을 숨기지 않았다."
- 지사를 향한 공무원들의 비판도 적지 않았을 텐데.
"지사에 대한 비판보다는 비서실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정무직 공무원들이 찾아와 '우리가 욕을 많이 먹는다'고 하더라. 일은 밀어붙인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완급 조절이 중요하다고 했다."
- 도지사와 의견이 엇갈릴 때 어떻게 해결했나?
"지사님은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으셨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검사 방식에 대해 지시하신 적이 있다. 신속대응을 위해 PCR 검사가 아닌 항원항체검사 방식으로 진행하라고. 항원항체는 빠르지만 부정확했다. 비용도 PCR의 절반인 4만 원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비서실과 다른 정무라인은 쉽게 보고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비용도 적지 않고 부정확한 결과로 코로나 전파가 오히려 확산될 수 있다며 직접 비용과 신뢰의 문제를 조목조목 설명하니, 지사님이 '하지 마시라'고 하더라."
- 이 지사의 의사결정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스피드와 정확."
- 이 지사의 정책이 속도와 정확성을 동시에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성남시장을 거치며 그는 정책이 "필요해 보이는가"가 아니라, "정말 도민에게 필요한가, 실제 효과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감각을 체득한 것 같다.
"우리는 열심히 했지만 도민은 '왜 저걸 하지?'라고 느낄 수 있다"는 간극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막연한 재검토 지시는 없다. "검토해보라"가 아니라 "이 방향으로 검토하라"고 범위를 명확히 정한다. 때로는 지사가 직접 보고서의 목차까지 잡는다. 판단 기준이 분명하기 때문에 결정은 빠르고, 수정은 정확했다."
― 이 지사와의 정책실현을 통해 변화를 직접 체감한 경험은?
"코로나19 당시 이 지사와 함께 재난기본소득을 설계·집행했다.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며 지역 경제가 회복되고, 일자리를 잃었던 분들이 다시 현장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때 행정의 존재 이유를 실감했다. 행정은 내부 논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어려움을 세심히 살피고 삶에 실질적인 희망을 주는 데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기본소득으로 약 1조 4천억 원을 한 번에 집행했는데?
"전례도 참고할 매뉴얼도 없었다. 1조 4,100억 원에 이르는 재난기본소득을 단기간에 집행한다는 결정은, 행정 내부에서도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속도'와 '안전', 그리고 '현장 효과'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일이었다.
해법은 기존 관행을 버리는 데서 나왔다. 새 카드를 발급하는 기존 개인 신용카드를 활용하는 방식이었다. 1,370만 명에게 직불카드를 새로 발급해야 하는 부담을 덜었고, 카드 배송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가장 힘든 구간은 시스템이었다. 지급 플랫폼을 단기간에 새로 만들어야 했다. 당시 경기도청 직원들은 밤을 새우며 설계와 점검을 반복했다."
- 당시 이 지사는 지급 기한 준수를 강하게 주문했는데, 그 이유는?
"지급일자를 발표했었다. 문제는 비용과 시간이었다. 시군별 프로그램 하나를 개발하는 데만 3억~5억 원이 들었다. 31개 시·군이 각자 시스템을 만들 경우 최대 150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 필요했다. 당시 이 지사가 통합프로그램 개발을 지시했고, 직원들은 다시 모였고, 밤샘 작업이 시작됐다. 최소 일주일의 시험 운영 기간이 필요했지만, 그 시간을 이틀로 줄였다. 실패하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했지만, 결국 지급 시한을 지켰다."
최 전 실장은 지급 시점을 '2021년 4월 9일 오후'로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 시뮬레이션 없이 시스템을 가동할 경우 민원이 폭주할 수도 있었는데.
"당시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일주일가량 충분한 시뮬레이션을 거친 뒤 지급하는 방안, 또는 약속한 일정에 맞춰 위험을 감수하고 바로 집행하는 방안.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2~3일간 테스트를 진행했다.
어차피 처음에는 민원이 나오고, 시스템은 한 번쯤 흔들리게 돼 있다. 지사에게 보고해 약속날짜를 지키겠다고 했고, 다 감당하겠다고 했다."
지급이 시작되자 민원은 쏟아졌다. 접수된 건수만 50만 건.
"이 지사가 왜 이렇게 민원이 많으냐고 물어와서, 1,370만 명에게 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10명 중 1명만 문의해도 130만 건이다. 50만 건이면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다. 2주 내 해결하겠다고 했다."
- 어떻게 해결했나?
"민원의 상당수 사용이 제한되는 업종이 어디인지, 어디서는 왜 결제가 되지 않는지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았다. 또 신용불량자의 경우 카드가 있어도 연체 상태여서 결제가 막히는 문제가 드러났다. 카드사 대표들을 직접 만나 '재난기본소득만큼은 사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고 설득했다.
현장은 훨씬 더 복잡했다. 보호시설에 있는 아이들의 몫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이혼 가정에서는 지급 대상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군 복무 중인 청년의 경우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지급 결정 이후 주소를 옮긴 사람은 어디 기준으로 지급해야 하는지까지. 당시 재난기본소득 민원 처리 플랫폼을 만들어 2주 내에 민원을 모두 해결했다."
-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중앙정부와의 갈등도 있었을 텐데?
"행정안전부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이유로 제공에 난색을 표했다. '보안 문제는 경기도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설득했다."

- 지난 5월 명예퇴직을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듯한데.
"행정으로는 끝내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정치의 영역에서 풀어보고 싶었다. 마침 이 대통령이 대선에 나서며, 그의 당선이 대한민국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는 확신도 섰다. 시민의 요구를 가장 정확히 읽는 지도자와 더 함께 일하고 싶었다. 대통령 당선에 보탬이 되고 이번 정권에서라면, 행정으로 미완에 그쳤던 일들을 정치로 완성할 수 있다고 봤다."
- 친명계로 분류되고 있는데, 출마 등에 도움이 될 것 같은지?
"친명계라는 분류는 부인할 사안이 아니다. 도움이 되느냐를 따지기 이전에,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편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경기도 시절 함께 일했던 정무직 보좌진 다수가 청와대로 이동했고, 지금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계보는 선택이 아니라 축적의 결과다."

- 관료 출신 정치인은 고개가 뻣뻣하다는 통념이 있다.
"나는 그렇지 않다."
최 전 실장은 아버지가 몰던 차인 소형 SUV를 타고 있다. 전에는 소형차를 탔다.
"소형차보다는 소형SUV가 활동하는 데 편하다. 좀 더 많이 다닐 수 있으니까. 평택에서는 쌍용차 타야 하는데 아버지께서 물려준 거 팔고 새 차를 살 수는 없지 않느냐."
그는 평택의 가장 큰 문제는 대중교통이라고 했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대형버스 위주의 노선은 배차 간격이 길고, 넓은 생활권의 골목까지 커버하지 못한다. 오래된 노선을 그대로 둔 탓에 신도시엔 버스가 부족하다. 그는 "대형버스에 소형공공버스를 실핏줄처럼 연결해야 한다"고 했다. 준공영제 구상에 가깝다. 소형버스를 도입해 출퇴근 시간대에 집중 운행하는 방식이다.
- 왜 최원용인가?
"고덕국제신도시의 밑그림을 그릴 때도, 경기도 일자리 정책을 설계할 때도, 경기경제자유구역청장으로 기업 유치를 뛰어다닐 때도 현장에 있었다. 개발과 산업, 고용이 맞물린 평택의 구조를 가장 오래,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 평택은 계속되는 개발, 늘어나는 인구, 그러나 그에 비례해 따라오지 않는 '먹고사는 문제'. 기업을 불러오고 일자리를 만들어 시민의 삶으로 연결시키는 일은 책상 위 계획이 아니라 실제로 기업을 설득하고, 행정의 벽을 넘고, 결과를 만들어본 사람이어야 가능하다.중앙정부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지금 대통령은 이재명이다. 경기도에서 함께 일했던 공무원들이 중앙에 포진해 있고, 정책의 결을 이해하는 행정가가 시장으로 나설 때 협력의 속도는 달라진다."
최 전 실장은 인터뷰 말미 '개혁의 딸'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 당선 과정에서 '개혁의딸들(개딸)'은 단순 지지층을 넘어 '선거 역학을 바꾼 행위자'다. 이재명 정치 여정의 핵심 국면은 위기 연속 국면이었다. 그 과정에서 "기득권 vs 개혁" 프레임 속에 지지율이 30% 밑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방어선, 대선 경선 국면에서 '게임 체인저'역할을 했다. 노무현 지지 '노사모'가 집권 후 급속히 약화됐고, 문재인 초기 강성 지지층도 집권 후 분화한 것처럼 정치 전면에서 물러난 '동면' 상태지만, 여전히 잠재 지지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