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BA 프리뷰] AVG는 챔피언급 인데… 한지은·정수빈·박정현 '하림 챔피언십'서 깨어 날까

[ 국제뉴스 ] / 기사승인 : 2025-11-28 20:58:42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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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하림 PBA-LPBA 챔피언십' 개막을 하루 앞둔 가운데, LPBA의 지형도가 심상치 않다.

절대 강자 김가영과 스롱 피아비가 양분하던 무대에 균열을 내는 '무서운 신예'들의 추격이 거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추격자들이 기록 면에서는 이미 챔피언급 기량을 증명하고 있음에도, 정작 우승 트로피와는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8차 투어는 이들이 '만년 유망주' 꼬리표를 떼느냐, 아니면 다시 한번 '경험의 벽'에 부딪히느냐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LPBA 수준이 달라졌다… '애버리지 1점대' 빅4 시대 개막

불과 2년 전만 해도 LPBA에서 시즌 애버리지(AVG) 1.0을 넘는 선수는 김가영(1.033) 단 한 명뿐이었다. 0.9점대 선수도 4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현재 LPBA는 김가영(1.158)과 스롱 피아비(1.039)가 여전히 1~2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정수빈(1.025)과 한지은(1.012)이 그 뒤를 바짝 쫓으며 견고한 '1점대 빅4'를 형성했다. 여기에 히다 오리에(0.998)부터 김예은(0.907)까지 무려 9명이 0.9점대를 기록 중이다. 상위권의 기량이 전체적으로 급상승하며 우승 경쟁의 밀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올스탯 대비 가장 아까운 선수로 평가 받는 한지은(에스와이)/@PBA
올스탯 대비 가장 아까운 선수로 평가 받는 한지은(에스와이)/@PBA

# '기록은 TOP' 한지은, 왜 우승권에 오르지 못하나

스탯 대비 가장 아까운 선수는 단연 한지은(에스와이)이다. 그녀는 올 시즌 1.012의 애버리지로 전체 4위를 기록 중이다. 더 놀라운 것은 꾸준함이다. 데뷔 시즌부터 3시즌 연속 0.9점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3시즌 통산 애버리지(0.970)는 김가영(1.135), 스롱(0.975)에 이은 전체 3위다. 기록만 놓고 보면 이미 트로피 경쟁을 하고 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성적표는 초라하다. 올 시즌 최고 성적은 2차 투어 4강이 전부이며, 대부분 16강이나 32강에서 짐을 쌌다. 전문가들은 한지은의 부진 원인을 기술이 아닌 '경기 운영'과 '멘탈'에서 찾는다.

당구 경기에는 반드시 '승부의 흐름'이 존재한다. 아무리 패색이 짙은 경기라도, 상대의 실수가 나오며 흐름이 뒤바뀌는 순간이 반드시 한두 번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노련한 챔피언들은 그 순간이 올 때까지 멘탈을 붙잡고 '기다림'의 시간을 갖는다.

반면, 한지은은 압도적인 공격력을 갖췄음에도 경기가 안 풀릴 때 스스로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흐름이 넘어오기도 전에 조급함에 제풀에 꺾여버리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지은에게 필요한 것은 특유의 파워풀하고 화려한 샷보다, 기회가 올 때까지 버티는 '기다림의 미학'일지도 모른다.

정수빈(NH농협카드)은 올시즌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시즌 NH농협카드 팀리그 합류 이후 기량이 만개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PBA
정수빈(NH농협카드)은 올시즌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시즌 NH농협카드 팀리그 합류 이후 기량이 만개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PBA

# '퀀텀 점프' 정수빈, 무서운 성장세

올 시즌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선수는 정수빈(NH농협카드)이다. 데뷔 4년 차인 정수빈은 데뷔 초반 두 시즌 0.6점대 애버리지에 머물렀으나, 지난 시즌 0.858로 도약하더니 올 시즌에는 1.025(전체 3위)라는 놀라운 수치를 찍었다. NH농협카드 팀리그 합류 이후 기량이 만개했다는 평가다.

비록 올 시즌 최고 성적이 7차 투어 8강에 불과하고, 10승 7패라는 성적이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7개 투어를 치르는 동안 꾸준히 1점대 애버리지를 유지했다는 사실은 그녀가 남긴 기록이 운이 아닌, 진짜 실력이 '퀀텀 점프'했음을 말해준다. 즉, 잠재력이 폭발 직전인 활화산 같은 상태로,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다크호스'라고 할 수 있다.

‘제2의 김가영’으로 주목받는 무서운 21세, 박정현(하림)/@PBA
'제2의 김가영'으로 주목받는 무서운 21세, 박정현(하림)/@PBA

# '제2의 김가영' 꿈꾸는 무서운 21세, 박정현

올 시즌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등에 업고 등장한 신인 박정현(하림) 또한 예사롭지 않다. 데뷔 첫해임에도 17승 7패, 애버리지 0.939를 기록, 한지은 못지않은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특히 박정현은 21세라는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당차고 침착한 경기 운영을 보여준다. '제2의 김가영'이 될 재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비록 경험 부족으로 8강 문턱을 두 번 넘는 데 그쳤지만, 신인 특유의 패기에 경험이 더해진다면 4강권 진입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 터질 듯 터지지 않는 '잠룡'들, 하림에서 비상할까

이들 세 선수는 공통점이 있다. 기록이 증명하는 탄탄한 '기본기'와 언제든 우승권에 닿을 수 있는 '폭발력'이다. 한지은의 파괴력, 정수빈의 상승세, 박정현의 패기는 기존 LPBA의 양강 구도를 깰 가장 강력한 무기로 평가받는다. 다만 아직 우승이라는 '화룡점정'을 찍지 못했을 뿐이다.

기록은 준비되었고, 이제 증명할 시간이다. 29일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리는 '하림 PBA-LPBA 챔피언십'. 과연 이 '무관의 강자'들이 스탯의 함정과 무관의 설움을 동시에 털어내고 새로운 여왕의 탄생을 알릴 수 있을지, 당구 팬들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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