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뉴스) 유지현 기자 = 연말 전 세계 미식가들이 기다리는 계절 한정 맥주가 있다. 바로 벨기에의 '크리스마스 맥주(Christmas Beer)'다. 풍부한 향과 따뜻한 여운을 지닌 이 특별한 맥주는 "맥주는 아주 차갑게 마셔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으며, 약 10-12°C 정도의 비교적 온화한 온도에서 마실 때 가장 풍미가 살아난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크리스마스 맥주는 중세 수도원에서 시작됐다. 겨울철에 찾아오는 순례자와 손님들에게 건네기 위해 수도승들이 만든 '특별 배치(Special Batch)'가 그 유래다. 추운 계절에 체온을 올려주기 위해 알코올 도수가 상대적으로 높고(보통 7~10%), 진한 몰트 향과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게 건포도와 계피, 정향, 카라멜, 흑설탕, 오렌지필 등 다양한 향신료가 더해져 한 해의 마무리에 어울리는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최근에는 각 양조장 마다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크리스마스 맥주 레시피를 발전시키고 있으며, 깊은 풍미를 위해 일반 맥주보다 더 긴 양조 기간을 거친다. 대부분 8월부터 양조를 시작해 수 개월간 숙성한 뒤 겨울에 맞춰 최적의 상태로 출시된다. 무엇보다도 벨기에 크리스마스 맥주는 해마다 생산 방식과 레시피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그 해에 만들어진 맥주는 그 시즌에만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벨기에 현지에서는 크리스마스 에일을 '천천히 마시는 맥주'라고 부른다. 차갑게 벌컥벌컥 마시는 라거와 달리, 10~12°C 정도의 미지근한 온도에서 풍미가 열리기 때문이다. 너무 차갑게 마시면 풍부한 스파이스 향이 묻히고, 네츄럴한 단맛도 사라져 버린다. 벨기에 맥주는 "맥주의 겨울 코트(zipper)는 10도"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온도가 중요한 맥주다.

잔을 살짝 데워 붉은 빛과 은은한 향신료의 향을 피워 올리는 것도 전통적인 방식이다. 마치 와인처럼 향을 즐기고, 한 모금씩 음미하는 것이 '정석이다.

벨기에에서는 "한 해의 마지막 치즈는 가장 강한 것, 마지막 술은 가장 깊은 것"이라는 속담이 있다. 달콤하면서도 스파이시한 특징 덕분에 겨울철 음식과의 '페어링 폭'이 넓은 것이 크리스마스 맥주의 또 하나의 매력이다. 풍부한 바디감과 향을 지닌 만큼, 강한 숙성 치즈: 고다, 체다, 트라피스트 치즈, 구운 고기 요리: 벨기에식 비프스튜, 로스트 치킨, 디저트: 다크 초콜릿, 슈톨렌, 시나몬 쿠키, 생강빵, 한국 음식 조합: 수육, 양념갈비, 간장 베이스 요리, 호떡(!) 같은 음식이 어울린다.

벨기에 사함들은 크리스마스 맥주를 단순한 술이 아닌 '12월에만 찾아오는 친구'처럼 여긴다. 1700종의 다양한 맥주와 유네스코에 무형문화재로 등재된 맥주 문화를 자랑하는 벨기에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생산되는 이 특별한 크리스마스 맥주를 통해 연말의 따뜻한 분위기와 풍미를 공유한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을 비롯해 안트워프, 브뤼헤, 겐트, 디낭 등 주요 도시에서는 현재 크리스마스 마켓이 일제히 열리고 있다. 벨기에 크리스마켓의 가장 큰 매력은 중세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심 중심가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라도 대중교통만으로 쉽게 찾아갈 수 있으며, 중세 건축물을 배경으로 늘어선 다양한 오두막 상점들이 그림 같은 풍경을 완성한다.

상점에서는 지역 특산품과 수제품을 주로 판매해 어디서나 볼 수 없는 독특한 선물이나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 또한 마켓은 11월 말부터 1월 초까지 비교적 긴 기간 운영되기 때문에 여유롭게 여행 일정을 계획할 수 있다. 무엇보다 크리스마스 맥주를 비롯해 다양한 벨기에 맥주, 와플, 초콜릿, 홍합 요리 등 지역의 대표 음식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한편, 벨기에관광청은 유럽 전문 여행사 미키 트래블과 함께 최든 주요 여행사 유럽 담당자들을 초청해 '벨기에 크리스마스 마켓 여행 설명회 및 맥주 시음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에게 벨기에 주요 도시별 크리스마스 마켓이 포함된 여행 일정이 소개되었으며, 맥주 전문가로부터 수도원 맥주와 크리스마스 맥주 등 다양한 벨기에 맥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직접 시음하는 시간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