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벼랑끝 나락까지 갔다 돌아온 두 남자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물러설 곳 없는 절박함으로 무장한 '슈퍼맨' 조재호(NH농협카드)와 '차세대 기수' 김준태(하림)가 32강 길목에서 피할 수 없는 정면 승부를 펼친다.
3일 열린 '하림 PBA-LPBA 챔피언십' 64강전에서 두 선수는 나란히 승부치기 접전 끝에 생환했다. 조재호는 박명규를 상대로, 김준태는 팀 동료 응우옌프엉린(베트남)을 상대로 기적 같은 뒤집기 승리를 거뒀다.
# 두 번의 벼랑끝 고비 넘긴 조재호, '왕의 귀환' 절실하다
조재호의 64강전은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박명규와의 세트스코어 2:2까지 간 뒤 맞이한 승부치기에서 2점을 먼저 내주며 패색이 짙었으나, 후공에서 극적으로 3점을 뽑아내며 3:2 역전승을 거뒀다. 128강전에 이은 두 경기 연속 승부치기 승리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보다 '부활의 절박함'이 더 크다. 조재호는 지난 2023-24시즌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에서 통산 5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뒤, 2024-25시즌과 올시즌 들어 단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지난 시즌 겪었던 최악의 부진보다는 두 번의 준우승을 거둔 올시즌이 훨씬 나아 보이지만 이미 명성에 금이 간 상태다. "조재호답지 않다"는 평가 속에 쫓기는 마음으로 이번 시즌을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회 128강, 64강에서의 고전 역시 그의 조급한 심리가 투영된 결과일지 모른다.
# '8강 징크스' 김준태, 기대와 실망 사이에서
김준태 역시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올 시즌 프로 무대에 화려하게 입성하며 '초대형 신인'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두 차례 8강 진출이 최고 성적일 뿐, 우승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팬들의 높은 기대치는 점차 실망으로 바뀌고 있을 것"이라는 본인의 생각에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감은 가중되고 있다.
64강전에서 '집안 싸움'의 부담을 안고 팀 동료 P.응우옌과 맞붙은 김준태는 승부치기에서 1점을 먼저 내줬으나, 침착하게 뱅크샷을 성공시켜 2점을 득점하며 2:1 신승을 거뒀다.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생존'이 아닌 '증명'이다. 특히 그의 소속사 하림이 타이틀 스폰서인 이번 대회는 그에게 반등을 위한 최고의, 그리고 최후의 무대다.
# 남은 기회는 단 두 번… "물러서면 끝이다"
이번 시즌 정규 투어는 이번 대회를 포함해 단 두 번밖에 남지 않았다. 이후 왕중왕전인 월드챔피언십으로 시즌이 마무리된다. 조재호에게는 '황제의 자존심'을, 김준태에게는 '차세대 에이스의 자격'을 증명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두 선수 모두 벼랑 끝 승부치기에서 살아 돌아오며 '생존 본능'은 확인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상대를 압도할 '한 방'이다. 부상과 부진을 털어내야 하는 조재호와, 유망주의 껍질을 깨고 비상해야 하는 김준태. 32강전은 두 선수 중 한 명만이 살아남아 자신의 서사를 완성할 수 있는 '단두대 매치'가 될 전망이다.
'차세대 에이스' 김준태와 '슈퍼맨' 조재호의 '하림 PBA-LPBA 챔피언십' 32강전은 내일(4일) 22:00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