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1·2차전 승부 가른 6회초 무사 1, 2루, 기회 잡은 삼성보다 오히려 KIA가 더 여유있었다 [MK KS]

[ MK스포츠 야구 ] / 기사승인 : 2024-10-24 05:40:02 기사원문
  • -
  • +
  • 인쇄
한 순간의 장면이 한국시리즈 1, 2차전 승부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승자는 더 여유가 있었던 KIA 타이거즈였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23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2차전에서 이범호 감독의 KIA에 3-8로 무릎을 꿇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0승 2패에 그친 삼성은 씁쓸하게 3~4차전이 펼쳐지는 대구로 향하게 됐다.

2차전도 2차전이지만, 1차전 패배가 뼈아팠다. 특히 1차전은 비로 인해 많은 변수 속에서 치러졌다. 21일 막을 올린 1차전에서 삼성은 6회초 나온 김헌곤의 우월 솔로포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후 삼성은 르윈 디아즈, 강민호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를 연결하며 KIA를 더욱 압박했다.





하지만 꾸준히 내린 비로 1차전은 서스펜디드 선언됐다. 이어 22일에도 그라운드 상황 및 우천 예보로 경기가 진행되지 못했고, 이날 오후 4시 펼쳐지게 됐다.

양 팀 사령탑 모두 재개될 1차전 승부처로 6회초를 꼽았다. 서스펜디드 경기를 앞두고 만난 박진만 감독은 “6회초 추가 득점 여부에 따라 투수 기용에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추가점을 내느냐, 못 내느냐, 몇 점을 내느냐에 따라 투수 기용 변동이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범호 감독 역시 “(6회초 나올 투수가 누구인지) 작전상 말씀드릴 수 없다. (경기 때) 보셔야 할 것 같다. 워낙 짧은 순간에 여러가지 생각들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생겼다. 어떤 투수가 나간다는 것을 말씀드려 놓으면 우리가 생각했던 게 노출될 수 있다. 말씀드리긴 좀 그렇다. 아무래도 가장 좋은 투수를 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워낙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리드를 잡고 있었고, 찬스 상황이라 더 여유가 있어 보였던 삼성. 경기가 속개됐고, 무사 1, 2루에서 이들의 선택은 번트였다. 다소 고개가 갸우뚱 해지는 순간이었다. 타석에 있던 김영웅이 올해 정규리그에서 희생번트를 단 한 개만 기록했던 선수인 까닭이었다. 타율 0.252(456타수 115안타) 28홈런 7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06을 올린 김영웅은 분명 작전 수행보다는 강공에 더 재능이 있는 타자였다. KIA보다는 오히려 삼성이 더 다급해 보인다는 느낌이 드는 장면이었다.





결과론적으로 이는 최악의 악수가 됐다. 볼카운트 1B에서 김영웅은 바뀐 투수 전상현을 상대로 번트를 시도했는데, 공은 포수 앞쪽으로 향했다. 이를 잡은 KIA 포수 김태군은 3루로 공을 뿌려 2루주자 디아즈를 잡아냈다. 이후 박병호의 삼진과 윤정빈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만루에서는 이재현이 투수 땅볼로 물러났다.

홈런이 나왔을 경우 최대 3점을 올릴 수 있었지만, 그 찬스를 살리지 못한 삼성. 그 결과는 너무나 가혹했다. 삼성은 7회말 2사 2, 3루에서 우완 불펜 자원 임창민이 연달아 폭투를 범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소크라테스 브리토와 김도영에게 연달아 1타점 적시타를 헌납하며 승기를 내준 삼성은 8회말 김태군에게도 1타점 좌중월 적시타를 허용,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 여파는 한 시간 뒤 펼쳐진 2차전에서도 이어졌다. 삼성은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선발투수 황동재(0.2이닝 5피안타 1사사구 5실점)가 조기 강판됐고, 타선은 KIA보다 2개 많은 12개의 안타를 때려냈으나, 단 3득점에 그치며 3-8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처럼 두 경기의 승부를 갈랐던 1차전 6회초 무사 2, 3루 상황. 2차전이 끝난 뒤 해당 순간에 오히려 KIA가 더 여유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범호 감독은 “전상현이 1차전 중요한 상황에서 정말 잘 끊어줬다. 1차전을 이기면서 2차전에 더 편하게 경기를 치렀다”며 “우리 팀 불펜에서 가장 구위가 좋고 안정적인 투수가 누굴까 생각했다. (마무리) (정)해영이를 제외하니 (전)상현이가 좋겠다 생각했다. 정공법으로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감독은 “(21일 마운드에) (장)현식이 있을 때 (김영웅이) 강공으로 나왔다. (김영웅이) 올 시즌 번트를 한 개 댔더라. 번트가 나오면 대주고 한 점 내주는 야구를 하려 했다. 강공으로 갈 시 점수를 안 주는 야구를 하자고 포수 김태군과 이야기했다. 번트가 나왔는데 (3루에서) 아웃카운트를 잘 잡았다. 김영웅이 번트를 댄 상황에서 우리에게 운이 더 따라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2차전에서 4타수 1안타 1홈런 2타점으로 KIA의 승리에 앞장선 김도영도 “애초에 줄 점수는 주자는 생각이었다. (번트를 대비해) 3루수 수비를 과감하게 들어가지 않았다. 운 좋게 번트가 나와 3루로 들어갔다. 연습했던 장면이 나와 그때 이길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삼성은 추가점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필요 이상의 조바심을 낸 것으로 보인다. 박진만 감독은 “경기 중·후반에 들어가는 상황이었다”며 “야구는 확률 싸움이다. 확률적으로 번트를 잘 대서 2, 3루 되면 안타 없이 추가점을 낼 수 있었다. 확률 싸움으로 가다 작전 성공이 안 돼 실패했다. 실패해서 추가점을 못 낸 것이 아쉽다. (2차전 패배에 1차전 패배 영향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찬스 상황임에도 오히려 위기에 몰렸던 KIA보다 더 조급했던 삼성. 이들은 이제 어려운 상황에서 역전 우승을 노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 2차전을 내준 팀이 우승할 확률은 단 10%(20회 중 2회)에 불과하다.



[광주=이한주 MK스포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포토 뉴스야

랭킹 뉴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