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국제뉴스) 이정주 기자 = 지난 16일, SK렌터카의 '벨기에 거인' 에디 레펀스가 PBA 팀리그 역사에 누구도 밟지 못한 거대한 발자국을 남겼다. 우리금융캐피탈과의 경기 5세트에서 라이벌이자 200승 경쟁자인 다비드 사파타(통산 199승)를 꺾고 개인 통산 '200승'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오른 것이다. 이 숫자는 숫자로 표현된 승리 기록만이 아니다. PBA의 태동기부터 리그를 지켜온 개척자의 신념과, 팀을 위해 헌신한 리더의 꾸준함이 응축된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다.

생존을 건 결단, PBA의 초석을 놓다
레펀스의 200승이 더욱 위대하게 빛나는 이유는 그가 걸어온 길에 있다. 2019년 PBA가 출범할 당시, 세계 당구계는 세계3쿠션당구연맹(UMB)이 굳건히 지배하고 있었다. UMB는 신생 프로 리그인 PBA의 등장을 극심하게 견제했고, PBA에 참가하는 선수에게는 '영구 제명'이라는 강력한 제재를 예고하며 이적을 막아섰다.
당시 함께 PBA에 참여한 4대천왕 프레데릭 쿠드롱과 함께 UMB 세계 상위랭커였던 레펀스에게 PBA행은 수십 년간 쌓아온 당구 인생 전체를 건 도박이자 생존을 위한 결단이었다. 이들의 과감한 합류는 출범 초기 PBA가 국제적인 신뢰를 얻고 흥행의 초석을 다지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PBA를 떠난 선수도 있었지만, 레펀스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는 PBA의 산증인이자 리그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팀리그의 사나이', 기록이 증명하는 압도적 존재감
레펀스는 개인 투어 우승이 단 1회에 그치며 개인 성적은 다소 아쉬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팀리그'라는 무대에서만큼은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사나이'였다. 그의 팀리그 통산 성적은 그의 가치를 완벽하게 증명한다.
총 360세트에 출전해 200승 160패, 승률 55.6%, 애버리지 1.356. SK렌터카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지난 5시즌 동안 매년 40승에 가까운 승리를 팀에 선물한 '승리 보증 수표'였다.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해결사 역할을 해냈고, 팀이 정상에 섰을 때(2024-25시즌)는 파이널 MVP를 차지하며 우승의 중심에 섰다. 개인의 영광보다 팀의 승리를 우선시했던 그의 헌신이 200승이라는 숫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200승에 담긴 '개척자'의 이름
56세의 베테랑, 팀의 맏형으로서 레펀스는 실력뿐만 아니라 성품으로도 리그의 귀감이 되고 있다. 40년 만에 PBA에서 생애 첫 세계대회 우승의 감격을 맛봤던 순간, 그리고 팀의 우승에 눈물을 흘리며 멤버들에게 공을 돌리던 모습은 그가 얼마나 팀을 아끼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에디 레펀스의 200승은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PBA의 역사를 연 개척자의 용기이자, 6년의 세월 동안 묵묵히 한 팀을 지키며 쌓아 올린 충직함의 증표다. PBA가 존재하는 한, 그의 이름과 그가 쌓아 올린 위대한 금자탑은 리그의 역사 속에서 영원히 빛날 것이다.
◆ 에디 레펀스(SK렌터카) 선수 정보
· 에디 레펀스'Eddy Leppens' (56,벨기에) 1969년12월 3일생
· 부인 안드레아 레펀스'Andrea Leppens'(콜롬비아)
· PBA 통산 1회 우승 - 2021-2022[3차] 휴온스 PBA 챔피언십
· PBA팀리그 24-25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SK렌터카)
· 수상경력 - 24-25시즌 PBA팀리그 챔피언결정전 MVP
· 통산랭킹(상금) - 9위(292,500,000원), 통산 포인트랭킹 6위(549,500)
◆ PBA팀리그 통산 순위 TOP5
1위 에디 레펀스 200승 160패 승률 55.6%
2위 다비드 사파타 199승 174패 승률 53.4%
3위 김가영 197승 164패 승률 54.6%
4위 조재호 195승 162패 승률 54.6%
5위 스롱 피아비 177승 135패 승률 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