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주의 PBA 분석] 화려한 '뱅크샷'의 배신... 챔피언은 2점의 유혹을 '거절'했다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2-24 07:12:1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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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국제뉴스'는 지난 6월 개막전부터 12월 8차 투어('하림 PBA-LPBA 챔피언십 2025')까지 쏟아진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에버리지(Avg) 2.1을 치고도 32강전에서 짐을 싸야 했던 선수'와 '뱅크샷을 아끼고 아껴서 왕좌에 오른 선수'의 이야기 등, 과연 선수들의 큐 끝에는 어떤 비밀이 있었을까요? 그 흥미진진한 숫자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025-2026시즌 8차 투어('하림 PBA-LPBA 챔피언십 2025') 결승전 '스페인의 전설'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와 '헐크' 강동궁의 대결 제 1세트에서 나온 두 선수의 뱅크샷 장면. (좌측사진)강동궁의 2뱅크샷, (우측사진) 산체스의 3뱅크샷/@PBA TV 캡쳐. 편집 이정주 기자
2025-2026시즌 8차 투어('하림 PBA-LPBA 챔피언십 2025') 결승전 '스페인의 전설'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와 '헐크' 강동궁의 대결 제 1세트에서 나온 두 선수의 뱅크샷 장면. (좌측사진)강동궁의 2뱅크샷, (우측사진) 산체스의 3뱅크샷/@PBA TV 캡쳐. 편집 이정주 기자

지난 (상)편에서 우리는 '평균 득점(Avg)'과 '득점 성공률'이 우승의 기본 조건임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당구 팬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건 역시 시원한 '장타(High Run)'와 단숨에 2점을 따내는 '뱅크샷'입니다.

그런데 여기, 데이터가 들려주는 충격적인 반전이 있습니다. 관중을 열광시킨 화려한 기술의 소유자들이 정작 우승 트로피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사실입니다. '이정주의 PBA 분석' 두 번째 순서, 승부의 흐름을 바꾸는 '장타율'과 '뱅크샷'의 비밀을 파헤쳐 봅니다.

# 뱅크샷의 역설 "화려함인가, 실속인가"

PBA 2025-2026시즌 1~8차 대회별 뱅크샷비율(%) 비교차트/@PBA데이터. 이정주 기자
PBA 2025-2026시즌 1~8차 대회별 뱅크샷비율(%) 비교차트/@PBA데이터. 이정주 기자

PBA 투어의 가장 큰 매력은 2점제인 '뱅크샷'입니다. 승부처에서 터지는 뱅크샷 한 방은 경기의 흐름을 뒤집어 놓곤 합니다.

데이터를 보면 이번 시즌에 열린 1~8차 대회 동안, 임완섭(6차, 42.3%), 팔라손(4차, 39.6%), 최우진(7차, 37.5%) 선수는 전체 득점의 약 40% 안팎을 뱅크샷으로 해결한 적이 있습니다. 10 득점 중 4점은 뱅크샷으로 득점 했으니 뱅크샷 의존도가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냉혹했습니다. 이들은 모두 32강과 16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습니다.

Q. 뱅크샷을 잘 치는데 왜 우승을 못 했을까요? 뱅크샷은 '양날의 검'이기 때문입니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공이 흩어지면서 상대에게 완벽한 '오픈 찬스'를 내줄 확률이 높습니다.

2025-2026시즌 8차 투어('하림 PBA-LPBA 챔피언십 2025') 결승전 '스페인의 전설'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와 '헐크' 강동궁의 대결 제 1세트에서 강동궁이 시도한 횡단 3뱅크샷. (강동궁의 뱅크샷 시도는 설계(흰색선)와 달리 옆(적색선)으로 빗나가면서 실패로 끝났고 이후 수구와 적구가 나란히 모이게 되어 산체스에게 3뱅크샷을 허용했다. 이는 뱅크샷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PBA TV 캡쳐. 편집 이정주 기자
2025-2026시즌 8차 투어('하림 PBA-LPBA 챔피언십 2025') 결승전 '스페인의 전설'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와 '헐크' 강동궁의 대결 제 1세트에서 강동궁이 시도한 횡단 3뱅크샷. (강동궁의 뱅크샷 시도는 설계(흰색선)와 달리 옆(적색선)으로 빗나가면서 실패로 끝났고 이후 수구와 적구가 나란히 모이게 되어 산체스에게 3뱅크샷을 허용했다. 이는 뱅크샷의 양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PBA TV 캡쳐. 편집 이정주 기자

반면, 7차와 8차 투어를 연속으로 제패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4대천왕' 스페인의 전설 다니엘 산체스의 기록을 놀라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의 뱅크샷 비율은 고작 15.5%(8차)와 14.2%(7차)에 불과 했습니다. 전체 선수 평균(약 25.6%)과 산체스를 제외한 우승자 평균(27%) 보다도 훨씬 낮습니다. 산체스는 확률 낮은 뱅크샷을 시도하기보다는, 정확한 '뒤돌리기', '옆돌리기', '비껴치기' 등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선택으로 확실한 1점을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불확실한 2점보다 확실한 1점과 다음 포지션'을 선택하는 냉철한 계산. 이것이 화려한 뱅크샷 장인들을 제치고 산체스가 'PBA의 왕'이 된 비결입니다.

# 장타율 "한 방은 있지만, 그 다음이 중요하다"

PBA 2025-2026시즌 1~8차 대회별 장타율(5HS%)비교차트/@PBA데이터. 이정주 기자
PBA 2025-2026시즌 1~8차 대회별 장타율(5HS%)비교차트/@PBA데이터. 이정주 기자

한 큐에 5점 이상을 몰아치는 '장타율' 지표에서도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됩니다. 8차 대회에서 베트남의 Q.응우옌 선수는 19.3%라는 경이적인 장타율을 기록했습니다. 5번 공격 기회를 잡으면 1번은 소나기 득점을 퍼부었다는 뜻입니다. 1차 대회의 이충복 선수 역시 16.4%의 높은 장타율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32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상위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장타율은 1~8차 대회 종합 전체선수평균은 7.5% 였고, 우승자들의 장타율은 보통 10~15%(평균 12.1%) 선을 유지했습니다. 최고 기록은 아니었지만, 우승자들이 남들보다 뛰어난 점은 '장타 그 자체'가 아니라 '장타 이후의 수비'였습니다.

2025-2026시즌 8차 투어('하림 PBA-LPBA 챔피언십 2025') 결승전 '스페인의 전설'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와 '헐크' 강동궁의 대결 제 6세트에서 나온 강동궁 선수의 공격과 수비를 겸한 길게 비껴치기 장면.(이 공격은 제1목적구를 얇게 맞춰 위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묶어두고 수구는 제2목적구를 향하게 한다. 단, 공격 실패시에도 제2목적구 근처에 머물도록 힘조절을 하는 전형적인 공수를 겸비한 공격방법이다)/@PBA TV 캡쳐. 편집 이정주 기자
2025-2026시즌 8차 투어('하림 PBA-LPBA 챔피언십 2025') 결승전 '스페인의 전설'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와 '헐크' 강동궁의 대결 제 6세트에서 나온 강동궁 선수의 공격과 수비를 겸한 길게 비껴치기 장면.(이 공격은 제1목적구를 얇게 맞춰 위로 올라오지 못하도록 묶어두고 수구는 제2목적구를 향하게 한다. 단, 공격 실패시에도 제2목적구 근처에 머물도록 힘조절을 하는 전형적인 공수를 겸비한 공격방법이다)/@PBA TV 캡쳐. 편집 이정주 기자

챔피언들은 5~6점을 몰아친 뒤 공격이 막혔을 때, 상대에게 가장 어려운 공을 주고 테이블에서 물러났습니다. 폭발력만 있고 수비가 안 되는 선수는 곧바로 역전을 허용하지만, '공격과 수비의 균형(Balance)'을 갖춘 챔피언은 리드를 뺏기지 않았습니다.

결국 데이터는 말합니다. "관중은 화려한 샷에 박수를 보내지만, 승리의 여신은 확률 높은 샷에 미소 짓는다"고 말입니다. 이어지는 (하)편에서는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초구 성공률'과 함께, 남은 시즌 우승 후보들의 조건을 종합적으로 전망해 보겠습니다.

<알립니다> 본 기획 연재의 데이터 분석에 인용된 '대회별 최고 기록' 및 '주요 선수 데이터'는 통계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대회에서 최소 3경기 이상(32강 진출 이상)을 소화한 선수들의 기록을 기준으로 집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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