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한불교조계종 스님 68명을 포함해 총 76명이 참여했다.
순례자들은 남산의 주요 불교 유적을 따라 걷고, 유적 앞에서 경건히 수행하며 신라 불교의 정신을 되새겼다.

첫날은 입재식을 시작으로 삼릉계 석조여래좌상, 선각육존불, 상선암 마애불, 배리 석조삼존불상 등을 순례하며 본격적인 여정에 들어섰다.

저녁에는 월정교와 첨성대 일대의 야간 탐방이 이어져, 신라인의 예술혼과 정신세계를 체감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튿날에는 감실불상, 탑곡 마애불상군, 보리사 마애석불,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등 남산 남쪽 능선의 주요 불교 유산들을 둘러보며, 고요한 숲과 어우러진 신라의 불심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오후에는 신라문화원 진병길 원장의 ‘문화유산 활용과 경주 남산’, 김호상 박사의 ‘경주 남산의 의미’에 대한 강의가 진행돼, 참가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순례 마지막 날인 23일에는 열암곡 마애불을 찾아, 침묵 속 가르침을 전하는 천년의 부처 앞에서 순례를 마무리했다. 순례자들은 “걷는 길이 곧 수행의 길이었다”며 깊은 감동을 전했다.

서오 스님(영천 은해사)은 “남산의 마애불 앞에 섰을 때, 천년 전 수행자의 숨결이 느껴졌다”며 “그저 발로 걷는 길이 아니라 마음을 닦는 순례였다”고 소감을 전했다.

진병길 신라문화원장은 “경주 남산은 신라인들의 정신과 수행이 형상화된 위대한 문화유산”이라며 “앞으로도 불교문화유산의 정신을 체득하고 계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경주 남산 불교문화 순례는 단순한 문화탐방을 넘어, 고대의 정신적 유산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대표적인 스님 연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