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깊이 이글스와 함께 하겠습니다”…최원호 감독과 함께 한화 떠나는 박찬혁 대표이사의 마지막 인사

[ MK스포츠 야구 ] / 기사승인 : 2024-05-28 05:35:01 기사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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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깊이 이글스와 함께 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박찬혁 대표이사의 마음 속에는 한화 이글스 뿐이었다.

한화는 “27일 박찬혁 대표이사와 최원호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고 같은 날 밝혔다.





성적 부진이 주된 이유다. 올 시즌을 앞두고 베테랑 안치홍, 김강민, 이재원에 이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까지 영입한 한화는 강력한 다크호스로 손꼽혔다. 그럴 만도 했다. 류현진의 존재감이 너무나 컸던 까닭이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KBO리그에서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을 써냈고, 2013~2023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해 78승 48패 평균자책점 3.27을 작성한 류현진은 명실상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였다.

출발은 역대급이었다. 개막전 포함 10경기에서 8승 2패를 기록, 단독 선두에 오를 정도로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이후 연이은 악재들이 터졌다. 우완 선발투수 김민우,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류현진의 KBO리그 적응도 순탄치 않았다. 그러자 젊은 선수들은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고, 한화는 4월 6승 17패라는 최악의 성적표와 마주해야 했다.

이후 한화는 최근 6경기에서 5승 1패를 올렸고, 28일 경기 전 기준 21승 1무 29패로 8위에 위치하며 반등하는 듯 했으나, 23일 하루 동안 최하위로 추락했던 여파가 컸다. 이미 4월부터 자진 사퇴를 고민 중이었던 최원호 감독은 당시 한화가 10위로 추락하자 마음을 굳혔고, 결국 물러나기로 했다.

이에 박찬혁 대표이사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그는 현장과 프런트 모두가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동반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박 대표는 한화 구단에 있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11년 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팀을 거쳐 2014년 한화 구단 마케팅 팀장으로 부임한 그는 팬들의 요구를 잘 파악한 것은 물론,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며 구단 자생력을 높이기 위해 힘썼다.

2020년 11월 한화 구단 역대 최초 40대 대표이사로 선임된 박찬혁 대표이사는 팀 쇄신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구단 최초 외국인 사령탑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해 리빌딩 작업을 시작했다. 이런 체제 하에서 노시환, 문동주 등은 알을 깨고 한 계단 성장할 수 있었다.

이후 2023년 중반 수베로 감독과의 결별을 택한 박 대표는 새 사령탑으로 최원호 감독을 낙점했다. 최 감독은 해당 시즌 잔여 113경기에서 47승 5무 61패를 올리며 최종 9위를 마크, 어찌됐든 2020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지속됐던 최하위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이들은 안치홍 및 류현진 등의 영입을 성사시키며 본격적으로 ‘대전의 봄’을 불러 일으키는 듯 했지만, 부진한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두 사람 모두 자진 사퇴의 형식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당분간 정경배 감독 대행 체제로 시즌을 운영하는 한화는 새 사령탑 찾기에 골몰할 예정이다.





박찬혁 대표이사는 자진사퇴 소식이 알려진 27일 본인의 SNS를 통해 한화를 떠나는 심경을 밝혔다. 먼저 그는 “지난 3년 간 저희 선수단과 직원들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혼신을 다해 노력해줬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각 단계별로 많은 성장을 이뤄왔다. 올 시즌은 이 성장을 증명해 나가야하는 출발점으로써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시즌 초반 부진으로 기대하셨던 팬 분들께 죄송스럽고 우리 선수단과 임직원에게도 조직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이에 반등 기회를 남겨둔 시점에 이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박 대표는 “여전히 그간 선수단과 직원들이 하나하나 쌓아 올린 수많은 토대는 조만간 모두가 염원하는 지속적인 강팀으로 이어질 것임에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독창적 비즈니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력을 보강하고 팬덤을 키워나가는 선순환 구조가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며 “부디 분위기 쇄신과 보다 유능한 조직 운영을 통해 반등하고 이글스의 길이 열리길 간절히 기원하는 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찬혁 대표이사는 “신축구장, 파트너십, 브랜드 정비 등 현재 추진 중인 주요 사업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빠른 기간 내 후속 업무를 정리할 예정”이라며 “끝까지 믿고 지원해주신 한화그룹에 감사드린다. 아울러 어려운 시기에 각 단계별로 함께 노력해주신 정민철 전 단장, 수베로 전 감독을 비롯해 최원호 감독, 손혁 단장, 선수단 및 프런트 임직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끝으로 박 대표는 “지난 이글스와 함께한 시간들은 제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시기였고, 맹목적인 사랑의 순간들이었기에 앞으로도 마음 깊이 이글스와 함께 하겠다”며 한화에 대한 절절한 심경을 드러냈다.

다음은 박찬혁 대표이사의 SNS 전문.

지난 3년 간 저희 선수단과 직원들 모두 어려운 시기에 혼신을 다해 노력해주었고, 우여곡절 속에서도 각 단계별로 많은 성장을 이뤄왔습니다. 올 시즌은 이 성장을 증명해 나가야하는 출발점으로써 중요한 시기입니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시즌 초반 부진으로 기대하셨던 팬 분들께 죄송스럽고 우리 선수단과 임직원에게도 조직의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합니다. 이에 반등 기회를 남겨둔 시점에 이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합니다.

여전히 그간 선수단과 직원들이 하나하나 쌓아 올린 수많은 토대는 조만간 모두가 염원하는 지속적인 강팀으로 이어질 것임에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독창적 비즈니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력을 보강하고 팬덤을 키워나가는 선순환 구조가 새로운 지평을 열 것입니다.

부디 분위기 쇄신과 보다 유능한 조직 운영을 통해 반등하고 이글스의 길이 열리길 간절히 기원하는 바입니다.

신축구장, 파트너십, 브랜드 정비 등 현재 추진 중인 주요 사업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빠른 기간 내 후속 업무를 정리할 예정입니다.

끝까지 믿고 지원해주신 한화그룹에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어려운 시기에 각 단계별로 함께 노력해주신 정민철 전 단장, 수베로 전 감독을 비롯하여 최원호 감독, 손혁 단장, 선수단 및 프런트 임직원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난 이글스와 함께한 시간들은 제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시기였고, 맹목적인 사랑의 순간들이었기에 앞으로도 마음 깊이 이글스와 함께 하겠습니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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