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박민수 기자] 서울옥션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에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 천경자(1924~2015)의 1962년 신문 연재소설 삽화 원본이 출품됐다. 이번 작품은 1962년 6월 28일자 한국일보 연재소설 ‘사랑의 계절’(175회)에 실린, 당시 원고용지에 수묵으로 그린 원본이다.
작품은 사랑을 원하는 남성과 이를 단호히 거부하는 여성의 대비된 몸짓을 묘사한다. 전통 창호와 정원 풍경 속 여인은 곧게 뻗은 목선과 뾰족한 턱, 오똑한 코 등 서구적인 이목구비로 그려졌다. 이는 1960년대 전통적 한국 여인상과 구분되는 천경자 특유의 인물 표현을 보여준다.
천경자는 1955년 대한미술협회전 대통령상 수상을 시작으로, 한국 채색화의 독자적 양식을 확립했다. 회화 활동과 더불어 신문·잡지 삽화에서도 활발히 활동했으며, 이번 출품작은 문학과 미술이 교차한 창작물로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
특히 1962년 5월 26일자 ‘사랑의 계절’ 삽화는 2006년 경매에서 1천30만 원에 낙찰된 바 있어, 이번 작품 역시 희소성과 상징성에서 주목된다. 소품 크기임에도 시대적 맥락과 작가적 완성도가 온전히 담겨 있어 수집가 사이에서는 “다시 보기 어려운 원본”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경매의 추정가는 150만~300만 원, 시작가는 150만 원이며, 9일 현재 응찰가는 210만 원이다. 경매는 오는 13일 오후 2시 마감된다.
◇ 1960년대 삽화 문화와 시장 흐름
1960년대는 일간지·주간지 연재소설이 대중문화의 핵심 매체였고, 삽화는 독자의 몰입을 높이는 필수 요소였다. 청전 이상범, 운보 김기창, 김환기, 박수근 등 당대 거장들이 삽화를 제작하며 회화의 한 장르로 자리잡았다. 원본은 대중적으로 널리 노출됐지만, 실물은 소장·보존이 드물어 희소성이 크다.
천경자의 삽화는 전통적인 한국 여인상 대신 서구적 이목구비와 강한 개성을 부여한 점에서 차별화된다. 특히 채색화 중심의 작가가 수묵 삽화를 제작한 사례로도 가치가 높다.
경매 시장에서는 2006년 1천30만 원 낙찰 이후, 천경자 삽화가 300만~500만 원대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문학과 미술의 교차 작업이 재조명되면서, 희소성이 높은 원본 삽화는 고가 낙찰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 수집가가 주목하는 이유
첫째, 희소성 – 천경자의 신문 삽화 원본은 경매 시장에서 드물게 등장하며, 특히 1960년대 한국일보 연재작은 사료적 가치가 높다.
둘째, 작가의 상징성 – 채색화의 거장 천경자가 문학과 교차 작업을 남긴 귀중한 사례다.
셋째, 시장 기록 – 같은 해 제작된 ‘사랑의 계절’ 삽화가 2006년 1천30만 원에 낙찰된 바 있어 장기 가치 상승 기대가 크다.
넷째, 감상 가치 – 전통과 서구적 요소가 결합된 인물 묘사와 섬세한 수묵 필치는 소장과 전시 모두에 적합하다.

◇ 경매 열기
유튜브 채널 ‘두두 TV’를 운영 중인 미술 유튜버 두두가 만든 한 오픈채팅방에서도 이번 경매를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닉네임 ‘아트베아 1345’는 “천경자도 탐나요… 아 출사표를 던져야 하나…”라며 “천경자요 ㅎㅎㅎ 근데 시작가가 워낙 낮아서 경쟁이 심할 듯해요. 보통 300~500만 원에 낙찰되는데 150부터 시작이라 ㅎㅎㅎ”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인 ‘참치’는 “저도 천경자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경쟁이 심할 것 같긴 합니다 ㅜ”라고 전했다.
한편, 장마리아, 변시지, 허명욱, 김구림, 김창열 등의 작품도 함께 출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