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본코리아가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모가를 웃돌던 주가는 상장 두 달 만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위기를 맞이한 백종원 대표는 과거 가게 사장님들에게 흔히 했던 조언을 되레 더본코리아에 적용하게 됐다. 실제로 브랜드 정리에 한창이다.
백 대표가 가진 특유의 쇼맨십도 적극 활용되는 모습이다. 더본코리아는 올 초부터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직접 브랜드 소식도 전하기 시작했다.
더본코리아, 상장 이후 현실
더본코리아는 상장 첫날인 지난해 11월 공모가 대비 51.18% 급등으로 거래를 마감하며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다. 상장 직전만 해도 기대감은 컸다. 한화투자증권 한유정 연구원은 지난해 10월 리포트에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경쟁이 심화됨에 따라 성장 둔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해외 진출 전략 변경에 따른 해외 신규 점포의 폭발적 출점을 기다릴 뿐”이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그럼에도 더본코리아 역시 프랜차이즈 기업 특성상 상장 유지가 쉽지 않다는 점이 주가에서 드러났다.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 주가는 상장 이후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더본코리아 주가는 3만3150원이다. 이는 상장 당일 장중 최고가인 6만4500원에 비해 51%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거래량도 1864만5439주에서 7만5960주로 약 245배 감소했다.
실제로 프랜차이즈 기업에 대한 상장 성공 사례는 거의 없다. 현재 더본코리아 외에는 교촌에프앤비가 유일하게 거래를 유지하고 있지만 교촌에프앤비도 16일 기준 주가가 5410원으로 공모가 1만2300원 대비 44%를 밑돌고 있다. 앞서 프랜차이즈 기업 중 대산에프앤비, 디딤이앤에프, 맘스터치의 경우 상장에는 성공했지만 자진 폐지 또는 거래정지 등으로 살아남지 못했다.
더본코리아는 매출액은 증가했어도 주가 탄력은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더본코리아의 최근 3개년 매출액 추이는 지난 2022년부터 2822억원, 4107억원, 4425억원이다. 지난해의 경우 상장 직전인 9~10월 백 대표가 ‘흑백요리사’에 출현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하반기 매출액은 3292억원으로 상반기 대비 2.9배 늘었다.
백종원식 전략 '선택과 집중'
더본코리아가 상장 전 2달간 방영했던 흑백요리사를 통해 실적이 개선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간 문어발식으로 늘어난 브랜드 확장은 매출에 도움이 되지 못했기에 전략 수정은 불가피했다. 최근 한 달 새 더본코리아는 온·오프라인 관리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이달만 해도 온라인에서는 간편식을 선보이는 ‘빽쿡’과 국내 전통주 커뮤니티 ‘백술닷컴’이 자사몰 ‘더본몰’로 통합됐다. 오프라인의 경우 매출을 내지 못하는 브랜드는 일시적 폐점이 진행됐는데 국내 닭갈비 전문 브랜드 ‘백철판0410’ 매장이 대표적이다.
더본코리아는 홍콩반점·빽다방·새마을식당·한신포차·역전우동 등 주력브랜드 포함 25개 프랜차이즈를 운영 중인 가운데 전반적으로 비주력 브랜드를 정리 중이다. 공시에 따르면 최대 점포 수(1449점)를 보유한 ‘빽다방’은 지난해 기준 151점을 추가 출점한 반면 점포 수가 적은 브랜드는 전 점이 폐점됐다.
매출이 유지되는 브랜드는 소수인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사실상 백 대표가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반 가게 주인들에게 했던 조언은 더본코리아에도 해당이 되고 있는 셈이다. 그간 방송에서 백 대표는 가게들의 문제점을 꼬집어 “불필요한 동선은 줄여라”, “메뉴는 적을수록 좋다”, “욕심부리지 말고 적당히 해라” 등의 쓴소리를 해 왔다.
백종원 필살기 ‘미디어’ 전략, 통할까?
브랜드 정리 외에도 백 대표가 방송인으로서 보였던 강점이 더본코리아에 새롭게 적용되고 있다. 이달 들어 백 대표는 브랜드 자체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더본뉴스’를 제작해 처음 선보였다.
시장에서는 더본코리아가 백 대표 이미지에 크게 의존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백 대표는 오히려 이 점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백 대표는 그간 방송을 통해 이미지 쇄신에 성공하며 온라인 소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만큼 본인의 영향이 외부 목소리만큼 크다는 걸 알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백 대표는 풍문이나 가짜 뉴스 등으로 주주들이 받는 영향을 우려해 방어하려는 목적이 없지 않다. 최근 방송에서 백 대표는 더본뉴스 출범 취지와 관련해 “나를 욕하는 건 괜찮은데 (회사에 대한) 이상한 소문이 있을까 봐 걱정된다. 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더본뉴스가 더본코리아 실적이나 이미지 개선 측면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더본뉴스가 사실 기반을 떠나 단순히 홍보나 회사 해명에만 그치는 통로가 된다면 무용지물인 시도가 될 수 있다.
한편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회사의 이같은 전략에 관한 더리브스 질의에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브랜드 축소와 관련해서는 이 관계자는 “(총 25개 브랜드 중) 점포가 없는 브랜드는 언제든 가맹 사업을 다시 할 수 있다”며 “백철판0410의 경우 향후 리브랜딩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박달님 기자 pmoon55@tleav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