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절대 강자들이 떠나고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빈 왕좌. 그 공백을 메운 것은 낯선 신예의 패기가 아니었다. 리그의 태동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자신만의 궤적을 그려온 ‘오리지널(Original) 퀸’들의 견고한 발자취였다.
김민아, 김보미, 김예은, 강지은. LPBA라는 거대한 서사를 지탱해온 네 명의 ‘산증인’들이 우승 트로피를 향한 최후의 교차점에서 마주 섰다.
4일 밤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하림 PBA-LPBA 챔피언십’ 8강전 2턴 경기에서 김민아(NH농협카드)와 김보미(NH농협카드)가 나란히 승전고를 울렸다. 이로써 앞서 4강에 선착한 김예은(웰컴저축은행), 강지은(SK렌터카)과 함께, 가장 클래식하면서도 가장 치열한 4강 대진이 완성됐다.

# 김민아, 흔들림 없는 ‘챔피언의 아우라’… 김민영 잠재우다
김민아는 김민영(우리금융캐피탈)을 상대로 ‘챔피언의 품격’이 무엇인지 가감 없이 증명했다. 이날 김민아는 애버리지 1.028이라는 정교한 지표를 앞세워 경기의 흐름을 완벽히 지배했다.
1, 2세트를 연달아 11:7로 가져오며 승기를 잡은 김민아는, 3세트를 내주며 잠시 숨을 골랐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4세트 승부처에서 보여준 그녀의 결단력은 단호했고, 결국 11:6으로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올 시즌 이미 정상을 밟아본 김민아는 이번 승리로 시즌 세 번째 결승행을 위한 확실한 발판을 마련했다.

# ‘숫자(AVG)’를 넘어선 ‘심리’… 김보미, 히다 꺾고 무관 탈출 시동
김보미와 히다 오리에(SK렌터카)의 승부는 그야말로 ‘숨소리마저 잦아든’ 살얼음판 대결이었다. 2세트를 제외한 모든 세트가 1~2점 차의 박빙. 김보미는 1세트(11:10), 3세트(11:9), 4세트(11:10) 등 승부의 향방이 갈리는 결정적 순간마다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며 3-1 신승을 거뒀다.
이날 승부의 백미는 ‘기록의 역설’에 있었다. 김보미(0.765)는 히다(0.800)보다 낮은 애버리지를 기록했음에도 승리자가 되었다. 이는 김민아를 제외한 8강전 승자들(강지은, 김예은)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화려한 파괴력보다는, 테이블의 흐름을 읽고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는 베테랑들의 노련한 경기운영과 ‘내공’이 차가운 숫자를 넘어선 것이다.
# 리그의 역사를 써온 ‘헤리티지(Heritage)’의 격돌
이번 4강 라인업은 LPBA의 ‘뿌리’와도 같다. 김예은, 김보미, 강지은은 원년 개막전부터 단 한 번의 이탈 없이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며, 이듬해 데뷔한 김민아 역시 리그의 성장을 함께 견인해온 주역이다. 통산 포인트 랭킹 TOP 10을 수성해온 이들의 생존은 우연이 아닌, 오랜 시간 다져온 실력이 빚어낸 필연이다.
이미 수차례 정상에 섰던 김민아(4회), 김예은(2회), 강지은(2회)과 달리, 아직 ‘왕관의 무게’를 견뎌보지 못한 김보미(준우승 3회)의 간절함은 이번 대회의 가장 뜨거운 관전 포인트다.


내일(5일) 준결승… 자존심과 간절함이 충돌하는 ‘운명의 시간’
이제 트로피를 향한 마지막 관문만이 남았다. 5일 오후 2시 30분, 두 개의 테이블에서 운명의 승부가 펼쳐진다.
한쪽에서는 ‘무관의 설움’을 씻으려는 김보미와 ‘팀리그 보약’을 들이켠 강지은이 맞붙는다. 다른 한쪽에서는 ‘시즌 2승’을 노리는 ‘엄마 검객’ 김민아와 주무기를 ‘침착’으로 갈아탄 김예은이 격돌한다. 세월의 흐름을 단단함으로 승화시킨 네 명의 전설, 그들 중 누가 가장 높은 곳에서 웃게 될지 당구 팬들의 시선이 킨텍스 PBA 스타디움으로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